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땅콩문고가 '도서출판 가지'를 응원합니다

동네서점 땅콩문고가
'도서출판 가지'를 응원합니다
파주 '땅콩문고'와 '도서출판 가지'가 만났다. 이 만남, 작은 데 작지 않다. #동네서점브릿지
땅콩 씨 하나를 땅에 심으면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다. 그것도 두 개씩 달고. 작은 열매가 알차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작은 땅콩이 맵다. 웬 땅콩 이야기냐고? 동네 책방과 1인 출판사를 응원하는 연중기획을 맞아 세 번째로 찾은 곳이 파주 ‘땅콩문고’이기 때문이다. 이름값 한 번 제대로 하는 이 책방은 공간은 작아도 아주 단단한 책들로 가득하다.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와 부부이기도 한 조형희 대표는 시종일관 작은 출판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인물. 20여 년 넘게 잡지를 만들던 잡지 기자가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업’이었던 여행을 출판 테마로 삼아 다른 출판사에서 볼 수 없는 여행서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 책을 내고 싶어 출판사 이름도 가지라고 지었다. 도서출판 가지의 박희선 대표다. 이 만남, 작은데 작지 않다.
글 이나연 | 사진 최유정
가지출판사 박희선 대표(왼쪽)와 땅콩문고 조형희 대표(오른쪽)
땅콩문고에서 가지출판사를 추천했다
조형희 대표(땅콩)_ 처음 책방을 열고 난 후 인문 교양서 중심으로 가닥을 잡고 출판사에 일일이 직거래 요청을 드렸어요. 그때 박 대표님이 흔쾌히 응답해주셨죠. 개업했을 때 한 번 오시기도 했어요. 직거래 출판사에는 매월 정산한 후에 연락드리는데, 가지 출판사는 목록 제일 첫 번째에 있어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려요. 사실 책을 들여놓고 판매가 안 되면 서로 민망하고 슬프거든요. 그렇지만 가지는 늘 매출이 나오는 출판사에요. 항상 첫 번째로 연락드릴 수 있는, 도서출판 가지와 이번 기회에 같이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박희선 대표(가지)_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큰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서 작은 출판사가 마케팅 없이 대형 출판사와 평등하게 책을 진열하기는 쉽지 않아요. 인터넷 서점도 마찬가지고요. 광고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책을 어디에 내놓을지, 어떻게 독자들과 만날지 그런 것들이 가장 큰 고민인데요. 이렇게 작은 규모라도 안정적으로 책을 공급하고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책방이 있으면 출판사 입장에서 정말 고맙죠. 그런 면에서 작은 책방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에요.
조 대표님이 굉장히 부지런해요. 발주를 넣고 보도자료를 보내기도 전에 신간 나온 소식을 아시고 연락 올 때가 있을 정도로요. 그 덕분에 좋은 책들을 이곳에 빨리 진열하는 것 같아요.
동네 책방과 1인 출판사,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조_ 수익의 90% 이상이 책을 판매하는 데서 발생해요. 도서 판매 위주로 책방을 운영하려고 메뉴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책을 사면 쿠폰을 찍어드려서 5개 모으면 차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한참 북카페가 유행해서 그런지 복합공간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런 카페들은 많기 때문에 여기는 서점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박_ 가지출판사가 출발한 지 올해로 만 4년이 됐는데요. 초기에는 자본금이 부족하고 준비된 책도 많지 않아서 프리랜서로 다른 출판사의 편집 일을 병행했어요. 지금은 가지출판사의 책을 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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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문고 내부
책방 이름이 재미있다
조_ 유유출판사 책 시리즈 중에 '땅콩문고'라는 이름이 있어요. 예전에 출판 등록할 때, 여러 이름 후보 중에 땅콩이 있었거든요. 작지만 알차고 단단한 책과 어울려서 정할 때부터 탐내고 있다가 책방을 열면서 이름을 빌려달라고 했죠. 땅콩문고, 땅콩책방, 땅콩서점 이 세 가지를 두고 엄청 고민했는데, 결국 땅콩문고라는 시리즈 명을 통째로 빌려오게 되었죠.
이름을 지을 때 무엇보다도 어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부르기 쉽고, 불렀을 때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 이름이 좋았거든요. 서점 크기가 작기도 했고, 하나를 심으면 땅에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이 책과 비슷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땅콩'이라는 이름이 귀여워서인지 어린이 책방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어린이 책도 있지만, 인문서나 무거운 책도 많은데 말이에요. 책방 안에 있는 콘텐츠와 이름이 가지는 이미지 사이에 약간 거리가 있어요. 제가 극복해나가야 하는 점이죠.
손님들이 땅콩 모양을 한 물건이면 무엇이든지 가져다주세요. 엽서나 접시, 인형까지. 땅콩으로 리스를 만들기도 했고요. 나중에 책방 닫게 되면 땅콩 박물관을 열라고 할 정도예요.
들여오는 책의 기준이 궁금하다
조_ 성인 도서 80%, 아동 도서 20%의 비중이에요. 독립출판물은 제가 관심 있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들여놓고요. 기성 출판물 위주로, 그중에서도 1인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의 책을 주로 입고하고 있습니다. 책과 더불어 출판사도 소개하고 있어요. 독자들이 의외로 출판사를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출판사 중심으로 도서목록을 짜고, 책을 선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땅콩문고 조형희 대표 올해 5월이면 오픈한 지 2년이다
조_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에는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책방 운영을 잘 아는 지인이 3년 차부터 어려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오픈 초기에는 사람들의 호기심 덕분에 매출이 생기고 동네 주민들도 와 보는데, 3년쯤 접어들면 관심이 꺾이면서 힘들어질 수 있다고요. 실제로 지난해까진 여기저기서 소문 듣고 오시기도 하고, 주변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자는 요청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약간 숨 고르기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는 시기예요.
앞으로 이곳 파주에서 어떤 책방으로 남길 바라나
조_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동네 주민들의 방문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진 않거든요. 밖에서 선뜻 잘 안 들어오거나, 뭐 하는 곳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이름에 ‘문고’가 들어가고 밖에 책이 잘 보이게 진열했는데도요. 아니면 북카페로 생각하고 ‘차` 시켜놓고 책 읽어도 되죠?’라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책 읽는 문화는 있는데 책 사는 문화가 좀 더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도 쉽게 드나들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책방에 와서 책도 많이 사고, 책방이 동네 거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_ 책방이 출판단지 근처에 있다 보니 책 만드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와요. 편집자들이 사랑하는 동네 책방이랄까요
땅콩문고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꽃아마길 35호
화~토 10시~19시(일,월,공휴일 휴무)
가지출판사 박희선 대표
어떤 계기로 출판계에 입문해 1인 출판사를 차리게 됐나
박_ 20여 년 동안 잡지 기자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체력이 달리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니까, 이 일을 오랫동안 긴 호흡으로 할 방법을 찾다가 출판에 기웃거리게 됐죠. 똑같이 글과 콘텐츠를 다루지만, 잡지사와 출판사는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2014년 첫 출간 이후 21권의 책을 냈다. 느린 속도가 아닌데
박_ 1인 출판의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내부 결정이 빠르거든요. 방향이나 콘셉트가 정해지면, 제가 두려워서 멈추지 않는 한 가면 돼요. 의사결정 과정을 줄이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이죠. 1년에 6종 정도는 혼자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초반에는 제가 프리랜서 활동을 병행하면서 그만큼 빨리 내지는 못했고, 앞으로는 지금 같은 속도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대표 시리즈인 <세계를 읽다>는 관광 정보가 중심이었던 기존 여행서와 달리 현지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인문여행 시리즈다
박_ 무슨 책을 낼까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여행이었어요.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주요 테마로 삼았던 게 여행이었거든요. 여행서를 많이 봤지만, 관광 정보 말고 현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었어요. 어려운 인문서를 골라야 하거나, 테마별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서 여러 권을 읽고도 파악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가벼운, 여행자를 위한 책이면서도 장소와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싶었죠. 세계여행에 관한 인문 콘텐츠가 있는 외서를 찾았어요. 30년이 넘은 미국의 <컬쳐쇼크> 시리즈예요. 국내서로는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시리즈를 기획하다가 지난해 부산 편을 처음 냈어요.
조_ 작은 출판사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손이 많이 가는 외서를 혼자서 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출간 예정 중인 작품이 있다면
박_ 『인생은 간결하게』가 올해 처음 나왔고, <세계를 읽다> 시리즈로 일본 편이 곧 나올 거고요.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전주 편을 준비 중이에요. 자연과학 분야로 황경택 선생님의 책을 꾸준히 냈는데, 같이 기획한 게 있어서 그 작품도 나올 예정입니다.
조_ 가지의 책들이 땅콩문고 스테디셀러예요. 황경택 선생님의 『꽃을 기다리다』나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가 이 동네 사람들의 감성과 잘 맞나 봐요. 손님들 중에 머리 쓰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몸을 써서 마음을 다스리는 『몸을 씁니다』도 사랑받고 있어요. 출간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계속 매대에 올라와 있는 책이에요.
출판계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지’는 무엇인가
박_ ‘가지가지 한다’ 할 때 그 가지예요. 원래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쓰이잖아요. 하지만 가지가지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정한 이름이에요. 다양한 책을 만들어가는 출판사를 생각하기도 했고요. 책이 굉장히 많이 나오지만, 실상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 독자의 수요가 적었던 분야의 책은 사실 큰 출판사에서 만들기 쉽지 않아요. 기획 회의 단계에서 그 책의 가능성을 논할 때 배제되거든요. 하지만 작은 출판사들은 그것에 도전해볼 수 있고,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길을 찾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어요. 작은 출판사가 필요한 이유죠. 물론 혼자 하다 보니 출판 테마가 제 관심사에서 출발하더라고요. 여행과 도시문화, 자연생태 테마에서 충실하게, 다른 출판사에서 만들지 않는 책들을 만들 생각이에요. 문어발처럼 뻗어 나갈 자신은 없지만요. (웃음)
도서출판 가지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 154
도서출판 가지 신간도서
각자의 ‘반려’는 무엇인가
박_ 여행인 것 같아요. 제 일이었고, 삶의 테마였으니까요. 늘 위안이 됐고요. 여행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어요. 흔히 여행하면,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굉장히 가까이에서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이나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요. 멀리 가거나 유명한 곳을 찾지 않아도, 도심 속 공원에서도 충분하거든요. 전 아파트에 사는데, 책을 만들다 보니 밖에 나오면 지금 어떤 꽃이 폈고, 어떤 풍경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햇살 하나도 다르게 느껴지고요. 지난해 출간한 『겨울 정원』은 겨울에 시작하는 정원 이야기인데, 작업하면서 제 주변에 정말 많은 정원사가 고심 끝에 정원을 설계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선물 같은 것들을 주변에 두고도 보지 못했던 거죠.
조_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계들이 많이 생겼어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데, 그걸 듣는 게 피곤하지 않아요. 이 근처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아파트에 살아서인지 동네 이야기를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손님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아, 그럼 이런 책이 필요하겠구나’, ‘이런 사람들이 오니까 이런 책을 갖다 놓아야겠구나’ 하는 거죠. 사람 따라 책이 바뀐다고 할까요. 책방을 처음 열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양적으로도 바뀌었지만 여길 채우고 있는 책 종류도 바뀌었어요. 여기에서 만나고, 친해지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손님들의 영향으로요. 심지어 가족보다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손님인 것 같습니다.
동네서점이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동네서점브릿지
동네서점 브릿지는 동네서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2~30대 독자를 대상으로 책문화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출판사와 기업, 창작자를 위한 상품입니다. www.funnyplan.com/bridge
다시 떠나볼까,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난 해 9월, 초판을 발간한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신촌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 7개를 만들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