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 규모화되는 동네서점 - 2020(2Q) 동네서점 트렌드

이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간하는 〈기획회의〉 513호 ‘ISSUE: 규모화되는 동네서점’섹션에 실린 기고글의 일부입니다. 기사 전문은 해당 잡지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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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서점과 체인 서점 사이,
종합 서점으로 살아남기”

독립서점 현황조사를 통해 톺아본 서점의 규모화


“독립 서점이 책만 팔아서 지속 가능할까?” 서울 을지로에 있는‘아크앤북 ARC. N. BOOK’에서 김명준 부장을 만 났을 때 내게 했던 질문이다. 아크앤북은 2018년 11월 이곳에 1호점인 시청점을 개점한 이래 최근까지 1년 반 만 에 전국에 총 7개 분점을 열었다. 오프라인 서점의 종말 위기라는 이 시대에 어떻게 급속도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을까.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아크앤북 1호점 시청점에서 김명준 부장을 다시 만났다.

Cover ARC. N. BOOK Sinchon © Otd corp.


2020년 5월 독립서점 현황조사

퍼니플랜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 추천검색 서비스‘동네 서점 지도’의 독립 서점은 대부분 10평 내외의 소규모 서 점이다. 서점의 종말 시대에 작은 규모의 서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독립 서 점의 현황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향을 톺아볼 수 있지 않을까.

동네서점 웹서비스에서 내 취향의 가까운 독립 서점을 검색할 수 있다. ©Funnyplan
도표 범례: 2015년 9월 1일~2019년 12월 말일까지, 최근 5년간 동네 서점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이다. ©Funnyplan

2019년 12월 말일자 기준으로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인 동네 서점은 총 551곳이다. 지난 한 해 184 곳이 올해 새로 문을 열었고, 49곳이 문을 닫았다. 누적 휴폐점율은 2018년 10.7%에서 2019년 15.2%로 증가했 다. 지난해 독립 서점은 한 주 평균 약 3.5곳이 개점했고 1곳이 폐점했다.

도표 범례: 2020년 05월 기준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 www.bookshopmap.com

2020년 5월 기준으로 전국 독립 서점은 총 583곳이 운영 중이다. 이중 서울특별시 208곳(35.7%), 인천광역시 85곳(14.6%), 경기도 74곳(12.7%)으로 수도권이 63%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제주특별자치도 38곳(6.5%)으로 수 도권 외 지역 중에서 가장 많았다. 또한 대구광역시(19곳)와 전라남도(15곳), 경상북도(14곳)의 증가도 눈에 띄었다.

도표 범례: 2020년 05월 기준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 (중복선택) www.bookshopmap.com

취향별로는 커피차가 있는 서점 176곳(30.2%), 독립출판물 서점 147곳(25.2%), 종합 서점 137곳(23.5%) 순으로 많았다. 또한 최근에 그림책 서점(71곳)과 큐레이션 서점(60곳), 전시공연이 있는 서점(53곳)의 증가도 눈에 띄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취향별 독립서점

도표 범례: 2020년 02월 기준 동네 서점 지도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단일선택) www.bookshopmap.com, <동네서점> 포스터매거진 봄호 #동네서점지도제주 편으로부터 발췌

제주도의 서점을 취향별로 분류하자면 그림책 서점 6곳(16.7%), 커피차가 있는 서점 5곳(13.9%), 헌책방·고서점 4곳(11.1%)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서점(3곳)과 북스테이(3곳)의 비중이 높은 반면 종합 서점은 단 1 곳으로 나타나 눈에 띈다.

소규모 독립 서점의 생존법, 차별화된 콘텐츠 경험과 온라인 소통

위 통계자료로 톺아볼 수 있는 소규모 독립 서점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독립 서점의 첫 번째 생존법은 바로 차 별화된 콘텐츠 경험의 제공이다. 처음 독립 서점의 주요 콘텐츠는 개인이나 그룹의 창작자가 만든 자가출판물 인 독립출판물과 아트북 중심이었다.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의 실험적인 콘텐츠에 20대 여성들이 열광했다. 대중 적 눈높이에서 만들어지는 기성 출판물과는 달리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또 독립 서점은 커피와 차, 전시와 공연, 심리 상담과 책 처방 등 고객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와 독서모임과 북토크, 책 만들기 워크숍, 영화상영 모임, 음암 감상 모임 등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 동 등 더욱 차별화된 콘텐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분야 또는 한 종의 책만 취급해 전문화하거 나, 운영자 취향으로 책을 골라 소개하는 큐레이션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처럼 지역 고 유의 특성에 따라 현지화하는 점도 흥미롭다. 맞춤형 서비스와 활동을 통한 수익 다각화는 10평 내외의 소규모 책방들이 다종 다수의 책을 취급하는 중대형 서점들과 경쟁해야 하는 나름의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 생존법은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다. 동네 서점의 주요 이용자는 20대∼30대로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 한 밀레니얼 세대다. 온라인 검색으로 내 취향에 맞는 곳을 찾으면 오프라인에서 거리 상관없이 기꺼이 발품을 들여 방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서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2020년 1월 기준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독립 서점 중 352곳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팔로워는 1.6백만 여명, 3십여만 개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독립 서점 수 비율도 수도권이 63%에 달한다. 그래서 수도권 외 지방의 독립 서점들이 적극적인 온라인 소통을 통해 가까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해 먼 거리 고객들과도 소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개점하는 독립 서점 수가 관광객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 중심인 것도 이 이유다.


고스트북스에서는 독립출판물과 예술 분야의 책만 선별해 소개한다. 책방심다에서는 그림책 분야의 책만 선별해 소개한다. ©조용현 in 독립 서점 가이드북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Funnyplan of 독립 서점 가이드북『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관객의취향에서는 영화 분야의 책만 선별해 소개하고, 독립 영화 상영 모임을 정기로 연다. ©Funnyplan of #동네서점독립영화전 프로젝트
지금의세상에서는 심리 상담과 책처방을 제공하며, 유튜브 동영상 채널을 통해서도 소통한다. ©The Present World of 독립 서점 가이드북『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독립 서점과 체인 서점 사이, 종합 서점의 생존법

아크앤북 김명준 부장은 서점도 엄연한 상점이기에, 수익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명준 부장은 오랜 기간 서점 업계에서 사업 기획과 운영을 해온 전문가다. 김명준 부장은 아크앤북이 서울 시청점을 개점한 이래 1년 반 만에 현재 서울 성수점과 신촌점, 잠실점, 월계점, 경기도 수지점과 동탄점까지 총 일곱 개 분점을 열며 서점업 중심으 로 확장을 주도했다. 올해 말까지 총 열 개 점을 열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목표다.

아크앤북만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바로 종합 서점이라는 안정적인 규모의 대지(시스템) 위에 현지 환경에 맞게 기존 서점과 차별화한 독립 서점이라는 새집(콘텐츠)을 짓는 것이다. 지난해 말 서점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 로 대기업 체인 서점의 확장이 제한되면서 아크앤북에 출점 요청이 많아졌다. 출점 제안을 받으면 가장 먼저 지 역의 거주 및 유동 인구 수와 소비유형 등의 분석을 시작한다. 서점을 열었을 때 안정적인 수익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요 잠재고객의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 콘셉트와 도서 분류 체계 등을 설계 시공하고, 계절에 따라 적절한 큐레이션으로 변화를 주는 식이다.

아크앤북은 전통적인 종합 서점에서 보편화된 이른바 ‘매대 판매’를 하지 않는다. 종합 서점에서 출판사 대상 의 매대 매출은 중요한 수익원이다. 대신 그 자리를 ‘지역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채웠다. 그래서 아크앤북 시청점 과 성수점, 신촌점은 각 지역과 주요 고객에 맞춘 인테리어 콘셉트뿐만 아니라 도서 분류 체계, 큐레이션으로 각 각 구별되는 개성이 있다. 아크앤북은 부동산 컨설팅 및 도시재생 분야 스타트업 기업인 ‘오티디코퍼레이션Otd corp.’이 운영한다. 서점업의 시작은 방문 고객의 시간 효율을 극대화해 공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 이었다.

하지만 김명준 부장은 단순히 서점 공간의 확장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서점이라는‘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서점 출점 시 시너지가 있을 만한 지역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발굴, 협력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 이웃과 상생하는 것도 서점업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크앤북 시청점과 성수점, 신촌점은 각 지역과 주요 고객에 맞춘 인 테리어 콘셉트뿐만 아니라 도서 분류 체계, 큐레이션으로 각각 서로 한눈에 구별되는 개성이 있다. ©Otd corp.

구미 ‘삼일문고’는 학습서와 참고서가 없는 종합 서점이다. 그런데도 개점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삼일 문고 김기중 대표는 고객 취향에 맞춰 책을 선별해 맥락에 맞게 진열하고 전산화했던 것이 그 비결이라고 말한 다. 그리고서 단골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자연스럽게 매출도 점차 늘었다. 서점 매출은 매년 25% 정도씩 지 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기중 대표는 독립 서점이‘삶’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업을 해도 잘 될 것 같지 않은 구 도심에서 이웃에게 책을 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뒤 서점을 열었다. 기꺼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즐기 며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지역 서점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매일 아침 변함없이 서점 문을 연다.

이처럼 전국의 독립 서점은 작든 크든 자신만의 규모를 달성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서점은 작으면 작 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신의 공간을 기꺼이 내어준다. 매일 아침 서점 문을 열고,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으로 채 운다. 그리고, 이렇게 가꾼 자신의 공간을 기꺼이 이웃과 나누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가까운 독립 서점을 찾아 응원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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