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어떻게 시작하죠? 즐거움의 비밀 3 ✍🏻
『필사의 기초』 저자 조경국이 필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사의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필사의 기초』 저자 조경국이 필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사의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그 종착지는 '나의 글쓰기'이며, 이를 위한 준비 운동이 바로 '필사'라고 말하죠. 필사(筆寫, Transcription)란 사전적으로 ‘베끼어 쓰는 것’을 뜻합니다. 작가는 ‘삶을 정제하는 행위’라 정의하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sosobookshop
필사하는 법
1. 혼자 놀기 → 2. 함께 하기 → 3. 꾸준히 하기 → 종착지. 자신의 글쓰기
처음 베껴 쓴 것은 천자문입니다.
소설가 김성동 선생님이 해설을 덧붙인 『김성동 천자문』(청년사)를 놓고, 한자 공책을 사서 매일 한 쪽씩 베껴 썼었죠. 그 인연 덕분인지 2006년에는 회사 일로 김성동 선생님을 직접 찾아뵙기도 했습니다. 하루 한 시간 정도 투자해 음과 뜻, 풀이까지 노트에 옮겨 쓰면, 보름이면 천자문 한 권을 모두 필사할 수 있었습니다.


숙달되면 필사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죠.
처음에는 한자 공부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재미를 느끼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필사하게 되었습니다. 천자문 베껴 쓰기로 시작해 지금까지 필사의 즐거움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본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인 듯합니다. 필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최근에는 단테의 『 신곡』(열린책들)을 2년에 걸쳐 완필했습니다.


1. 혼자 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필사할 책과 펜, 노트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죠.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헌책방을 열기까지 약 2년 동안, 가족을 제외하곤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지낸 적이 있습니다. 한 달 내내 만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죠.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외롭거나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진 않습니다. 단지 혼자 있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그 즐거움의 중심에는 독서와 필사가 있었죠. 만약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분이라면, 필사가 그 외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약이 되어줄 겁니다.


2. 함께 해도 좋습니다.
혼자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시작하기 두렵다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도서관이나 동네 서점 등에서 필사 모임을 여는 곳이 많더군요. 저 역시 책방에서 필사 모임 꾸린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흩트리기 전이었죠. 약 6개월 동안 저를 포함해 8명이 모여 각자 좋아하는 책을 필사했습니다. 저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까치) 전체를 두 번째로 완필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큽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써 내려가는 일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한 독서 행위를 넘어, 작가와 나의 삶을 나란히 놓아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모임 참여자들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필사를 이어갔고, 만족도도 높았죠. 혼자 자신이 없다면, 가까운 곳에서 필사 모임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3. 꾸준히 하려는 마음가짐
필사하다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악필이라 필사할 때마다 괴롭다”며 포기하는 분도 있더군요. 저 역시 꽤 악필이었지만, 오히려 필사를 통해 조금씩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타고난 재능으로 약간의 연습만으로도 예쁜 글씨를 쓰는 분도 있지만, 글씨 역시 수련이 필요하죠. 짧은 메모조차 스마트폰으로 하는 시대에, 실제로 펜을 잡고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글씨 실력도 늘지 않게 마련이죠.

오래 손글씨를 써온 세대라면 다르겠지만, 젊은 세대는 연필 잡는 법조차 서툰 경우가 많습니다. 필사는 악필을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보이더군요. 필사는 다른 이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니, 꾸준히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성껏 필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달라진 글씨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필사의 종착지, 자신의 글쓰기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필사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마지막 목적입니다. 필사하다 보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베껴 쓰는 것에서 나아가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꾸준히 필사하다 보면 글씨뿐 아니라 문장력도 함께 늡니다.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동적으로 필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을 꼼꼼히 뜯어보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누구보다 치열하게 책을 읽었던 선비 이덕무의 글을 옮깁니다. 이 글이 필사의 즐거움을 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대체로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 보는 것이 백 배 낫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반드시 마음이 따르므로, 20번을 읽고 외운다하더라도 힘들여 한 번 써 보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조경국 드림 @sosobookshop
『필사의 기초』 저자 & 소소책방 책방지기
소소책방
경남 진주 망경동 골목길에 있는 작은 헌책방이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북길 28 (망경동)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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