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다시 떠나볼까, 〈여행자의 동네서점〉으로 지난 해 9월 초판 발간 후 1년이 지났습니다.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6곳의 새 스팟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금, 도시 속 동네서점으로 착한 여행을 떠나볼까요?

젊음을 입은 아지트, 신촌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 © 퍼니플랜

젊음의 상징과 같은 동네, 신촌
언제나 젊은이들이 가득한 이곳은 청춘의 시간처럼 뜨겁다. 신촌은 현란한 시각물이 어지러울 정도로 뒤엉킨 대규모 상업지구로 보인다. 하지만, 빽빽한 상업 중심가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골목에는 여전히 젊음을 누리고, 추억하고, 지탱하게 하는 동네서점과 문화공간들이 숨어 있다.

신촌은 여전히 청춘 같은 동네다. 나는 오늘 신촌 골목 구석에서 진짜 신촌, 진짜 청춘을 찾으려 한다.
프렌테 · 위트앤시니컬 미스터리 유니온 문학다방 봄봄 초방

문학다방 봄봄 Munhakdabang Bombom

문학을 나누는 다방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골목에 <문학다방 봄봄>이 있다.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문학을 이야기하고 책을 나누는 문화공간이다.

‘봄봄은 여름을 기다리는 봄(spring)일까, 무언가를 바라보는 봄(seeing)일까?’
공간 이름에 꼭 ‘문학다방’을 넣고 싶었다는 주인장은 ‘문학다방 발자크’, ‘문학다방 돈키호테’, ‘문학다방 둘시네아’ 등 여러 이름을 놓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결국, 김유정 작가의 작품 「봄봄」에서 따온 <문학다방 봄봄>으로 이름을 정하고, 2013년 12월 12일 문을 열었다.

주인장은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2009년도부터 독서 낭독 모임 ‘북코러스’를 시작했다. 낭독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고된 일과 속에서 많은 위안과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어느 날, ‘이제는 낭독 아지트가 필요해!’라고 생각한 주인장은 낭독과 책이 함께인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제주에서 할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제껏 함께 한 사람들과 계속하기 위해 서울에서 시작했지요.”
이곳저곳 공간을 물색하다 지금 자리에 터 잡은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다 최근에 주인장의 개인 운영 공간으로 바뀐 <문학다방 봄봄>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문학다방 봄봄> 내부에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 © 구선아한국 작가 얼굴이 걸린 벽면과 책 선반 © 구선아

봄봄의 책, 봄봄의 작가
<문학다방 봄봄> 간판 글씨는 남다르다. 최석운 화가가 써 준 글씨다. 어린아이 글씨 같기도 하고, ‘봄봄’을 소리 내 읽으면 다시 ‘봄봄’하고 메아리가 들릴 듯하다.

간판 아래 투명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네모반듯한 공간에 바 테이블과 가지런히 책 테이블이 놓였고, 벽면에는 국내 문학가 얼굴이 그려진 액자가 걸려있다. 주인장이 이인 화가에게 국내 시인, 소설가 30명의 얼굴을 그려달라 의뢰한 작품들이다. 현재는 김유정, 김수영, 윤후명, 김주영 작가 등 10여 명의 작가 얼굴을 전시하고 있었다.

“공간이 크지 않아 모든 그림을 전시할 수 없어서 일정 기간을 두고 바꾸고 있어요. 그림이긴 하지만 작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도 너무 세서 모두 함께 못 두겠더라고요.”
그림 위로는 나무 선반에 위태로울 만큼 책들이 꽂혀있고, 다른 벽면에는 책장을 두어 시집과 소설, 인문학 서적, 문학잡지 등 약 천여 권을 갖췄다.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고, 대여도 가능한 책들이다. 빼곡히 꽂힌 책 간간이 그림 속 작가들의 책도 있었다.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보물찾기 하듯 일부러 작가의 책을 찾아가며 책 선반을 살폈다.

선반 아래로는 특별한 책 테이블이 있다. 봄봄의 테이블은 모두 상판에 투명 널찍한 유리가 끼워져 있다. 투명 유리 아래 책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테이블은 진열대로 사용하거나, 커피와 음료를 즐기는 테이블로 사용한다. 테이블마다 다른 주제로 꾸몄다. 윤후명 작가 책, 주인장이 손수 고른 소설책, 봄봄 소식지가 각각 놓였다.

‘누군가 빌려 갔다가 돌아온 책들일까?’
마지막 테이블에는 이상의 책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이상 소설집부터 평전까지 다양했다. 비록 한 작가에 관한 책이지만 책마다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

문학, 인문 서적이 가득 한 벽면 서가 © 구선아책 테이블에 진열된 책과 놓인 책들 © 구선아

낭독은 입으로 하는 문학
주인장은 함께 읽으면 힘이 세지는 낭독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곳에서 글을 쓰고 다듬어, 2014년 「낭독은 입문학이다」를 출간했다. ‘낭독은 입으로 하는 문학’이라는 뜻으로 지은 책 제목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대학을 가며 노동운동, 학생운동을 하며 글쓰기를 잃었지요. 그래도 생각해보니 계속 글쓰기 그 언저리에 있었던 것 같네요.”
주인장은 문학은 한 장르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읽고 쓰는 모든 게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 전 팟캐스트 ‘문학수다방 봄봄’도 시작했다. 책을 함께 읽기 위한 활동의 확장이다.

대여도 가능한 <문학다방 봄봄>의 책들 © 구선아판매하는 책과 무가지물들 © 구선아

신촌 기차역 옆 좁은 골목, 오늘도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낯선 글귀를 함께 읽는다. 낯선 글귀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공간을 채우고, 낭독의 울림은 공간에서 차곡차곡 쌓여 <문학다방 봄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갈지 모른다.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문학다방 봄봄>이다.

작가 구선아 | 출판 퍼니플랜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
 신촌지도 3 | 문학을 나누고, 마시는 <문학다방 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