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문학서점. 어서오세요, 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입니다.

07 문학서점.
어서오세요, 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입니다.
서점 문을 열고서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가장 먼저 서점 구석구석에 놓인 조명을 켭니다. ©조용현
서점 문을 열고서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가장 먼저 서점 구석구석에 놓인 조명을 켭니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죠. 항상 2인분을 내리는데, 대개 제가 혼자 다 마셔요. 그리고 매장에 음악을 켜둡니다. 벌써 3년째 반복하는 일상인데도 늘 좋습니다. (청소는 퇴근할 때 해요)
그러곤 서가를 둘러봅니다. 아, 오늘은 재고 정리를 해야겠어요. 요즘 많이 바빠져서 날 도와줄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커피를 한 잔 다 비울 때까지는 아무런 일도,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요.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조금 더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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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문학서점 Literary
어서오세요,
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입니다.
취향태그 #문학서점 — 지역태그 #서울특별시 — 개점일 2016년 07월 01일
두 개의 서점이 한 건물에 같이 있는 일이 흔하진 않을 거예요. 우리가 이곳 혜화동에 온 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조용현
아래층 ‘동양서림’ 위층 ‘위트앤시니컬’
두 개의 서점이 한 건물에 같이 있는 일이 흔하진 않을 거예요. 우리 책방은 대학로에 있어요. 우리가 이 동네를 택했다기보다 이 동네로부터 선택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대개의 서점은 한정적인 자산 사정 때문에 지역 선택의 폭이 좁아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곳 혜화동에 온 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책방은 처음 신촌에 자리 잡았죠. 2년 반이 지나 임대 계약이 끝나고 여건상 자리를 비워야 했어요. 그런데 때마침 동양서림 최소영 대표께서 함께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동양서림을 리뉴얼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요. 꽤 고민한 끝에 결국 이렇게 두 개의 서점이 한 건물에 함께하게 되었죠. 누구라도 동양서림의 역사와 혜화동의 고색창연함의 매력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위트앤시니컬 추천 책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1992년 04월 01일 발행 | 110쪽 | 값 9,000원
시인은 독특한 창의 가락으로, 세상 한편에 들꽃처럼 피어 있는 누추하고 쓸쓸한 마음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마음 시편들은 사라져가고 버림받고 외롭고 죽어 있는 모든 마음들을 따뜻한 모성의 육체로 애무하고 품는다. 자세히보기
세상에 시를 사랑하는 손님 즉 '독자'가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 책방이 지금껏 존속한 이유는 그들 '시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죠. ©조용현
‘시(詩)'와 ‘독자', ‘공간'
서점 구성의 9할 이상이 ‘시(詩)’로 이루어졌죠. 기획하는 행사와 여러 일들도 모두 시와 관련되어 있고요. 시인인 저도 책방을 시작하고 나서 세상에 시를 사랑하는 손님 즉 '독자'가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 책방이 지금껏 존속한 이유는 그들, '시(詩)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죠.
책방을 시작할 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가끔 예전의 책방 사진을 보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익숙한 것을 지키는 건 분명 편하고 안정적이죠.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이 살아남긴 힘들 거예요. 변화가 없으면 쉽게 지루해지죠. 지루해지면 찾아올 이유가 없고요. 독자들이 즐거워하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공들여 만들어온 것이니까. 그만큼 책임감이 커졌고요. 이제 저만의 책방이 아닙니다.
거동이 쉽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이층 책방 입구의 나선계단이 그분께는 높은 벽과 다름없죠. 막막한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어렵겠죠?” 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감히 “아니에요.”라고 답할 수 없었어요. 나선계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어요. 그래서, 1층에 있는 주차장이 딸린 책방이 되기로 합니다. 단순한 목표가 아니에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게 누구든, 이곳에 찾아오는 일에 어려움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만약 서점을 준비하신다면, 최소 반년은 버틸 수 있는 자본과 체력을 준비하세요. 서점의 최종 목표는 ‘버티기’랍니다. ©조용현
서점의 최종 목표는 ‘버티기’랍니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책방은 하루하루가 위기입니다. 매출은 늘 제자리걸음이에요. 최근에 고정 비용이 커져서 근심이 조금 더 늘었습니다. 만약 서점을 준비하신다면, 최소 반년은 버틸 수 있는 자본과 체력을 준비하세요. 다소 비관적으로 들리겠지만, 서점의 최종 목표는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마음먹느냐인 것 같아요. 지쳐버리면, 놓아버리면 쌓아놓은 시간의 몇 곱절 속도로 허물어져 버릴 거예요. 그런데 저는 등 뒤에 벼랑을 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적성에 맞아요. 욕심을 버린다면 꽤 멋진 일이죠.
작은 서점들이 급격히 늘었던 것처럼 다시 사라질 텐데 그사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우리 책방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해요. 가진 자산과 체력보다 하고픈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주 로또를 삽니다.
지금 작은 서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은 가히 혁명적이라 생각해요. 작은 서점들이 책을 사는 경험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죠. ©조용현
지금 작은 서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은 가히 혁명적이라 생각해요.
매년 도서 판매량이나 독서량 통계가 발표되죠. 숫자만 보면 책 시장이 정체된 듯 보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작은 서점들이 책을 사는 경험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책방에서의 책 구매가 경제 활동으로 끝나는 게 아닌 독서라는 정신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
모니터로 표지 이미지를 보고 구매하는 책과 서점에 직접 방문해 책을 펼쳐보는 과정을 거쳐 산 책이 같은 결론에 도달할까요? 아닐 겁니다.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선택하는 한 사람의 독서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독서로 계속 이어질 거라고 확신해요. 그뿐만 아니라 최근의 각 책방이 생산해내는 온·오프라인의 콘텐츠와 발굴된 저자들을 보세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너무 거창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것이 바로 우리 책방이 가야 할 방향이고 희망이랍니다.
2019년 6월의 어느 날
위트앤시니컬 책방지기 유희경 드림
위트앤시니컬 Wit N Cynical @witncynical
시전문서점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 전문 서점으로 오로지 시집만 판매한다. 함께 시를 읽고 쓰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연다. '동양서림'의 나선계단 위 2층에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71-1 (혜화동)
Everyday 11:00 ~ 23:00
www.instagram.com/witncynical
www.facebook.com/witncynical
동네서점 예약주문

퍼니플랜 외 15곳의 동네서점 운영자와 함께 씀 | 로컬앤드+퍼니플랜 펴냄 | 128 x 174mm 총천연색 | 값 10,000원 | 2019년 11월 11일 발행 예정으로, 발행 시 최종 표지 그림과 자세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The Neighborhood Bookshop Map Index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오늘의 동네서점은 안녕할까요? #오늘의동네서점2
이 책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0개월에 걸쳐 1년 이상 이웃과 소통하며 운영해 온 동네서점을 대상으로 기고받아 이메일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을 묶어 만들었습니다. 또한 총 약 4년간 이용자 제보를 받아 수집한 동네서점지도 인덱스의 독립서점을 20개의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책방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이웃과 공유하고, 독립서점은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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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서울의 독립서점으로,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7개의 선으로 엮었다. 서울 7개 동네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나가는 23곳의 동네서점과 이웃 문화 공간 5곳을 함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