6월 서울, 작은 책들의 반란
국내 최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그 주, 탈락하고 밀려난 책들이 도시 곳곳에서 자신만의 마당을 펼칩니다.
국내 최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그 주, 탈락하고 밀려난 책들이 도시 곳곳에서 자신만의 마당을 펼칩니다.
매년 6월이면 서울 강남 코엑스에 책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1954년에 시작해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서울국제도서전(SIBF)은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로, 올해도 530여 개 참가사와 함께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 A·B1홀을 가득 채울 예정입니다.
그런데 올해 6월의 서울은 그 광장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코엑스의 화려한 조명 밖에서, 탈락 통보를 받거나 애초에 그 판에 낄 생각이 없었던 작은 출판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 잔치를 열기로 했죠. 합정역 골목의 작은 공간, 강남 카페의 한 평짜리 코너, 한강 위 노들섬의 야외 라운지. 도시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이 '작은 반란들'은 어쩌면 올해 가장 흥미로운 책 풍경이 될지도 모릅니다.
June in Seoul: The Rebellion of Small Books
The same week Seoul's largest international book fair opens, the books that were rejected and pushed aside reclaim their own stages across the city.


1️⃣ 합정 골목의 첫 번째 반란:
거북목 도서전 Turtle-Neck Book Fair (TNBF) @turtleneck_press
📅 6월 19일(금) – 21일(일) · 📍 마포구 합정역 사이시옷 · 🎟 무료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닷새 전인 6월 19일, 합정역 인근 공간 '사이시옷'에서 터틀넥프레스가 조용히 문을 연다. 이름도 귀엽다—거북목 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신청에서 탈락한 이 작은 출판사가 "그러면 우리끼리 하면 되지"라고 결심한 결과물이다.
대신 거북목 멤버들이 직접 보내온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자리다. 1층 전시 공간에서는 멤버가 아니어도 터틀넥프레스의 엉금엉금 진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신간 2종을 최초 공개로 만나볼 수 있다. 5층 도란도란 라운지는 거북목 멤버들만의 시간—소란스럽지 않게, 그러나 단단하게 모이는 자리다. 그러고 보니 도서전 주제도 '도란도란'이다. 거북이답게, 엉금엉금, 그러나 제 속도로 열릴 도서전이다.

2️⃣ 코엑스의 본진: 서울국제도서전 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SIBF) @sibf_official
📅 6월 24일(수) – 28일(일) · 📍 강남구 코엑스 A·B1홀 · 🎟 유료 · 참가사 530
530개 참가사, 70년 역사. 규모로만 보면 압도적이다. '인간선언(Homo duduri)'이라는 주제답게 올해 도서전은 AI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책의 언어로 묻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출판사 신간 발표, 저자 강연, 해외 출판사 교류까지 한꺼번에 펼쳐지는 이 행사는 책 업계 종사자라면 놓치기 어렵고, 한 번에 많은 출판사의 책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단연 효율적인 선택지다. 코엑스라는 공간 자체가 가진 접근성과 규모감, 그 속에서 느끼는 '책의 밀도'는 서울국제도서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다.

3️⃣ 강남 카페 속 한 평의 우주:
서울한평도서전 Seoul Han-Pyeong Book Fair (SHBF) @balcony_book
📅 6월 24일(수) – 28일(일) · 📍 강남구 역삼동 포코너스 · 🎟 무료
서울국제도서전과 정확히 같은 기간인 6월 24일부터 28일, 강남구 역삼동의 카페 '포코너스' 안에 아주 작은 도서전이 열린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독립출판사 '발코니'가 만드는 서울한평도서전이다.
한 평. 카페 내부의 딱 그만큼의 공간을 5일 동안 빌려, 발코니의 전 타이틀을 한 자리에 펼쳐놓는다.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신청에서 탈락한 후 직접 강남구의 '한 평'을 찾아냈다는 이 이야기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독립출판 서사다. 부산에서 달려온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눈을 맞추는 자리, 입장료는 없다. 카페 커피 한 잔을 들고 발코니의 책들을 천천히 넘겨보는 오후—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4️⃣ 한강 위의 공공 선언:
서울제대로도서전 Seoul Real Bookfair @seoul.real.bookfair
📅 6월 25일(목) – 28일(일) · 📍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 · 🎟 무료 · 참가사 51 🌙 도깨비 도서전: 6월 25일(목) 야간 16–20시 별도 운영
셋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이다.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이 만든 서울제대로도서전은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용산구 노들라운지에서 열린다. 부제는 "여유 있게, 오래, 가깝게."
51개 참가사가 모두 같은 크기의 부스를 쓴다. 대형 출판사와 1인 출판사가 똑같은 면적을 배정받는 이 원칙 하나에 이 행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독자·작가·출판사가 뒤섞여 함께하는 프로그램, 특별 강연 2회, 그리고 6월 25일 저녁 4시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야간 행사 '도깨비 도서전'까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노들섬에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책을 고르는 경험은 코엑스가 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거창한 주제 없이도, 작은 공간 하나로도,
탈락 통보 한 장으로도 책 잔치는 시작될 수 있다.
6월 마지막 주, 서울에서는 적어도 네 개의 도서전이 동시에 열린다. 코엑스의 거대한 책 광장이 그 중심에 있다면, 합정 골목과 강남 카페 한 평과 한강 위 섬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한다. 거창한 주제 없이도, 작은 공간 하나로도, 탈락 통보 한 장으로도 책 잔치는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반란들은 증명하고 있다.
어디를 먼저 갈지 고민된다면, 다 가도 된다. 다행히 서울은 넓고, 6월은 아직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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