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지도 4 | 이대 후문에서 25년 그림책서점 <초방>

신촌지도 4 | 이대 후문에서 25년 그림책서점 <초방>
다시 떠나볼까, 〈여행자의 동네서점〉으로 지난 해 9월 초판 발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6곳의 새 스팟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금, 도시 속 동네서점으로 착한 여행을 떠나볼까요?
젊음을 입은 아지트, 신촌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 © 퍼니플랜
젊음의 상징과 같은 동네, 신촌
언제나 젊은이들이 가득한 이 곳은 청춘의 시간처럼 뜨겁다. 신촌은 현란한 시각물이 어지러울 정도로 뒤엉킨 대규모 상업지구로 보인다. 하지만, 빽빽한 상업 중심가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골목에는 여전히 젊음을 누리고, 추억하고, 지탱하게 하는 동네서점과 문화공간들이 숨어 있다.
신촌은 여전히 청춘 같은 동네다. 나는 오늘 신촌 골목 구석에서 진짜 신촌, 진짜 청춘을 찾으려 한다.
① 프렌테 · 위트앤시니컬 → ② 미스터리 유니온 → ③ 문학다방 봄봄 → ④ 초방
초방 Chobang
그림책 서점의 시작
그림책은 읽기 쉽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란 생각이 변하고 어른들도 좋은 그림책을 찾으면서 최근 그림책서점이 많아졌다. 여기 신촌 이대 후문에는 25년 넘은 그림책서점이 있다. 1990년 어린이책방으로 문을 열어 19년째 그림책서점으로 운영 중인 <초방>이다.
<초방>은 처음 어린이 책방으로 시작해, 1999년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그림책 서점으로 전환했다. ‘세상 속에 있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각자의 열매 맺기 그리고 나누기’라는 목표로 25년의 시간을 그림책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점 공간은 조금씩 변해왔다. 처음엔 현재 서점 입구의 작은 공간으로 운영했다. 이후 전시장을 만들었고, 이 공간을 다시 서가로 확장해 지금의 책방 모습을 갖추었다. 책방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책도, 사람도, 손때도, 추억도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초방> 전시 공간 모습 © 구선아
초방의 25년
책방 주인장의 쌍둥이 딸 아명인 ‘초롱이’와 ‘방실이’의 첫 자를 딴 이름이다. 문을 열 던 해,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쌍둥이 자매는 어느덧 그 시절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 서점을 함께 운영한다. 오늘도 <초방>을 찾은 나를 쌍둥이 자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초방> 추천도서인 「옛날 옛날 관악산에」가 소품과 원화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관악산에 있는 동물바위를 소재로 만든 이야기로 서정적인 그림이 이곳과 꽤 잘 어울렸다. 그 옆으로 ‘오두막 연구소’ 푯말이 보였다.
“그림책 기획전시를 열거나 초방과 인연 있는 작가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에요.”
원화가 여럿 걸린 좁은 통로를 지나면 넓은 서점 공간이 나온다. 벽면 서가와 곳곳에 놓인 책 테이블엔 책이 가득했다. 구석구석 오랜 손때가 묻은 공간은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에 있는 도서관 같았다.
나무 마룻바닥과 벽면, 책장, 책 테이블은 각기 다른 색이지만, 오랜 시간만큼이나 서로에게 물든 듯 조화롭다. 미처 전시를 마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책들이 바닥과 의자에 놓여 있었고, 어딘가로 보낼 책들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전혀 어수선해 보이진 않았다.
책장엔 그림책 외에도 문학, 인문학 서적이 간간이 보였지만, 역시 그림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천천히 둘러보면 그림책 역사의 한순간을 발견할지도 아니, 어쩌면 그림책 역사의 흐름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25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초방>을 채우고 있었다.
<초방> 전시 공간에서 서점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 © 구선아<초방> 그림책 서가와 책 테이블 © 구선아
초방, 그림책, 공간
<초방>은 수요일과 토요일만 문 열지만, 다른 날도 책방은 여전히 분주하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책 관련 모임 ‘초방 작은 교실’을, 월요일과 금요일은 <초방>이 함께 운영하는 출판사 ‘초방책방’ 일 중심으로 돌아간다. ‘초방 작은 교실’에서는 그림책 읽기, 그림책 비평 연습, 그림책 워크숍뿐 아니라 크로키·모사·필사·바느질 등 자유 소재로 작업하며 즉흥연주, 리듬연주 또는 피아노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출판사 ‘초방책방’은 역시 그림책 중심으로 책을 만든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들이다.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모든 그림책은 그림책 워크숍과 주인장의 기획으로 만들어진다.
서점 한 편에 ‘초방책방’에서 출간한 책을 모아 진열하고 있었다. 유난히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이 많았다. 전통혼례를 올리는 새색시 옷차림을 한 땀 한 땀 그림으로 수놓은 「새색시」와 전통나무가구·장석·민화의 아름다움과 전통문양에 담긴 소망을 그린 「꽃향기에 나비 날고」, 조선왕조 정궁을 담은 「경복궁」과 퇴계 이황 선생님의 정신이 깃든 도산 서원을 소개하는 「도산서원」 등 아름다운 책들이다. 가장 최근 발간한 「순천만」도 다양한 생물의 풍부한 서식지이자 아름다운 경관을 그렸다.
<초방> 책 테이블에 놓인 국내외 그림책 © 구선아'초방책방'에서 발간 한 그림책 목록 책자 © 구선아
“초방을 전통문화 그림책만 출간하는 출판사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현대적 이야기를 지닌 그림책도 여럿 있어요.”
아마 전통 소재 그림책이 많지 않던 시절, 애착을 가지고 만든 책들이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계속 발견하고 남겨 온 ‘초방책방’이 고맙다.
어서 빨리 ‘초방책방’의 아름다운 새 그림책을 <초방>에서 만나고 싶다.
작가 구선아 | 출판 퍼니플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