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리 꼬마들의 그림책 아지트 #제주책약방

종달리 꼬마들의 그림책 아지트
#제주책약방
책약방의 취향 #그림책서점 — 지역 #제주특별자치도 — 영업시작일 2018. 09. 18
종달리는 제주올레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곳입니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끝날 땐 망설임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시작과 끝을 앞두고 서성이던 시간에 잠시 머물며, 온전히 혼자 나를 만나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시작과 끝인 이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책방은 마을의 초등학교 후문에 있습니다. 하굣길에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죠. 주말에 운동장에 놀러 온 아이들이 잠시 쉬며 머무는 아지트가 될 수 있기를. 어린 시절, 제가 머물던 서점과 레코드가게가 제 삶에 영향을 주었듯 책방에서 책을 만나 꿈꿀 수 있길 바랐습니다.
©Funnyplan
책약방은 사람 대신 책이 지킵니다.
혼자 우연히 책방에 들어선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책을 펼칠 때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은 짧은 이야기 안에 감동과 성찰이 있습니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아닌, 그림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를 받죠. 아이들만 본다고 여겼던 한 권의 그림책이 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그림책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만나길 바랍니다.
매주 '오후 세 시의 책방'이란 이름의 그림책 낭독모임을 엽니다. 계획해서 모이는 게 아니라, 오후 3시에 우연히 들른 동네 꼬맹이들과 여행자, 주민이 함께 어울려 소리 내 그림책을 읽습니다. 책약방은 그림책을 매개로 여행자와 이주민, 이웃이 함께 마음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별자리 심리와 타로 상담을 합니다. 내가 가진 걱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좀 더 깊이 있는 상담이 필요하면, 전문 상담가를 소개해드립니다.
책약방은 그림책 '구덩이' 같은 곳입니다.
책방의 책 자리를 매만집니다. 무인책방이다 보니 책 꽂힌 순서가 바뀌거나, 바닥에 떨어진 경우가 많아요. 다시 제자리에 꽂으며, 무슨 책이 떠났을까 찬찬히 살핍니다. 빈 책 자리를 보면 누가 어떤 모습과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만났을까 상상해봅니다.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두었던 일기와 방명록을 펼칩니다. 이곳에 잠시 머물던 사람들이 남긴 글을 읽어봅니다.
'잠시나마 따뜻했구나, 다행이구나.'
우연히 만난 손님과 특별한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책방에 혼자 머물고 돌아갔던 손님이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저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이곳에서 '혼자인 시간'을 가진 사람이기에 더욱 유대감이 생깁니다. 모두 이 '구덩이'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길 가만히 기다려 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책약방은 그림책 '구덩이' 같은 곳입니다. 한 아이가 한없이 구덩이를 팝니다. 그리고 그 속에 가만히 들어가 앉습니다. 어느새 구덩이에서 꼬물거리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갑니다. 나도 구덩이에서 나옵니다.
책약방 추천책 〈구덩이〉
다니카와 슌타로 글, 와다마코토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펴냄 | 2017. 09. 30 발행 | 값 12,000원
마을이 함께 지키는 책방이 되어갑니다.
개점 후 몇 개월은 이곳의 에너지가 가만가만 흘러가는 곳이길 바랬어요. 그래서 간판조차 달지 않고, 온전히 우연에 기대어 문만 열어두었습니다. 이제는 동네 꼬맹이들이 책방지기가 되어 책방을 함께 꾸려줍니다. 그리고 마을 청년들이 문단속도 해줍니다. 고맙게도 마을이 함께 지키는 책방이 되어가고 있죠. 재방문하시는 손님도 많이 늘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구도 없는' 공간이 때론 가장 큰 위로를 준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책방의 책을 채우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책방지기에겐 이게 가장 큰 무거운 고민입니다. 제가 책을 사서 책이 떠난 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일에 다른 일을 하고 받은 월급으로 책방의 책을 삽니다. 어느 날 내 통장에 2만 원이 남았을 때, 이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야, 책약방 가자!"
마을로 들어서는데, 동네 꼬마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얘길 들어보니 꼬마 친구들이 이곳에 종종 머물렀다고 하네요. 이 이야길 듣고 결심했습니다. 이곳을 반드시 지켜야겠다고요. 그리고, 아지트처럼 이곳에 머물렀었다는 녀석들을 책방지기 2호, 3호.. 6호로 임명(?)했습니다. 지금은 책방에 출근해 아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찾는 게 몹시 행복한 일이 됐습니다. 어느 날은 문 앞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더군요.
"책 읽고 가세요. 사면 더 좋아요."
혼자서는 어려운 지속 가능한 서점 만들기
돈 벌려면 책방 해선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 역시 책방 준비할 때 "책방을 왜 하려고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고,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책방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마을을 변화시키는 현장을 지켜보며 배우기도 했죠.
직접 책방을 꾸려보니, 정부 지원의 빈자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도서유통 문제 해결의 부재, 지원금 중심의 책방 지원정책 등... 정부가 서점의 지역 문화와 예술, 인문 전반에 주는 영향과 파급효과에 좀 더 관심 갖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점 운영이 지속하도록 실질적인 지원 정책으로 뒷받침해주세요.
나에게 동네서점이란 '길 위의 위로'입니다.
책방 하기 전에는 여기서 하고픈 게 많았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한 심리상담, 온전히 혼자 머무는 공간이자 마을 사랑방,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공간, 그림책 전시, 상담가나 치료사가 쉬는 공간, 그림책을 통해 위로하는 공간 등등.. 하지만 지금은 이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제 꿈은 전국 곳곳에 책약방이 생기는 것입니다.
오늘 어느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삶의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시 종달리 책약방에서
양유정 책방지기 드림
책약방 Chaekyakbang @chaekyakbang
제주 올레길 1코스 종달리에 있는 아주 작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쓴 약보다 달콤한 그림책을 소개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기자기하게 내부를 꾸몄다. 현관 옆에 걸린 작은 의자 위에는 운영자가 추천하는 '오늘의 그림책'을 올려 둔다.
© 내 취향의 책방 어디일까? #동네서점 / 동네서점지도 검색창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을(를) 입력하고, 주변의 함께 가볼 만한 공간을 찾아보세요. 동네서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메일 뉴스레터로 편하게 받아보세요. 무료!
#BookshopmapIndex #오늘의동네서점2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퍼니플랜 외 15곳의 동네서점 운영자와 함께 씀 | 로컬앤드+퍼니플랜 펴냄 | 128 x 174mm 총천연색 | 값 10,000원 | 2020년 02월 20일 발행 예정으로, 발행 시 최종 표지 그림과 자세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동네서점은 안녕할까? #오늘의동네서점2 프로젝트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2017년부터 전국의 동네서점 이야기를 기고 받아 뉴스레터에 연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연재글을 엮어 책으로 펴냅니다. 이 책에는 2015년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약 4년여간 이용자 제보를 통해 수집한 동네서점지도의 독립서점을 20개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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