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빈티지여행인천 - 시간이 멈춘 곳에, 다시 불을 지피다, 중구

09 빈티지여행인천 -
시간이 멈춘 곳에, 다시 불을 지피다, 중구
#빈티지여행인천 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 위에서 새로움을 전하는 30곳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인천에 자리한 공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오래된 새로움’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빈티지여행인천> 테마지도
http://naver.me/Gd5e4eOQ
22.
개항로에서 메콩강의 정취를 느끼다
메콩사롱
노란색과 진한 초록색, 그리고 짙은 나무색의 조화는 마치 어느 따뜻한 이국의 여행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개항로에서 메콩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메콩사롱이다. 주인장은 전공을 살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공사를 했다. 그 때문에 공사가 너무 길어졌다는 주인장의 푸념이 무색할 정도로, 과연 그의 뛰어난 감각을 더한 섬세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원래 점집이 있던 자리라고 동네 주민들이 일러 주었단다. 그제야 유리창에 새겨진 범상치 않은 무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개항로에서도 외진 골목, 그중에서도 2층에 위치한 탓에 장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외벽에 덕지덕지 붙은 촌스러운 분홍색 타일도, 탁 트인 테라스도, 주인장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메콩사롱은 동남아 요리를 주로 하는 비스트로다. 이국의 정취를 가득 담은 요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본격적인 식사보다는 식사 후 가볍게 들르기 좋은 코스다.
가장 돋보이는 공간은 테라스를 개조해 만든 온실이다. 창문으로 건너편 적산가옥이 내다보이고 바로 앞 대추나무에는 대추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볕이 좋은 날엔 쏟아지는 햇살에 황홀해지고, 밤에는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실제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온실 자리는 자리를 쟁탈하려는 손님들의 눈치 싸움이 가장 치열하다고.
메콩사롱에는 넉넉한 양을 자랑하는 팟타이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동남아 현지 맥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맥주와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반미 샌드위치도 준비 중이다. 가끔은 맥주에 새로운 맛의 안주를 곁들이고 싶을 때, 메콩사롱으로 달려가 보자. 분명 실패 없는 선택일 것이다.
개항로 프로젝트의 심장
개항로 본부
오래된 가구점이 즐비한 거리 한복판, 큼지막한 ‘가구백화점’ 간판이 달린 건물 3층에는 개항로 프로젝트의 심장, 개항로 본부가 있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돼, 역설적으로 온전히 보존된 개항로의 공간들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 넣는 프로젝트다.
개항로 프로젝트와 연관된 다양한 일들이 태어나는 개항로 본부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전시, 강연, 파티가 열릴 예정이라고. 길쭉한 테이블 하나와 책장, 의자들이 단출하게 놓인 개항로 본부. 이곳을 채워주는 건 너른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 감각적인 음악과 그림, 푸른 식물이다.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다가 한 템포 쉬어 가기도 하고, 놀다 보니 또 재미난 일들이 시작되기도 한다고. 텅 비어 있기에 오히려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개항로 프로젝트의 심장, 개항로 본부는 오늘도 여유롭고 분주하다.
지금까지 개항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페 브라운핸즈,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틸다, 동남아 비스트로 메콩사롱, 갤러리 플레이스막이 탄생했다. 앞으로도 일광전구 쇼룸이자 카페인 LIGHT HOUSE, 낮에는 카레집, 밤에는 이자카야로 변신하는 수운도 곧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시간이 멈춰 과거가 되어버린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개항로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한다.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고 그렇게 이제는 미래를 준비한다. 개항로 프로젝트가 이 거리에 얽힌 또 하나의 작은 역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개항로는 조금씩 빛난다.
23.
시간이 멈춘 병원에서 카페로
브라운핸즈
애관극장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보이는 낡은 노란색 4층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브라운핸즈라는 이름의 카페인 이곳은 원래 병원이었다고.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월중행사표’며, ‘인천 로타리 클럽’이라고 새겨진 벽거울이며, ‘이비인후과’ 간판이 차근차근 시야에 들어온다.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먼지 쌓인 진료 차트가 그대로 남겨진, 금방이라도 환자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이 공간의 시간은, 브라운핸즈로 거듭나면서 다시 흐르고 있다.
옛 공간에 남겨져 있던 금이 간 벽, 깨진 타일은 물론, 병원에서 사용하던 사무용품과 문서들을 모두 보존했고 사물함이며 서류함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스티커조차 옛날 그대로다. 브라운핸즈는 말 그대로 건물 전체가 하나의 흔적인 셈이다. 카페 경영뿐만 아니라 가구, 조명, 손잡이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이기도 한 브라운핸즈만의 가구와 조명, 손잡이를 설치하니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완성되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층부터 4층까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식물들이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오래된 건물에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 활기를 불어넣은 브라운핸즈의 세련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라운핸즈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는 물론이고 베이커리도 즐길 수 있다. 개점 시간에 맞춰 가면 빵 굽는 냄새가 그렇게 황홀하다고. 또한 1층 한편에는 작은 아트숍을 운영하고 있어서 인천과 관련된 여러 소품이나 브라운핸즈가 자체 제작한 굿즈도 만날 수 있다.
24.
개항로의 문턱 낮은 전시 공간,
플레이스막
개항로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분홍색 외벽의 한 갤러리, 플레이스막은 원래 1960년대 양장점이 있던 건물을 개조한 전시 공간이다. 플레이스막의 디렉터는 처음부터 공간의 오래된 역사를 알고 이곳에 갤러리를 열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고. 단순히 2층으로 나누어진 구조가 마음에 들어 결정한 이 공간을 새로 단장하기 위해 철거 공사를 하던 중 감추어진 세월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과감하게 1층은 건물의 원래 본모습 그대로 오래된 벽돌과 목조 천장, 목조 계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 전시 공간은 흰 벽, 그러니까 화이트 큐브가 가장 효율적인 법이지만. 그래서 보통의 갤러리와는 다른 이색적인 공간이 완성되었다. 세월을 머금어 거칠지만 나름대로 멋들어진 공간이다.
플레이스막의 이름은 ‘막하다’의 ‘막’에서 따왔다. 보통의 갤러리처럼 스페이스가 아니라 플레이스라고 명명하는 이유도 전시 행위는 작가보다 관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따른 것이라고. 개항로 한복판에 전시 공간을 열고 나니 인천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졌다. 거침없이 전시를 즐길 줄 아는 인천 시민들의 모습에서 그는 역사를 읽는다. 온갖 신식 문물들이 유입되는 통로였던 인천, 인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낯선 것이 두렵지 않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유구한 역사의 숨결을 느낀다. 그리고 플레이스막에서 인천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목격한다. 그렇기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향유의 장을 여는 것은 플레이스막의 일종의 소임인 셈이다. 오늘도 인천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해갈을 위해 플레이스막은 불을 밝힌다.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마틸다
플레이스막과 가까운 거리에 화려한 간판 대신 소박한 정원을 꾸며두어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개항로의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틸다가 있다. 원래 꽃집이었던 건물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건물 외관이 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면,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다른 세계가 열린다. 반전의 매력이랄까. 2층 테라스는 천장이 있어서 편안하고 근사한 식사를 하기에 제격이다. 주로 연인들이 테라스에 앉아 음식과 와인을 곁들인다고. 더 추워지기 전에 테라스에서 맛있는 식사와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보자. 어떤 공간보다도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공간이 소중한 법. 딱히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도 이미 특별한 날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틸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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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인천스펙타클 이종범, 청풍상회 유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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