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서점 직원이 말하는 책 선물 팁

동네서점

2019년 1월 18일 • 12 min read

5화. 서점 직원이 말하는 책 선물 팁

책 선물이 좋은 이유? 함께 동참(책 읽기)하기 때문 아닐까요. 오늘은 서점에서 '선물하기 좋은 책' 쉽게 찾는 다섯 가지 꿀팁 알려 드릴게요. 늘 새로운 사연이 기다리는 속초 동아서점으로 오세요.

강원도 속초에서 59년째 운영 중인 동네 서점 속초 동아서점 ⓒ속초 동아서점

어서오세요, 속초 동아서점
직원 김영건입니다

서점 SNS와 도서 검색대에서 언제든지 저를 만나실 수 있어요.
저는 오늘 책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는 '선물로서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최근에 동아서점은 퍼블리와 함께 '속초로부터 온 단 하나의 선물' 크리스마스/연말 맞이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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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연을 읽고 직접 골라드린 '맞춤형 책 선물' 잘 받으셨나요? :) ⓒ속초 동아서점

책을 선물하고 싶은 분에 관한 사연을 적어주시면, 제가 각 의뢰서를 읽고 마땅한(?) 책을 골라 보내드리는 '맞춤형 책 선물' 이벤트예요. 총 60명 한정으로 전국에서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 글이 나갈 때쯤이면 아마 모두 책을 받으셨겠죠?"

첫 번째 팁
'에세이'는 '어디에나' 있다

에세이의 형식은 다양합니다. 오로지 에세이 코너에서만 책을 찾지 말 것.

에세이는 거의 전 분야에 자리 잡고 있어요. ⓒ속초 동아서점

선물할 책을 고르려고 하면, (상대가 취향이 비교적 뚜렷한 애독가이거나 다독가가 아닌 이상) 발걸음은 자연스레 에세이 코너로 향합니다. 일상에서의 단상을 담고 있어 읽기에 편한 '에세이'만의 형식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서점 직원으로 일하며 깨닫게 된 한 가지는 '에세이'는 '어디에나' 있다는 거예요. 심리 코너에는 심리 에세이가, 철학 코너에는 철학 에세이가. 시 코너에는 시에 관한 에세이가, 건강 코너에는 건강에 관한 에세이가 있습니다.

이것뿐일까요?
정치/사회, 음악, 영화, 요리 등등. 에세이는 거의 전 분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에세이 코너에서만 에세이를 찾지 마시고, 모든 코너에서 에세이를 찾아보세요.

에세이 코너에서만 에세이를 찾지 마세요. ⓒ속초 동아서점

노년을 앞둔 어머니에게 늘 사랑한다는 말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딸의 사연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저도 에세이 코너에서 서성거렸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서 사진 코너로 발걸음을 옮겨봤어요. 사진집은 일단 크니까 어머님들께서도 읽기 편하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엄마, 사라지지 마 - 한설희 / 북노마드 ⓒ속초 동아서점

<엄마, 사라지지 마> (한설희 / 북노마드)
72세 딸이 96세 엄마의 곁에 머물며, 2년 동안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책이에요. 제목도 너무 좋고 '딸이 어머니에게 선물'하는 상황과 딱 어울린다는 생각에 이 책을 골랐죠.

두 번째 팁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때론 살짝 숨겨서 전할 것

평상시에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상대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린 아마 그 편지를 고이고이 접어서 상대에게 전할 거예요.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선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나 메시지가 있을 때, 너무 직접적이지 않도록 조금 우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낙담해 있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상대가 힘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위로하고 싶다는 사연을 특히 많이 받았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그런 내용의 책은 정말 정말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책들이 인쇄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릴 정도로요. 하지만 우린 조금 더 정직하고 묵직한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주는 것들 - 사쿙 미팜 / 불광출판사 ⓒ속초 동아서점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주는 것들> (사쿙 미팜 / 불광출판사)
'명상'과 '달리기'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두 행위의 공통점을 엮어가며 우리에게 명상법과 달리기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이에요. 명상에도 달리기에도 관심 없는 분은 갸우뚱하시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었어요. 천천히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위로받을 수 있는 사려 깊은 책이에요.

세 번째 팁
'자기계발'보다는 '인문' 코너로 가보기

진정한 의미로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과감히 자기계발 코너를 외면하시길 권해드려요. 잠깐 도움이 되고 잊히는 책보다는, 지금 당장 도움되지 않더라도 현재의 자신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거리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책은 어떨까요?

인문 코너, 철학 코너에 가보면 생각보다 쉽고, 길게 봤을 때 도움될 수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인간관계, 대화법, 처세 등을 직접 알려주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책들이 바로 이 코너에 있어요.

삶의 기술 사전 - 문학동네 ⓒ속초 동아서점

<삶의 기술 사전> (문학동네)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께 추천해 드린 책입니다. 삶을 천천히, 거리를 두고 사유해보자는 내용의 책이에요. 이에 대해 '기술'이라는 표현을 쓴 게 재밌어요. '생각하는 일'이라는 게 실제로 기술의 일종인 것 같기도 해요. 배우고 터득하지 않으면 할 수 없으니까요.

네 번째 팁
'타인의 취향'을 믿고 골라보기

상대의 취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면, 제3자의 취향을 믿고 그냥 따라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요샌 많은 곳에서 믿음 가는 분들이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시기도 하죠. 신문부터 시작해서 TV 프로그램, 팟캐스트, 사소하게는 SNS까지 말이에요. 저희 서점도 지난 1년을 마무리하며 '타인의 취향'이라는 제목으로 작게 코너를 마련했어요.

지난 1년 동안 동아서점의 고객님들께서 주문하신 책 중 스무 권 남짓을 추려서 소개하는 기획전이에요. 주문하신 고객님들께서 직접 책 소개 글귀를 써주셔서 더욱 쉽게 책 내용에 접근할 수 있어요.

글쓰기의 최전선 - 은유 / 메멘토 ⓒ속초 동아서점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 메멘토)
황은주 고객님께서 써 주신 '글쓰기의 최전선' 소개 글귀예요. 자연스럽게 책 내용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멋진 멘트를 써 주셨어요. 글쓰기 관련 책들 유독 많이 출간되었던 지난해, 그중에서 특히 돋보였던 책이었어요.

다섯 번 째 팁
어린이, 청소년 코너는
어린이, 청소년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

어린이, 청소년 코너에 아이들과 부모님들만 계시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까워요. 한 번쯤은 어린이 코너나 청소년 코너에 꽂힌 책들을 펼쳐보시길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는 단순 명확하면서도 철학적인 사유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린이 동화는 때론 장황하고 긴 소설보다 훨씬 감동적이고요.

청소년기에 이 책들만 잘 읽었어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회한(?)이 드는 책들이 수두룩하답니다.

그린다는 것 - 노석미 / 너머학교 ⓒ속초 동아서점

<그린다는 것> (노석미 / 너머학교)
한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책이에요. 이 책은 동아서점의 청소년 코너 서가에 꽂혀 있어요. 이제 곧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 디자인에 관심 많으신 분께 추천해드렸어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쉽고 진솔하게 적은 책이에요. 귀엽고 생생한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책 선물이 좋은 이유?
함께 동참(책 읽기)하기 때문 아닐까요

책 선물이 좋은 이유? 함께 동참(책 읽기)해야 하기 때문 아닐까요. ⓒ속초 동아서점

예쁜 목도리와 향긋한 차도 좋겠지만, 선물로서의 책은 다른 모든 상품을 압도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선물을 주는 분도 받는 분도, 진정으로 '주고' '받으려면' 그 행위에 동참(책 읽기)해야 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 시간을 들여 읽고 나서 '주고' '받은' 선물은 분명 주는 이에게도 받는 분에게도 잊을 수 없는 중요한 사연이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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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드림
2015. 12. 30

속초 동아서점 Bookstore Donga @bookstoredonga
주소 강원도 속초 수복로 108 (교동 658)
운영시간 Everyday 09:00 ~ 21:30
소개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땡스북스와 퍼니플랜이 함께 동네서점 앱과 책자 제작을 위해 진행한 카카오 스토리펀딩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에 연재했던 글의 아카이브입니다. 2015년 12월 1일부터 2016년 1월 6일까지, 약 4주간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코스 7, 〈여행자의 동네서점〉 개정증보판
지난 해 9월, 초판을 발간한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신촌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 7개를 만들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