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꾼 책 '오래된 미래' ...책방 풀무질과 나 10

내 삶을 바꾼 책 '오래된 미래' ...책방 풀무질과 나 10
풀무질 책방을 연 지 3년이 지난 1996년 책 ‘오래된 미래’가 나왔다. 이 책은 내 삶을 바꾸었다. 나는 국민총행복(GNH)을 바란다. 좀 가난하더라도 사람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세상을 바란다. 작은 책방 지키기 25년! 도서출판 '한티재'가 동네서점 포스트에 1년간 연재해 온 성균관대학교 앞 ‘책방 풀무질’ 책방지기 은종복의 오래되고 따뜻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냈다. #동네서점브릿지
1996년에 나온 책 ‘오래된 미래’가 있다.

'오래된 미래'는 책방 풀무질에서 가장 많이 판 책이다. ©녹색평론사이 책은 스웨덴 평화활동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쓰고 녹색평론사에서 펴냈다. 그 출판사 발행인 김종철이 김태언과 함께 옮겼다. 이 책은 내 삶을 바꾸었다.
나는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일과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을 꿈꾸며 살았다. 물론, 노동자, 농사꾼, 도시 빈민들이 세상을 바꾸는 꿈도 함께 꾸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한 것은 살아있는 목숨들이 숨을 쉬는 지구가 더럽혀진다면 위에서 꾸었던 꿈들이 이루어질 수 없을뿐더러 이루어져도 쓸모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보라. 세상을 이루는 네 가지 물질 물, 불, 흙, 공기가 어떤가. 물은 사 먹거나 정수를 해서 먹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맛있게 먹었던 날은 다시 오려나. 불은 어떤가.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만들어 지구를 불지옥으로 만들려 한다. 흙은 메말라서 지구 곳곳은 사막으로 바뀌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범벅이 된 땅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 매연과 중금속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감동했다. 하지만 선뜻 책방 풀무질에 오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권하는 일에 좀 망설였다. 1996년도는 김영삼 정권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못 살게 만드는 정책을 국회와 사법부 전투경찰, 구사대를 동원해서 마구 펼쳤다. 그에 맞서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성대 학생들에게 ‘오래된 미래’ 책을 권했다가 욕을 먹을까 두려웠다. 그 즈음 한겨레신문에 어느 이름난 작가가 그 책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알렸다. 난 그 글에 용기를 얻어서 책방에 오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미래’ 책을 꼭 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입소문이 나서 그 책을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과제로 냈다. 그 선생이 또 다른 선생에게 소문을 내서 교양수업에도 과제물로 채택이 되었다. 책방 풀무질에는 성대 학생만이 아니라 대학로에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생들도 오고 고려대학교 학생들도 온다. 그 학교 교수들이 그 책을 과제로 냈다.
나는 국민총행복(GNH)을 바란다.
'국민총행복'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 둔다. ©한겨레21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는 부탄에서 1970년대에 만들어낸 행복 개념이다. 점차 관심이 높아져 2007년 4월, OECD는 국민총행복을 목적에 따라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의 4개의 세부 행복지수로 구분하고 각 국가의 GNH 정도를 측정하였다. * 위키백과 로부터 발췌
대부분의 나라는 국민총생산을 국가지표로 삼는다. 그 나라가 얼마나 많이 돈을 벌고 있는지가 국력을 나타낸다. 나는 국민총행복을 바란다. 좀 가난하더라도 사람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세상을 바란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경제개발을 멈추고 성장만을 외치는 목소리를 잠재울 때다. 일등주의, 학력중심주의, 경제성장주의를 버릴 때만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온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책방 풀무질을 맡아서 일을 시작했다. 책방을 연지 3년이 지나서 책 ‘오래된 미래’가 나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 책을 읽었다. 인도 북부에 있는 라다크 마을 이야기다. 아이들이 더 어린아이를 돌보고 나이 든 사람을 서로 보살피고 야크라는 동물에서 나온 똥을 거름으로 쓰고 땔감으로 쓴다.
동네 사람들은 서로 돕고 평화롭게 지내던 곳이 서구에서 편리한 기계문명과 문화가 들어오면서 공동체가 깨지고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간다. 글쓴이는 이런 일을 몇십 년 동안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 사람들 정이 없어지고 자연이 더럽혀지는 사회로 가는 모습은 지구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책방 풀무질에서만 ‘오래된 미래’는
몇 년 동안 몇천 부가 팔렸다.

녹색평론 2017년 1-2월호 ©녹색평론사녹색평론사에서 나중에 알아보니 교보문고 전 매장에서보다 풀무질 한 곳에서 훨씬 많이 팔았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책방 풀무질로 어느 낯선 사람이 왔다. 50대 중반에 눈빛 맑은 남자였다. “제가 ‘오래된 미래’ 책을 10부를 사려고 했는데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전화했더니 그만큼 없다고 해서 대구에 있는 녹색평론사에 전화를 했어요. 풀무질에 가보라고 해서 왔네요. 이렇게 작은 책방에 이 책이 서른 권 넘게 가진 게 놀라워요.” 그 손님은 한동안 책방 풀무질 단골이 되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1997년 2월 말이다. 성대 학생이 돈을 25만 원을 주면서 ‘오래된 미래’ 책을 보고 싶은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거저 주라고 했다. 그 학생은 겨울에 막노동해서 목돈을 모았는데 어디다 쓸까 하다가 내가 권해 준 그 책을 읽었고 그 책은 여러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책에 이름이라고 써 달라고 했다. ‘이 책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드립니다. – 성불회 법우 합장’ 성불회는 성균관대학교 불교학생회다. 나도 그 뜻에 따라서 5부를 더 보태서 그 책을 만지작거리고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 학생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지금은 40대 초반 나이. 여전히 고운 마음으로 살리라.
“은종복 씨 나랑 점심밥 먹어요. 책방 문은 잠깐 닫고 같이 나갑시다. 이런 작은 책방에서 우리 책을 많이 팔아 주어서 고마워서 내가 대구에서 일부러 왔네요.”
나는 어머니가 싸 주시는 도시락밥이 제일 맛있다. ©숲노래
그렇게 책이 많이 팔리니 대구에서 녹색평론사를 꾸리고 계신 김종철 선생이 오셨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늘 어머니가 싸 주신 도시락밥을 먹었다. 책방 문을 닫으면 그 동안 책을 사러 오거나 책방에 들르는 사람들은 돌아가야 한다.
물론 책방 문에 쪽지를 남겨두고 1시간쯤 나갔다가 와도 괜찮겠고, 멀리서 나를 보러 오신 분을 생각하면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싸 주신 밥이 맛있다. 그리고, 책을 팔았다고 내가 대접을 받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히려 좋은 책을 펴내는 녹색평론사와 김종철 선생이 고마울 뿐이었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무겁게 발길을 돌리는 선생께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만 몇 번 했다.
2017년 10월 1일 마음 넉넉한 한가위를 바라며,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 사진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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