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빈티지여행인천 -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 중구

10 빈티지여행인천 -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 중구
#빈티지여행인천 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 위에서 새로움을 전하는 30곳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인천에 자리한 공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오래된 새로움’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빈티지여행인천> 테마지도
http://naver.me/Gd5e4eOQ
25.
켜켜이 쌓인 LP판 사이로 재즈 선율이 흐르는,
버텀라인
버텀라인은 1983년에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다. 버텀라인이 자리 잡은 건물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근대 건축물이다. 긴 역사만큼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건물의 변천사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는 고전양행이라는 양품점이 있던 건물이란다. 신발, 넥타이, 모자, 가방 등 각종 잡화를 취급하는 양품점이 문을 닫고 1970년대에는 1층은 세탁소, 2층은 교회, 3층은 주거 공간인 다락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허정선 대표는 1985년부터 이 공간에 이끌려 버텀라인의 손님으로 방문하기 시작했다. 당시 외래어 표기가 금지되었던 시대라 버텀라인은 ‘하행선’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는 재미난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단골이었던 그는 역사를 품은 이 건물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1994년 버텀라인을 인수했다. 여담이지만 허 대표는 본인의 기억을 토대로 버텀라인의 1985년에 개업했다고 생각했지만 가게를 운영하던 중 한 손님으로부터 1983년에도 버텀라인이 존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듣게 됐단다. 그 후, 손님의 증언을 바탕으로 버텀라인의 시작연도를 1983년으로 정정했다고 한다.
버텀라인에서 단연 눈에 띄는 옛 공간의 흔적은 천장의 목조 서까래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고개를 들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목조 서까래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중간중간에는 재즈 클럽의 상징인 기타를 비롯한 각종 소품이 은은한 조명 아래 장식되어 있다.
버텀라인은 35년간 줄곧 한 자리를 지키며 재즈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버텀라인은 건축사적으로도 음악사적으로도 소중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의 근대 역사를 담고 있는 개항장에서 버텀라인을 거쳐 간 수많은 인연과 공연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 버텀라인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공연을 하고 있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연다고 하니 인천에 있는 그 어떤 전문 공연장과 견주어봐도 절대 적지 않은 횟수이다. 35년(2018년 기준)이라는 세월 동안 그 횟수는 켜켜이 쌓여 버텀라인을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재즈 클럽을 만들었을 테다.
26.
동인천에 불어온 젊음의 기운!
이집트 경양식, 앵커드, 참새조합
동인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바로 동인천 내동 골목에 위치한 이집트 경양식, 앵커드, 참새조합이다. 한 건물을 개조해 나란히 자리 잡은 이 세 가게는 젊은 청년들이 힘을 모아 불을 밝히고 있다. 원래 이 건물은 80년대에 동인천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 경양식 자리였단다. 그 후로도 이 건물은 때로는 노래방으로, 때로는 회사 건물로 바뀌며, 동인천이 활기를 잃는 동안 점차 낡고 허름해졌다. 그러다 2017년 동인천을 다시 되살리려는 이를 주축으로 나란히 음식점, 카페, 술집이 자리하게 되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세 가게의 공통점은 80년대 이집트 경양식의 상징이었던 아치형 빨간 벽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건물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또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옛 건물로부터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겨 두었다고.
이집트 경양식은 들어가자마자 꽃무늬 벽지, 붉은 테이블과 벽에 달린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아 단숨에 7, 80년대 경양식 식당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진규 대표는 옛 이집트 경양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더해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메뉴인 안심 돈까스는 소스의 매콤한 맛이 별미다. 그는 이곳이 80년대 동인천의 명물이었던 이집트 경양식의 자리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꼭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같은 자리, 같은 이름을 이어받아 옛 명성 그대로를 재현하진 못하더라도 동인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감성을 사람들에게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그 진심으로 정성껏 만든 돈까스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다시금 사람들이 방문하는 동인천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집트 경양식의 이미지가 꽃무늬라면, 앵커드는 파란색이랄까. 벽면이 파란색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선박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좌석에 앉으면 보이는 독특한 벽면이 특히 시선을 사로잡고 공간을 채우는 푸른 식물과 조명 덕분에 휴양지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앵커드 레모네이드는 상큼한 맛 덕택에 이곳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참새조합은 국내 유일의 원 테이블 실내포차라고 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의 빨간 벽돌과 잘 어울리는 붉은 포장마차로 꾸미고, 내부도 포차의 이미지에 맞게 최대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해, 주방 쪽에도 아치형 천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참새조합에 놓인 긴 테이블은 이곳의 명물로, 참새조합의 주인장은 이 테이블 때문에 혼자 와서 둘이 되어가는 곳이라고 웃으며 소개한다. 처음 만난 옆자리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참새조합의 대표 안주는 바로 닭꼬치탕. 쌀쌀해진 날씨에 국물이 생각난다면 꼭 맛보길 권한다. 주인장은 동인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부모님이 처음 만난 곳이 예전의 이집트 경양식이라 이곳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단다. 부모님의 추억이 있는 장소에 자신이 가게를 열게 되어 더 애착이 가고 오래도록 운영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동인천만의 감성을 느끼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나란히 자리한 이 세 가게를 방문해보자.
27.
재기발랄한 여관의 재해석
인천여관X루비살롱
신포동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후미진 골목 초입에 세워진 작은 입간판이 어딘가 수상하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골목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오래된 여인숙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외로운 여인숙 간판을 찾았다면 당신은 인천여관X루비살롱에 잘 도착한 것이다.
1965년에 지어졌다는 인천여관은 숨은 보석 같은 공간으로 루비레코드의 음악 카페이자, 전시 공간인 루비살롱으로 탈바꿈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2층에 있다. 본래 여관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2층 세 개의 방에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을 놓은 것이다.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문은 떼고 화려한 발을 달았고, 방마다 딸린 욕실은 그대로 두었다.
세 개의 방마다 딸린 욕조는 이미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유명한 포토존이다. 한편 2층 끝 방은 거의 매주 방문해서 차를 마시며 조용히 영화를 보다 가시는 단골 노부부의 오붓한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고. 이처럼 인천여관X루비살롱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다. 인천여관X루비살롱 공간을 구성하는 소품들은 마치 갤러리의 작품 같아서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버려진 여관, 어쩌면 쓸쓸해 보이는 건물 안 흥미로운 소품들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색이 바랜 간첩 신고 스티커부터 이제는 중년이 되었을 배우들의 찬란한 젊은 시절이 담긴 포스터가 곳곳에 무심하게 붙어있다. 또, 시대가 흘렀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패턴이 담긴 유리창은 회색빛 공간 안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뿜으며 공간에 재기발랄한 느낌을 전한다.
그런가 하면 루비살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곡도 주목할 만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의 조화로, 지금이 1965년인지 2018년인지 알 길이 없다. 이밖에도 인천여관X루비살롱은 루프탑 음악 감상회, 공연, 전시, 플리마켓 등 장르에 국한을 두지 않은 문화 행사를 기획해 나가고 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28.
가로등 불빛 아래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번지는
진달래 주점
조용한 신포동 골목길에 담쟁이 넝쿨이 무성한 오래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진분홍색 간판이 도드라지는 회색 건물. 골목길 계단을 오르자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번진다. 라일락 나무 옆에는 사계절 내내 푸르다는 사철나무가 건물과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1936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손수 개조한 진달래, 나만 알고 싶다가도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냉큼 데려가고픈 그런 공간을 지금 바로 만나보자.
진달래가 자리한 곳은 서양식 건축 양식과 일본 목조 건물이 결합한 건물로, 주인장은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덧대거나 변형된 모습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해냈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진달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옛 건물의 흔적은 무수히 많다. 우선 1층 카운터를 지나면 그 옛날 안방의 구들장도, 전쟁 때 대피소로 사용되던 방공호도 그대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웅장하기까지 한 천장 서까래에 잠시 넋을 잃는다. 인체의 뼈대처럼 지붕을 지지하고 있는 서까래에서 굳센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진 탓일까. 사실 이곳과 같이 오래된 건물을 보존한다는 것은 상상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수많은 노고를 들여서라도 마주하고 싶어지는 것이 바로 빈티지의 매력이 아닐까.
진달래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요리한 한식, 중식, 태국식 요리를 고루 맛볼 수 있다. 게다가 그에 맞춰 와인부터 하이볼까지! 다양하게 준비된 주종에서도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세월을 잊은 듯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진달래에서 맛있는 요리와 술 한 잔을 즐겨 보자.
29.
인천의 문화를 빚는 수제 맥주 브랜드
칼리가리 브루잉
차이나타운 근처, 조금만 가면 인천항이 곧이라는 오래된 벽돌 창고에서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켜켜이 쌓인 벽돌이 세월을 말해주는 창고는 바로 칼리가리 브루잉의 자체 양조장이다. 이곳에서 수제 맥주를 직접 양조하고 유통할 뿐만 아니라, 맥주를 바로 맛볼 수 있는 탭룸을 운영하고 있다. 양조장이 내다보이는 탭룸에서 맥주 한 잔이라니, 그 신선함이란 지금까지 먹어본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간의 변천사를 들어보니 오래된 창고였다는 이 건물 구석구석 재밌는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팽고팽고’ 라는 나이트클럽이었던 적이 있는가 하면, 밤 12시 이후 술을 팔지 못했던 시절 몰래 술을 팔던 편의방이기도 했단다. 이후 그릇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 오래된 도시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양조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둘러보다 보니 양조장 벽 한편에 그려진 웅장한 벽화에 눈길이 간다. 벽돌 위에 거침없이 그려진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저 벽화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누가 그렸는지, 언제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맥주를 마시며 벽화 앞에 서서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도 펼쳐 본다.
2015년 시작된 칼리가리 브루잉은 2016년 펍 브랜드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을 론칭했다. 송도점을 시작으로 인천과 서울 각지에 매장을 두고 있다.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지었다는 칼리가리 브루잉은 단순히 맥주만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예술이 녹아든 공간 안에서 맥주와 음악을 즐기며 다채로운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인천 대표 로컬 브루어리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칼리가리 브루잉은 비단 맥주만이 아닌, 문화를 빚어내고 있다.
30.
너와 나, 우리의 추억을 붙잡는 방법
흑백사진관 우리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나 중구청 방면으로 걷다 보면 갑자기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선 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시간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 이곳은 옛 일본인 조계지 모습을 복원해 조성한 개항장 문화지구다. 흑백사진관 우리는 2017년 8월, 개항장 문화지구에 안착했다. 옛 정취를 머금은 외관의 모습과 최대한 어울리도록 내부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테이블부터 의자까지 가구는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고 하니, 작은 공간이지만 주인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흑백사진관 우리는 사람 사이의 교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따뜻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은 손님이 직접 고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지만, 손님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주인장의 진심이 전해지는 듯하다. 흑백사진만 찍어 주는 사진관이라고 해서 그 이유가 처음에는 빈티지 콘셉트를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다. 흑백사진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흑백 사진이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온다고. 화장을 공들여서 하거나, 신경 써서 의상을 갖춰 입을 필요도 없다. 때로는 ‘모처럼’이라는 핑계 삼아 가족을, 친구를, 혹은 연인을 설득하기도 좋다. 이런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이 흑백사진의 매력이 아닐까.
특히나 흑백사진관 우리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만삭 화보’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찍고 있다고. 이름에 걸맞게 너와 나, 우리의 추억을 남기기에는 역시 사진만 한 것이 없을 테니. 평일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주말은 예약우선제이지만, 예약 없이 방문해주시는 손님들도 선착순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주인장은 계속해서 손님들의 긴장된 표정과 자세를 풀어주려 노력한다. 처음엔 뻣뻣하고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던 사람들도 몇 장씩 찍다 보면 금세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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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여행인천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큐레이터 김은진, 문서희, 장채영
자문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인천스펙타클 이종범, 청풍상회 유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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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여행인천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 위에서 새로움을 전하는 인천 내 30곳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인천관광공사가 창작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