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데이터로 알아보는 오늘의 동네서점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8년간의 동네서점 지도 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한국의 독립서점 변화 추세를 알기 쉽게 요약 소개한다.

독립서점 데이터로 알아보는 오늘의 동네서점

한국의 독립서점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동네서점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쉽게 이해하도록 <K-Book Trends>에 기고 글을 보냈습니다. 날것의 긴 이야기를 잘 다듬어서 소중한 지면에 소개해주신 관계자께 감사드립니다.

<K-Book Trends>에서 기사 원문을 확인해 보세요. @kpipaorkr


Today’s Local Bookstores Seen Through Data on Independent Bookstores in Korea

A service for non-readers: a map of local bookstores

Independent bookstores, each unique in its own way, are significant in that they create new cultures and book ecosystems. There is a platform that collects data on these independent bookstores and shares their locations, activities, and stories with readers online and offline – it is “Bookshopmap,” a neighborhood bookstore map, which started in 2015. In this article, focusing on Bookshopmap, we will look at how the service started, how it works, and how it differs from traditional bookstores. We will also take a look at the changing trends of independent bookstores in Korea based on data statistics from the past 8 years, from 2015 to 2023.

독립서점 데이터로 알아보는
오늘의 동네서점

책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동네서점 지도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 독립서점은 새로운 문화와 책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독립서점들을 데이터화하여 문화예술 공간의 위치 및 활동, 이야기를 온·오프라인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이 있다. 2015년 시작한 ‘함께 만드는 동네서점 지도(Bookshopmap)’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동네서점 지도를 중심으로 이 서비스가 왜 시작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통적인 서점과는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본다. 또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8년간의 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한국의 독립서점 변화 추세를 알기 쉽게 요약 소개한다.

재미 삼아 시작했다가 그만

필자는 우연한 기회로 방문했던 독립출판 책 시장에서 손에 넣은 인쇄 소책자(zine)에서 영감을 얻었고, 재미 삼아 2015년 9월에 60여 곳의 독립출판물 서점을 수록한 온라인 지도 ‘함께 만드는 동네서점 지도’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 샀던 인쇄 소책자는 독립출판물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이 발행했던 ‘2015 독립출판 서점 인덱스’였다. 이 인쇄물에는 독립출판물 서점을 중심으로 27곳의 대한민국 전국의 작은 서점을 수록했었다.

그런데 책자를 손에 넣고 몇 곳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발행한 지 몇 달 만에 주소를 이전하거나 휴·폐점한 서점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초안으로 틈틈이 구글 지도의 ‘내 지도(My Map)’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바뀐 주소와 운영 시간 정보를 바로 잡고, 방문자들이 각 서점의 특징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 글을 보충했다. 또한 각 서점의 개성을 커피나 찻잔, 술잔, 그림판 등의 상징적인 심볼 아이콘으로 꾸며 간단한 시각화를 시도했다. 서비스를 개시하자마자 언론사 여러 곳에 뉴스 기사로 소개되면서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음해에는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님 등 책방지기 분들과 협력해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네이티브 앱(현재는 서비스 종료)과 소책자를 출판하는 등 “함께 만들어가는” 동네서점 지도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하며 자리를 잡았다. 또한 사업적으로도 지역서점 활성화를 지원하는 B2G(Business to Government)의 주요 협력사로서, 사회적 공헌 또는 지역 서점과 직거래하려는 기업 또는 출판사와 협력 지원을 통한 B2B(Business to Business)로 현재까지 꾸준히 서비스를 유지 발전시켜오고 있다.

* 동네서점 지도 웹사이트 www.bookshopmap.com, 인스타그램 @Bookshopmap

동네서점 지도가 돈이 되나요?

동네서점 지도의 주요 기능은 지도 검색과 이메일 소식지 구독, 신간 광고 세 가지다.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보를 통해 추천 및 공공 데이터를 수집한다. 지도 등록 여부는 3가지 운영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개성과 소통, 다양성이다. 업데이트 작업은 주로 매주 일요일에 한다. 검수→분류→편집의 등록 과정을 거쳐서 24시간 이내에 노출을 반영한다. 한 주에 평균 5개 정도를 제보 받아 처리한다.

주요 특징은 내 위치로 검색과 3개의 범주, 90여 주제 태그이다. 내 위치 정보 기반으로 주변의 가볼 만한 공간을 찾거나, 없을 경우 제보할 수 있다. 그리고 독립서점과 도서관, 문화 공간 또는 책 읽기 좋은 곳으로 구분해 소개한다. 총 90여 개 주제 태그로 내 위치 정보(지역) 및 이용자가 선호하는 취향과 활동 등의 세부 선택 태그를 선택해 원하는 내용을 검색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최대 강점은 바로 ‘희소성’이다. 주식회사 동네서점은 국내 유일의 독립서점 데이터 기반 출판사(B2G/B2B)로, 인터넷 정보 매개 서비스 및 온라인 광고 캠페인과 도서 및 잡지 출판을 통해서 수익을 낸다. 이를 위해 희소성 있는 양질의 문화예술 데이터를 생산해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책방지기의 이메일 주소와 휴대 전화번호 등 책방지기들과의 네트워크이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시기에 독립서점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스탬프 투어 전시 및 모임 활동 프로그램 ‘책 도시 산책’을 공동 기획 제작했다. 그리고 온라인 광고 캠페인을 지원한다. 온라인 광고의 타깃은 동네서점 소식지 및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를 합쳐 2.3만여 명으로 구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주요 구독자가 8백여 개의 전국 독립서점 책방지기를 포함한 가치 소비 및 공유에 적극적인 20~30대의 MZ세대 독자이기 때문에 유효한 가치를 창출한다. 도서 및 잡지 콘텐츠를 온·오프라인 출판하기도 한다. 땡스북스 등 전국 책방지기와 함께 만든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을 시작으로 연재 간행물 도서 및 지도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으로 연재 발행해오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책 도시 산책’ 프로그램 © Bookshopmap.com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를 통해 본 대한민국 독립서점 현황

대한민국 성인 인구의 절반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왜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이들은 왜 책 읽기를 즐길까? 필자의 결론은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른 세대에게 책 읽기는 오랜 시간 동안 의무로써 여겨왔다. 이런 부담감이 오히려 고통스런 경험만 남겼다. 책 읽기는 그저 향유(Entertaining)하는 것이다. 책 읽기를 의무가 아닌 그저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 시대의 MZ세대 성인들이 많이 찾는 독립서점이라는 공간이 해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네서점 지도는 필자처럼 책을 읽지 않는 약 2천 5백만 명을 위한 서비스다. 책방지기가 정성스레 고른 책들이 아름답게 놓인 독립서점에서의 즐거운 경험이 자연스럽게 책 읽기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지도 서비스를 운영한 이래로 책 한 권 읽지 않던 필자의 가방 안에도 어느샌가 늘 자연스레 책 한 권이 들어있게 됐기 때문이다. 2023년 4월 기준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에는 약 8백여 곳의 독립서점이 등록되어 있다. 아래의 수치는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에 등록된 독립서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대한민국 독립서점의 실태를 더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지역서점 실태조사 보고서(2022년 기준)〉를 참고하면 된다.

국내 독립서점 중 서비스에 등록된 서점은 총 2023년 기준 884곳으로 2022년 대비 ▲69곳(8.5%) 늘었다. 한 주에 1.3곳이 등록한 꼴이다. 2015년 서비스 시작 이래 독립서점이 가장 적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독립서점 증가율은 2019년에 ▲32.4%(135곳)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절반 이상의 독립서점이 수도권(57.9%)에 위치했다. 증감비는 울산(40.0%)과 충남(29.4%), 경북(26.9%) 순으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8년차를 넘고 있지만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동네서점 지도에서 독립서점을 찾은 이용자 수는 총 약 25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여전히 10명 중 9명이 독립서점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 2023년 기준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 등록 현황 더 알아보기

2023년 기준 동네서점 지도 서비스 등록 현황 © Bookshopmap.com

대한민국 독립서점의 변화

독립서점(Indie Bookshops)은 지역서점(Local Bookstore)과 무엇이 다른가?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적인 서점을 지역서점으로 구분해 정책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해왔다. 2015년대부터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2030대 MZ세대가 즐겨 찾는 서점을 독립서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독립서점은 지역서점 중에서 큐레이션 서점 및 전문 또는 복합 서점을 일컫는다.

독립서점의 정의(강신원 등이 쓴 보고서 ‘한국 독립서점의 현상과 그 의미’에서 발췌 및 변형) © Bookshopmap.com

그렇다면 한국의 독립서점은 어디쯤에 와있을까? 2010년부터 출현한 독립출판물 서점(1세대)은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소통 및 상생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15년경부터 독립서점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MZ세대가 방문해 입소문을 타면서 독립서점 개점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한 분야의 책만 취급해 특화(전문화)하거나, 일반 서점들도 카페·잡화 등의 여러 종목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출판사·디자인 일을 병행하는 등 유휴 공간·시간의 효율적인 활용(복합화)을 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2세대).

2020년부터 독자는 더 쾌적하고 여유 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또한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대기업 서점의 신규 출점은 연 1개씩 허용)되면서, 중소 규모의 서점들이 백화점 등에 분점을 확장하는 등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독립서점은 온라인과 경쟁할 자신만의 무기를 상품화해야 한다. 책방지기가 독자 취향에 맞는 책을 선별 배송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독서 및 강연 모임, 북토크 등 활동과 공간 대여 그리고 멤버십 등 오프라인에서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나는 공간을 시간 단위로 파는 유료 임대 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동네서점 지도에 등록된 국내 독립서점 중 절반이 넘는 362곳(56.4%)이 정기 모임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3세대).

독립서점의 변화 흐름도

독립서점의 변화 흐름도 © Bookshopmap.com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로 본 세대별 독립서점

1세대: 라바북스 @labas.book
2015.05.01. 개점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여행을 사랑하는 주인장은 소규모 여행사진집 ‘라바(LABAS)’를 정기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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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아베끄 @bookstay_avec
2017.07.15. 개점

서점 안 작은 창문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며, 마당에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간이 의자와 소파가 마련되어 있는 서점이다. 책방에 딸린 방 하나를 북스테이 ‘오사랑’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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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후북스 제주점 @jeju_afterbooks
2021.05.14. 개점

서울 ‘이후북스’의 분점이다. 책방지기가 자신의 취향으로 고른 독립출판물과 일반 도서를 소개한다. 글쓰기 모임과 독립출판물 제작, 책방 창업 워크숍 등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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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는 시대에 책방 여는 이유

왜 MZ세대는 독립서점을 찾을까?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 도서관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도대체 왜 사람들은 독립서점을 찾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사람(운영자)”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창업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도서관)은 매출 또는 사회적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운영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독립서점은 소통과 공감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요구에 따라 유연하고 빠르게 변화해왔다. 뿐만 아니라 독립서점은 소규모 공간이라는 단점을 대중의 취향이 아닌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채웠다. 이 결과 각 소규모 공간들이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으로 다양성을 가지게 됐다. 이런 이유로 서로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결국에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책방지기가 책방을 여는 이유는 자아실현(미니멀리즘)이다. 책방지기는 삶의 주요 가치를 행복에 둔다. 책방지기 중에는 직장 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했거나, 퇴직 후 창업하는 분들이 많다. 창업 목적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힘들지만 책방 운영을 지속하는 이유를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큰 기쁨”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손님 중에 소위 ‘진상 고객’이 거의 없다. 책방지기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특별한 장점이다.

동네서점 지도의 미래는 ‘공동체(Community)’

괴산에 위치한 숲속작은책방의 백창화 책방지기는 독립서점을 “연결과 공감과 위로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또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의 ‘바이북 바이로컬’ 캠페인을 통해서, 지역 공동체 살리겠다는 목표로 독자 참여와 응원으로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독립서점은 이제 풀뿌리 대안 문화예술 교육·향유의 허브이자, 소규모 공동체 공간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동네서점 지도는 독립서점, 도서관 등 장소 중심에서 미술관, 극장 등 문화예술 전 분야의 모임 활동 중심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내 이웃의 문화예술”을 구호로 내 위치 정보와 대화 기반의 문화예술 공동체(Commuinty)를 지향한다. 또한 동네서점 상품권(Bookshopmap Voucher) 실험을 시작한다. 곧 전국 독립서점 가맹점 약 50곳을 대상으로 소규모의 상품권 발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생태계에 문제가 없다면 올해와 내년에 B2B/B2G 거래를 안정화하고, 내후년부터 B2C 선물하기 서비스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올해도 큰돈은 못 벌겠지만, 같이 먹고 사는 방법을 찾고 있다.

— 글. 남창우 (주식회사 동네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