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6 | 오르락내리락 해방촌의 동네서점 여행지도

 동네6 | 오르락내리락 해방촌의 동네서점 여행지도

동네6 | 오르락내리락 해방촌의 동네서점 여행지도

책방으로 떠나는 도시 속 착한 여행,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6개의 선으로 엮어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서점은 도시 여행자의 팍팍한 삶에 휴식과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후원금은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와 책자 제작에 쓰입니다.
이 6개의 선은 책·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6일간의 여행 코스로서뿐 아니라, 데이트 코스와 휴일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연인과 함께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오르락 내리락 언덕동네, 해방촌

요즘 뜨는 동네, 해방촌.
해방촌은 일제강점기 해방과 함께 실향민이 집단 거주하며 형성된 동네다.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오갈 곳 없는 사람이 더 모여들며 서민들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고스란히 겪은 해방촌은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참 많이 달라졌다. 아니, 달라지고 있다.

경리단 길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과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이 해방촌으로 옮겨오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해방촌이 앞으로도 누군가가 밀려나지 않는 상생이 가능한 동네가 되길 바라며 버스에 올랐다.

해방촌의 동네서점 여행지도 ⓒFunnyplan

스토리지 북 앤 필름 Storage Book and Film

해방촌 언덕에 가다
토요일 오전, 여행을 서둘렀다. 나의 평소 생활 동선과 너무 달라 찾지 못했던 동네, 해방촌에 가기 위해서였다.

계획은 지하철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후암동의 명소 108계단을 오르며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언덕에 모여 있는 동네서점들을 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을 이길 재간이 없어 마을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랐다. 용산 02와 03이 언덕을 오르니 기억해두자. 마을버스는 고맙게도 오늘 여행의 첫 목적지 <스토리지 북 앤 필름> 바로 옆에 내려주었다.

해방촌 언덕길에 위치한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잠시 자리 비움. 우체국과 점심식사’

서점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작은 메모를 발견하고 이내 안심했다. 나는 잠깐 주변을 탐색해보기로 했다. 미처 걸어서 동네를 언덕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함이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을 중심으로 맞은편 교회와 좁은 골목을 산책했다.


‘이제 주인장님이 오셨을까.’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입구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전면 유리창이 바깥 풍경을 또렷이 반사하고 있어 서점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내 눈이 유리창 반사에 적응하자, 서너 평 남짓한 서점 안이 벌써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네서점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작은 메모가 붙어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은한 향냄새가 나를 먼저 맞아주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서점은 조용했다.

소곤소곤하는 대화 소리와 숨죽인 햇빛에 은은한 향냄새가 더해져 책방의 나른한 오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점 안의 구조나 책보다 사람들이 먼저 눈에 보였다. 책 한 권 한 권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와 딸, 책을 사랑스럽게 펼쳐보는 젊은 커플,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편안한 옷차림의 청년, 멀리서 찾아 온 듯한 여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손님이 있었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을 찾은 손님들책을 읽고 있는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안의 사람들

모녀는 음식 관련 책과 여행 사진집을 보며 이 책은 그림이 귀엽고, 이 여행지에 꼭 가고 싶다거나, 이런 책은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커플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한 입사와 이직, 사표, 일과 관련된 책을 골똘히 읽고 있었다. 여학생은 독립출판잡지를 들춰보고 있었고, 젊은 청년은 사진집에 열중했다. 나는 책을 구경하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책을 구경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로운 음악과 자연스런 <스토리지북앤필름>
<스토리지북앤필름>은 크고 작은 다양한 진열장을 사용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입구 맞은편 벽면에는 목재 패널로 만든 책장을 두어 독립잡지의 표지가 보이게 진열하고 있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책장에 진열된 독립출판물팔레트를 활용해 책을 수납하는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점 중앙에는 테이블을 두어 비슷한 주제와 형식의 독립출판물을 차곡차곡 꽂거나 올려놓았다. 테이블 위와 아래는 노란색과 녹색 팔레트가 줄지어 서랍장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작은 책이 많은데, 키가 맞는 작은 책을 모아 작은 팔레트에 넣어 테이블 위에 진열한 모습은 정돈 돼 보이면서도 자유스러워 보였다. 테이블 옆 창문에는 폴리곤 모빌이 매달려 있었다. 여학생이 지나가자 모빌이 살랑 움직이다 멈추었다. 모빌이 멈추었을 때, 갑자기 음악이 선명하게 들렸다.

트랜스픽션의 ‘Tonight’. 책방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자유로운 느낌의 음악과 자연스런 책방. 사람과 책과 음악, 책방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사진이 모인 곳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다. 독립출판물 중에서도 서점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사진이 중심이 되고, 사진 관련 책이 많은 서점이다.

국내외 도시 여행에 관한 사진집이 특히 많았다. 일본, 쿠바, 아이슬란드 등 해외여행 사진집과 제주도와 서울도 있었다. 그 외 도시의 아파트나 도시에 버려진 의자만 찍은 사진을 모아 엮은 사진집, 소녀만 찍은 사진집, 나무만 찍은 사진집 등 이색적인 주제의 책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기념하려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며 여행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이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추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독립출판물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책이 사진집이며, 그 주제나 내용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스토리지 북 앤 필름>에 진열되어 있는 사진집과 잡지


이 워크숍에서 만든 책을 서점에서 직접 판매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많은 사진 책 중, 분명 주인장의 작품집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고른 책을 결제하면서 슬쩍 주인장에게 물었다.

“주인장님 사진집은 어디에 있나요?”
“제 사진집이요? 괜찮아요. 여쭤보니 쑥스럽네요.”
“주인장님 사진집 찾아보러 또 올게요.”

다음에 <스토리지 북 앤 필름>를 방문할 때는 꼭 주인장의 사진집을 찾아보리라. 인사를 빙자한 약속을 남기고, 아이슬란드 사진집 한 권을 골라 서점을 나섰다. 그리고 해방촌의 또 다른 동네서점으로 향했다.

별책부록 Byeolcheck

<별책부록>의 별별 것들
독특한 이름 때문에 궁금했던 서점 <별책부록>. <스토리지 북 앤 필름> 문을 나와 왼편의 '신흥교회' 오른쪽 골목으로 걷다, 왼쪽으로 꺾어 조금 더 걷다보면 <별책부록> 간판이 보인다.

<별책부록>이 있는 골목길<별책부록> 입구 위의 '별'

서점 입구 위에 작지만 큰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주택가 안쪽에 위치해 조용한 곳이었다.

나는 <별책부록>이라는 서점 이름 때문인지 피규어가 가득하고, 형형색색의 오브제가 놓여있는 서점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서점은 예상과는 달리 정갈했다. 유리로 된 입구 쪽 벽면은 흰색 테이블 위에 작은 사이즈의 독립출판물이 진열되어 있고, 천장 중앙의 긴 레일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흰색 조명기구가 매달려 있었다. 조명기구 아래 홀 중앙의 큰 테이블에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별책부록> 내부 모습<별책부록> 서가와 엽서들

입구쪽에서 안쪽을 바라보고 왼편에 진열된 중고책은 텍스트 기반의 전문 예술 서적이 많았다. 그 옆에는 사진엽서와 그래픽엽서 등 다양한 엽서가 꽂힌 키다리 진열대가 서 있었다.

오른편의 낮은 책장에는 가죽공예 제품과 액자, 에코백 등 소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책장과 조명이 모두 흰색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편집숍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독특한 소품들이 책방을 찾은 손님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책과 영화에 관한 짧은 사랑
<별책부록>은 홍대 동교동에서 운영하다 작년 10월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

“어떻게 해방촌으로 오신 거예요?”
“친한 선배가 이 동네에 살고 있어서 이 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이런 곳에 여러 서점들이 모여 있는 게 좀 신기했어요.”
“그렇죠. 일부러 의도했던 건 아닌데요. 모여 있으니 좋은 점이 많아요.”

나는 서점을 돌아다니며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조심스레 대답해주는 주인장이 고마웠다.

<별책부록>에서 발행하고 있는 cast

<별책부록>엔 독립출판물 외에도 예술 관련 서적이 꽤 많았다. 무용,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다. 그런데 여기, 유독 이 빨간색 책이, 다른 책들에 비해 많았다.
「cast」. 이 빨간 책은 2007년 3월을 시작으로 2012년 겨울까지 복간과 휴간을 반복했던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이라는 영화 관련 독립출판잡지의 리뉴얼 버전이었다. 발행은 <별책부록>.

“혹시, 영화 전공하셨어요?”
“네.”

쑥스러운 듯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 책은 직접 발행하시는 거예요?”
“네.”
“정기 간행물인가요?”
“아마 비정기 간행물이 될 것 같아요. 두세 달에 한 권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영화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cast」가 꾸준히 발행되어 더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되길 바래본다.

다양한 콘텐츠, 다양한 워크숍
다양한 책과 다양한 아트상품은 다양한 워크숍 운영과 연결되어 있었다.

<별책부록>에서 판매하고 있는 특별한 아트상품들

<별책부록>에서는 ‘All about fabric bag'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에코백이라 부르는 패브릭백을 만드는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우리의 소지품을 담는 생활필수품인 가방을 실용적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소품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만든 사진집과 독립출판물은 서점에 진열해 판매한다.

또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책을 만드는 ‘한 달 동안 사진집 만들기’와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구매한 물건, 방문한 장소의 사진들을 모아 나만의 여행 기록물을 만들어 보는 ‘Searching for Memory’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열되어 있는 독립출판물<별책부록> 주인장님

“영화와 관련된 워크숍도 있나요?”


“영상 에세이요? 뭔가 멋지네요.”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워크숍은 영상 에세이였다. 나에 대한 짧은 기록을 비디오로 표현하다니. 나를 기록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꼭 영상이나 영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동네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고요서사 Goyo bookshop

책의 기운을 따라 언덕길을 헤매다
책방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해방촌 오거리까지 올랐다. 어디에서 놓쳤을까. 뜨거운 햇볕 아래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상점처럼 보이는 집을 기웃거리던 내게 그늘에 앉아계시던 동네 할아버지께서 말을 걸었다.

“어디 찾아요?”
“할아버지, 혹시 이 근처에 작은 서점 있어요?”
“서점? 이런 곳에 무슨 서점이 있어. 서점 없어.”

단호하게 이런 곳에 서점은 없다고 하시는 할아버지. 말을 건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에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올라온 길을 천천히 다시 되짚었다.

“아, 여기다.”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내가 찾은 건 몇 주 전까지 서점이 있던 장소였다. 문 앞에는 약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별책부록>을 나와 왼쪽으로 막다른 곳까지 걸어 헤어숍 '예민헤어아트'가 위치한 블록을 왼쪽으로 빙 돌아서 어둡고 침침한 시장 골목길을 지나면 <고요서사>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별책부록>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워낙 길이 좁고 반듯하지 않아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 시장 골목길은 '신흥재래시장'을 관통하는 길로 지금은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이다. 방직공장과 채소 가게, 몇 개의 상점만이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조만간 이 시장 한구석에 또 다른 서점 하나가 새로이 개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송인 노홍철의 <철든책방>이다. 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동네에서 제일 큰 슈퍼를 지나면 책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간판이 보인다.


<고요서사> 입구의 서점 로고<고요서사> 앞에 비치된 무료 배포물

고요한 책의 이야기가 머무는 곳

고요서사는 2015년 10월 15일 해방촌 오거리에서 문을 열었던 문학 중심 서점입니다. 운영자가 고르고 고른 소설·시·에세이 책들이 많고, 함께 읽으면 좋을 인문·사회·예술 책도 있습니다.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서점 ‘아리서사’에서 ‘서사(서점·책)’을 따왔고, 좋은 책과 독서가 가져다주는 ‘내면의 고요’를 떠올리며 ‘고요서사’라 이름 지었습니다.

달그락거리는 걸음으로 도착한 서점 <고요서사> 입구에 쓰여진 글귀다.

<고요서사>는 3층 짜리 검붉은 벽돌건물의 1층에 있다. 창문은 검은색 목재 프레임이 종으로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그 프레임을 선반처럼 활용해 책을 창밖에 전시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이곳이 서점이구나.’ 알게 되어 찾아주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었다.

건물 모퉁이에 있는 서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제일 먼저 창문 앞에 설치된 금속 조명과 필라민트가 훤히 보이는 투명 전구가 보였다. 홀 중앙의 테이블에 책이 놓여져 있고, 창문에 맞닿은 바 테이블과 의자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요한 오후의 <고요서사>

서점의 이름처럼 공간은 조용했다. 뜨거운 햇볕도, 소란스러운 서울도 고요해지는 느낌이었다. 입구엔 맨부커상을 받으며 화제가 된 작가 한강의 책과 ‘고요서사 추천작가’ 책들이 꽂혀있었다. 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와 '줌파 라히리'의 책이다.

키 높은 책장과 키 낮은 책장, 중앙에 놓인 책 테이블과 작은 책 테이블에 책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주인장이 엄선해 놓은 책이 이 공간을 특유의 분위기로 채우고 있었다. 문학이 주는 힘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책 꼬리와 문장 뽑기
<고요서사>는 앞서 주인장이 직접 소개한 것처럼 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문학 책으로 가득하다. 표지가 마음에 들거나,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책들이다.

<고요서사>의 책꼬리

또는 책 앞에 놓인 메모나, 책 사이에 꽂아 둔 책 꼬리를 찾아 읽어보고 책을 고르면 도움이 된다.

픽션 책 꼬리는 녹색, 논픽션은 회색으로 분류되어 있다.

책 꼬리엔 정갈한 글씨로 또박또박 책에 대한 내용이나 감상, 추천이유 등이 쓰여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나 역시 책 꼬리가 탐이 났다. 다른 서점에서도 손글씨로 된 책 꼬리를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책 분류에 따라 색을 다르게 한 서점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책갈피로 써도 좋을 만큼 주인장의 손글씨도 예뻤다.

타자기와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치켜세움」

책 꼬리 말고도 이런저런 메모들이 서점 곳곳에 붙어 있다. 어떤 것은 타자기로 친 메모도 있었다. 책장 위에 놓여있는 타자기로 쳤다. 타자기는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치켜세움」과 함께 놓여있었다. 원래 영문 제목은 「The story of my typewriter(나의 타이프라이터 이야기)」다. 폴 오스터가 글을 쓸 때 사용한 자신의 타자기에 관해 쓴 글로 타자기와 처음 만났을 때를 회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을 들고 주인장에게 신나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사고 싶었던 책이에요.”
“정말요? 오늘 참 이상하네요. 몇 달 동안 안 팔리던 책들이 팔리네요.”

좋은 책은 언젠가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나도 타자기를 한 대 사서 이 책과 함께 책장 위에 올려 두어야겠다.

그리고, <고요서사>에는 재미있는 뽑기 기계가 있다. 뽑기 기계는 문장을 뽑아준다. 500원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랜덤하게 문장이 나오는 기계다. 기계에서 나온 문장이 포함된 책을 사면, 책값의 1,000원을 할인해 준다고 한다. 오늘은 문장이 떨어져 직접 해볼 수는 없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고요서사>
<고요서사>가 이사 오기 전 이곳은 벽면과 바닥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페인팅 작업실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민감하게 색을 다뤄야 하는 작업이니 검은색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주인장은 그 검은색 바닥면만을 남겨두고 벽과 천정은 하얗게 도색을 했다. 검은색 바닥이 창틀과 건물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원래 이곳은 페인팅 작업을 하던 작업실이었어요. 저희가 이사 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셨을 거예요.”

입구에 진열되어 있는 독립출판물과 아트상품<고요서사>의 서가


하지만, 어쩌면 동네 사람들이 이제야 <고요서사>의 진심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골목을 헤매던 나에게 서점은 없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도 <고요서사>에 한 번쯤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요서사>와 <스토리지 앤 스토리>, <별책부록>가는 함께 매달 여는 '심야서점'에도 잠 못 드는 여름밤, 바람이 선선해진 가을밤 들려보길 바란다.

쏘리맘 암쏘하이 sorry mom i'm so high

애주가 사교클럽 <쏘리맘 암쏘하이>
해방촌 동네서점 여행의 마침표는 파인 다이닝 펍을 지향하는 <쏘리맘 암쏘하이>다.

<쏘리맘 암쏘하이> 입구<쏘리맘 암쏘하이> 내부의 네온사인

<고요서사>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한식을 테마로 스페인·이탈리아·일본 등 다양한 음식과 트위스트를 시도하는 펍이 있다.

단순히 먹어 치우는 안주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하나의 요리를 대접하는 <쏘리맘 암쏘하이>다.

33㎡ 남짓의 공간에 들어서면 미러볼이 반짝반짝 빛난다. 정면에는 <쏘리맘 암쏘하이>를 상징하는 고양이 두 마리와 <쏘리맘 암쏘하이> 가 새겨진 네온사인이 보인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던 때 사인을 만들었지만, 주인장은 지금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쏘리맘 암쏘하이>는 삼삼오오 친한 친구들과 수다떨며 분위기에 취하기 좋다.

우주 천체를 닮은 조형물 아래, 열 명 정도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원목 테이블과 서너 명이 가까이 마주 앉기 좋은 작은 테이블 세 개가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테이블 옆 벽면엔 주인장 얼굴 삽화가 걸려있다. 손님에게 주는 신뢰랄까. 어머니가 직접 만든 두부와 족발을 이용한 요리를 기본으로, 매일 시장에 나가 장을 보고 그날그날 제일 물이 좋은 최상의 재료로 매일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는 주인장의 자신감이겠다.

<쏘리맘 암쏘하이>의 대표 안주들<쏘리맘 암쏘하이>의 대동강 맥주와 무알콜 모히또

또 다른 사교의 시작 <모어 댄 위스키>
12년간 광고계에서 일한 주인장 덕분에 <쏘리맘 암쏘하이>는 국내외 광고회사 사람들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긋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좋은 사람. 이보다 좋은 사교의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주인장은 <쏘리맘 암쏘하이> 외에도 계속 새로운 사교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쏘리맘 암쏘하이> 옆집 <모어 댄 위스키>

두 번째 프로젝트, 위스키 바 <모어 댄 위스키>를 <쏘리맘 암쏘하이> 바로 옆에 개업했다. 클래식 바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만든 캐주얼 바이다.


<모어 댄 위스키> 바벽에 걸린 <모어 댄 위스키>가 소개 된 잡지들

입구는 모서리가 삐쭉 나온 삼각형 모서리에 만들었어졌다. 바는 공간을 가로질러 삼각형 공간을 만들었다. 더 많은 좌석을 만드는 것 보다, 손님이 더 편안하게 좋은 술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바엔 언제나 친절하게 위스키에 관해 설명해주는 바텐더가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고 주문해도 괜찮다. 비밀의 방에도 삼각형이 숨어 있다. 작은 방에 있는 삼각형 테이블은 두세 명이 마주 앉아 오붓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쏘리맘 암쏘하이> 그리고 <모어 댄 위스키>.
이 곳에서는 매일 밤새도록 유쾌한 사교의 장이 열린다. 해방촌 동네서점에서 영감의 갈증을 채우고 난 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 다이닝 펍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이 포스트가 <여행자의 동네서점>시리즈 연재의 마지막 화입니다.
연재하는 동안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동네서점' 콘텐츠와 함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글 구선아 · 사진 구선아, 김우진
일러스트 이예연
기획/제작 퍼니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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