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속초 인문지도 by 동아서점

 1화. 속초 인문지도 by 동아서점

1화. 속초 인문지도 by 동아서점

같이 걸을까, 이웃과 만나는 즐거운 인문여행
이번 주말엔 가족·친구와 인문지도를 들고 가까운 책방에 들러 보는 건 어떨까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사고,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인문 공간을 방문해 이웃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속초, 대구, 부산, 제주, 광주, 대전 책방지기들이 우리동네 인문 공간을 소개합니다. 2017년 1월부터 6주간 인문360° 웹사이트에서 연재하고, 그 이야기를 모아 3월에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으로 발간합니다.

이번 주말엔 책방지기들이 소개하는 공간으로 인문여행을 떠나요.
인문지도만들기 프로젝트 humanitiesmap.com


속초 인문지도

속초에서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김영건
수복로에서 인문적으로 잘 노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속초 인문지도 by 이수현


북한에서 되찾은 땅 '수복로'

동아서점은 수복로에 있습니다. 속초는 1945년에 38선이 생길 때 북한땅이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남한땅이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되찾은 땅이라고 해서 속초에서는 ‘수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입니다. 서점이 있는 ‘수복로’도 되찾은 길이라는 의미이죠. 속초에는 실향민이 많이 삽니다.

‘수복기념탑’은 실향민의 애절한 마음과 통일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어요. 수복로에서 동해로 나가면, 한국전쟁 때 국군을 따라 내려왔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청호동’이 나옵니다. 2016년 12월에 실향민에 관한 작품을 전시하는 아트플랫폼 ‘갯배’가 생겼어요.

수복로는 일제강점기에 기찻길이었습니다. 그 후 버려졌고, 제대로 건물이 들어서지 못해 무허가 건물들이 늘어선 빈민촌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에 철도를 걷고 새로 도로를 냈습니다. 오늘의 수복로는 옛집의 고즈넉한 느낌과 현대식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문화가 꿈틀댑니다.




1.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1956년에 동아문구사라는 이름으로 할아버지가 시작하셨어요. 당시에는 책방 겸 문구사였습니다.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동아일보사 강원지부에서 기자로 근무하셨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동아출판사 참고서 대리점을 겸하셨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70년대에 학업을 중단하고 속초로 내려와 생업 전선에 뛰어드셨어요. 형제 많은 집 장남이셨거든요. 아버지가 서점을 맡으면서 이름을 ‘동아서점’으로 바꾸셨습니다. 문구 판매는 중단하고 책만 팔기 시작했어요.

속초 동아서점의 초기 모습

80~90년대는 서점의 호황기였습니다. 저도 어릴 적 손님 많던 서점을 기억해요. 매 학기 초에는 바닥에 학교별 참고서를 쌓아 두고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와 계산하고 사 갔을 정도였죠. 90년대는 만화 주간지의 전성기였어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손님들이 아이큐, 소년 챔프 등 주간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사 갔습니다.

2000년대에 온라인 서점이 들어서면서부터 서점 운영이 어려워졌어요. 오프라인 서점의 불황기가 시작됐죠. 아버지에게 서점 문 그만 닫으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매장을 키우는 확장 이전을 선택하셨습니다. 2015년 1월에 옛 속초중학교 자리로 이전했어요.

문 닫자면서도 내심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저는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서점 운영을 맡았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책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낭만적인 생각은 출근하자마자 무너졌어요. 서점 운영은 책 정리의 연속입니다. 100평 공간의 단행본을 저 혼자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주일에 신간이 1,200종 출시됩니다. 그 중에 일부를 골라와 매주 새 책과 기존 책을 교체합니다. 판매되는 책들도 계속 채워 넣어야 하고요.

속초 동아서점 책방지기 김영건

책 진열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이 위기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서점은 지금껏 상품을 사고 싶도록 진열하는 데 무관심했다는 반성을 했어요. 그래서 책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진열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습니다. 서가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서점 업계에서는 편집 진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사회 이슈나 출간 경향 등을 고려해 테마를 정하고 책을 선별해 진열합니다. 예컨대 작가의 별세 소식이 있으면, 작가의 생전 작품을 모아 진열하는 거죠.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손님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책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요.  

손님들도 편집 코너를 좋아합니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테마가 바뀌면, 서점을 둘러 보는 재미가 있죠. 제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책을 손님들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실 때, 내가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낮은 책장 위 가지런히 정리된 책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책방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동아서점은 앞으로도 종합서점을 지향하려고 해요. 작고 전문화된 서점은 고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데, 저희는 전 연령대 손님이 모두 방문해요. 눈이 침침해서 돋보기 빌려 달라는 할아버지, 뽀로로 스티커는 없냐고 묻는 아이, 저보다 신간 정보를 더 꿰차고 있는 애서가, 출간되지 않는 삼중당 세계문학 문고본을 찾는 손님도 있죠.

재래시장처럼 남녀노소 다양한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활기가 넘칩니다. 편히 앉아 책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고, 저자 강연회, 북토크, 독서 모임 등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요.
 
속초 동아서점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주요 인문활동: 저자 강연회, 독서 모임, 콘서트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30석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8 | 영업시간: 09:00-21:30 | 전화번호: 033-632-1555 | 이메일: duhgun@naver.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bookstoredonga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bookstoredonga
블로그: http://blog.naver.com/duhgun




2. 속초 밤하늘을 사랑하는 자매의 도자기 공방, 도자기별

도자기별은 동아서점과 마주 보고 있는 도자기 공방입니다. 날이 저물면 저희가 간판을 켜고, 도자기 공방도 잇따라 간판을 켭니다. 건너편에 환히 밝혀진 노란 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동아서점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도자기별 도자기별 주변 전경

서울과 경기에서 살던 자매는 어머니가 쓰던 공간이 비게 되자, 속초로 내려와 공방을 열었습니다. 도자기를 공부한 언니는 먼 훗날 공방을 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갑작스레 동생과 낯선 땅 속초에서 꿈을 이루게 됐어요.

도자기별을 함께 운영하는 자매전시 작품을 정리하는 도자기별 운영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신기해 며칠을 속초 밤하늘만 바라보고 지냈습니다. 언니는 별을 동생은 달을 좋아해, 공방 이름을 도자기별로 정했어요. 아버지가 군인이라 평생 전국을 돌며 살았는데, 이젠 속초가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도자기 만들기 일일체험 중인 여행자들도자기 일일체험에 집중하는 외국인 여행자

여행자들이 속초를 기억할 수 있게, 속초의 산, 호수, 바다를 주제로 기념품 작업을 해요. 기념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수업도 진행합니다. 흙을 빚어 내 작품을 만들면, 말리고 구워 한달 후 택배로 보내 드립니다. 얼마 전엔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온 홍콩 여행자가 작품을 사 갔어요. 자매는 큰 작품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추억이 되는 기념 품을 만들고 나누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도자기별 속초 밤하늘을 사랑하는 자매의 도자기 공방
주요 인문활동: 도자기 일일체험(물레&흙 빚기), 작품 전시, 핸드메이드 프리마켓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체험 좌석 8석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9-1 | 영업시간: 화-토 11:00-20:00 | 전화번호: 033-638-0853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ojagibyeol
페이스북: www.facebook.com/jaeyun.gong
블로그: http://dojagibyeol.blog.me




3. 주인이 고집스럽게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커피벨트

커피벨트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입니다. 커피 중독자인 저는 인스턴트 커피에 질릴 때면 이웃 가게인 커피벨트로 가서 주인장이 손수 내려주는 진한 커피를 마십니다.

고집스런 바리스타의 면모를 보여주는 커피벨트 주인장

카페에 들어서면 주인의 확고한 취향과 의지로 빚어진 묵직한 공기가 온몸을 에워쌉니다. 인테리어도 중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고풍스런 분위기의 가구와 탁자가 놓여진 커피벨트 내부커피벨트 내부 커피 원두 볶는 기계

커피벨트는 속초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처음 팔기 시작한 곳입니다. 강릉은 커피가 유명하지만, 속초에서 핸드드립 커피는 흔하지 않거든요. 그만큼 사장님의 자부심이 크고, 매일 오전에는 직접 커피 수업도 진행합니다. 퀼트 모임도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커피벨트 주인이 고집스럽게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주요 인문활동: 커피 수업, 퀼트 모임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45석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24-1 | 영업시간: 매일 10:00–23:30 | 전화번호: 033-637-1243



4. 속초 여행자들이 한 박스씩 들고 있는 닭강정 파는 곳, 중앙시장

먹거리가 밀집한 중앙시장은 속초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입니다. 속초 중심부에 있고 속초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최근에 ‘속초 관광 수산 시장’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속초 사람들은 그냥 중앙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순대 가게 간판 아래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중앙시장의 한 가게에서 찌고 있는 술빵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중앙시장은 매일 들어오는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수산물 시장’과 신선한 회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수산회센터’가 유명합니다. 속초 여행하시는 분들이 꼭 한 박스씩 들고 있는 닭강장 파는 ‘닭강정 골목’도 명물입니다. 시간이 멎은 듯 옛 맛과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분식 골목’에서 떡볶이와 순대 사 먹는 것이 제 오랜 취미입니다. 고추 빻고 참기름 들기름 만드는 ‘고추 골목’에서 옛 향수를 느끼는 것도 즐겁습니다.

기와 지붕과 70년대 스타일 간판이 옛그러운 헌책방 대경중고서점

시장 한 켠엔 헌책 파는 ‘대경중고서점’이 있습니다. 오가며 옛 책, 손때 묻은 책 구경하고 추억 한 권 사 들고 나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중앙시장 속초 여행자들이 한 박스씩 들고 있는 닭강정 파는 곳
주요 인문활동: 전통시장 | 무선인터넷: 미제공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147번길 16 | 영업시간: 매일 08:00-21:00 | 전화번호: 033-633-3501
홈페이지: www.sokchomarket.com




5. 조용히 책 보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 완벽한 날들

'완벽한 날들' 대표는 속초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속초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여행 경험을 주고 싶어 복합문화공간을 열었습니다. 공간 이름은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에서 따왔습니다. 책을 통한 만남과 쉼을 표방하며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완벽한 날들 책방 전경완벽한 날들 책방 내부

완벽한 날들은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뒤편에 자리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일상으로 돌아가 속초를 생각할 때 추억할만한 책을 고르기에 좋습니다. 인문학, 사회과학, 청소년, 환경, 동물,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이 준비되어 있어요.

완벽한 날들 책방지기

게스트하우스는 1인실, 2인실, 6인실이 있습니다. 1인실은 혼자 책 읽거나 빔으로 영화 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습니다. 2인실 창밖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여성전용 공간인 6인실에서는 마을 너머 설악산이 보입니다.

완벽한 날들 창을 통해 바라 본 풍경완벽한 날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내부

책방 연다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 안 읽는 문화에 대한 아쉬움,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고민 끝에 공간을 열었다고 해요. 완벽한 날들은 쉽고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문화 공간, 책을 매개로 여행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꿈꿉니다.

완벽한 날들 조용히 책 보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
주요 인문활동: 독서모임, 북토크, 강연회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15석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동명동) | 영업시간: 매일 09:00–21:00 | 전화번호: 033-947-2319 | 이메일: stayinbooks@gmail.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erfectdays_sokcho
블로그: http://blog.naver.com/perfectdays_sokcho



"나에게 동네서점은 OOO이다"

저에게 동네서점은 ‘도시락’입니다.
요즘은 급식을 먹지만, 누구나 도시락 싸 주는 사람의 손맛과 정성을 그리워하잖아요. 운영하는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묻어나기에 동네서점은 도시락 같은 존재라 생각해요.

동아서점의 '책'이라고 쓰여진 간판 위로 소복하게 눈이 쌓여 있다.



같이 걸을까,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
속초 인문지도 글사진 동아서점 김영건 X 지도그림 이수현

같이 걸을까,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 획 인문360° | 제 작 퍼니플랜

 1화. 속초 인문지도 by 동아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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