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로그 | 곽재구 시인과 순천역 앞 <책방 심다>

인터로그 | 곽재구 시인과 순천역 앞 <책방 심다>
책방으로 떠나는 도시 속 착한 여행,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6개의 선으로 엮어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서점은 도시 여행자의 팍팍한 삶에 휴식과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후원금은 「여행자의 동네서점」 책자와 지도 제작에 쓰입니다.
이 6개의 선은 책·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6일간의 여행 코스로서뿐 아니라, 데이트 코스와 휴일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와 책자를 들고 책방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순천역 앞, 작은 책방 <책방 심다>
순천역 앞에 작은 책방이 있다.
순천역에서 기차 시간이 남았다면 어정쩡하게 플랫폼을 서성거리지 말고 순천역 앞 작은 동네서점 <책방 심다>에 가보자.
서점은 항상 반가운 인사와 책 속의 한 줄이 적힌 칠판이 문 앞에 나와 손님을 맞이한다. 하늘빛을 닮은 창틀과 문, 귀여운 노란색 간판이 눈을 끈다. 젊은 사진가 부부가 올해 2월, 작업실 겸 동네서점 <책방심다>를 열었다.
순천역 앞 <책방 심다>의 외부 ©책방심다
순천역 맞은편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책방 심다>는 독립출판물부터 대중 서적까지 작지만 신중하게 한 권 두 권 고른 다양한 책을 갖추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비롯하여 그림책, 사진집, 여행과 관련한 책들이 많았다. 부부가 여행을 다니며 모은 각국의 특별한 그림책과 팝업 북도 서점 한편에 전시되어 있고, 사진을 전공한 부부가 수집하거나 작가들이 선물한 사진 작품들이 서점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책들은 빌려 갈 수 있도록 작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 만들었다는 <Blind Date with a Book> 코너가 흥미로웠다.
한창 책 소개팅이 진행 중이었다. 주목받지 못한 좋은 책들을 골라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책을 대표하는 태그들을 골라 붙였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책은 손님에게 여행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운명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순천역 앞 <책방 심다>의 책방 내부 ©책방심다독립출판물이 전시된 책 테이블 ©책방심다 ‘Blind Date with a Book’ 코너 ©책방심다
책방 부부는 서점이 책 속의 지식과 사람의 지혜가 만나고 교류하는 장소이길 바란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의 원데이 클래스와 강좌,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 중이었다. 한 달에 두 번씩 지역민들의 독서모임을 위해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하고, 서점의 단골손님들 요청으로 <수상한 북클럽>이라는 독서모임도 곧 시작 예정이다.
또한 독립출판사를 겸하고 있어 소소하게 책 만들기를 함께 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엔 서점 문을 닫고 도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부부가 함께 학교로 간다. 특히 매주 화요일에는 땅끝 마을에서 배를 타고 ‘넙도’라는 섬으로 들어가 부부가 함께 사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부 둘 중 누구의 꿈도 서점 주인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진과 그림이 좋았던 것처럼 책이 좋았고, 책이 좋은 것만큼 사람이 좋았을 뿐이었다. 사진과 그림, 책과 사람. 이 모든 것이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의 작은 동네 서점 <책방 심다>를 있게 한 것 같다는 주인장 부부.
원데이 클래스 진행 중인 책방 ©책방심다
책을 만들어 주는 나무를 많이 심고,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될 때까지 잘 가꾸고 싶다는 부부는 나무를 키우듯 <책방 심다>도 잘 가꾸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나무숲 속에서 책방에 오는 많은 사람과 함께 즐겁게 놀고 싶다고 한다.
지역주민들과 순천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책방 심다>가 편한 나무그늘 같은 휴식처가 되어 ‘일상 속 여행지’ 혹은 ‘삶의 쉼표’ 같은 공간이길 바란다.
곽재구 시인과 <책방 심다>
<책방 심다>의 손님 중엔 특별한 단골손님이 있다.
1981년 '사평역에서'로 등단하여 포구기행으로 유명해진 곽재구 시인이다. 꾸준히 시집도 출간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와 아동문학, 여행 에세이도 많이 선보였다.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운 시어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다.
좋은 성품과 인간성 그리고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인식을 지닌 젊은 신혼부부 주인장이 <책방 심다>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곽재구 시인.
시인은 순천역 앞에 나올 때마다 이 작은 책방에 들르곤 한다.
오늘도 시인은 바쁜 일정 중에 <책방 심다>에 들러 숨을 골랐다.
<책방 심다>에 들른 곽재구 시인 ©책방심다
이 작은 동네서점 단골인 유명 시인이 평소 어떻게 책을 구매하는지, 동네서점을 찾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했다.
사소한 질문에도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곽재구 시인 ©책방심다
“시인님은 평소 책을 어떤 루트로 구입하시나요?”
“순천 역전에 나올 때 이렇게 서점에 들르곤 하지요.”
“책을 온라인 혹은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에서 사는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온라인 서점의 경우 직접 배달해주는 것이 편리하죠. 하지만 동네서점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정겨운 체취를 느낄 수 있어 좋지요."
삶의 정겨운 체취라...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게 되고, 공간의 작은 변화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그 변화에 점차 관심을 두게 되는 것. 이 모든 게 동네서점이 손님에게 줄 수 있는 정 깃든 체취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책방 심다> 주인장 부부와 대화 중인 곽재구 시인 ©책방심다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고, 구매하시나요?”
“여행 관련 서적을 가장 많이 읽고 구매합니다. 그리고 그림 동화책이지요. 그다음엔 자기 분야에서 20년 이상 열정을 쏟아 온 사람들이 쓴 전문분야 서적을 봅니다.”
시인의 포구기행과 예술기행을 엮은 책이 생각났다.
“최근에 <책방 심다>에서 산 책 중에 몇 권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음, 세 권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시인은 시집과 그림책 그리고 독립출판물 등 다양한 분야의 참 예쁜 책들을 꼽아 주셨다.
에쿠니 가오리의 첫 번째 시집인 그녀의 71편의 시가 담긴 ‘제비꽃 설탕 절임’과 사노 요코의 그림책,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산 얼룩 고양이가 표지에 그려진 ‘100만 번 산 고양이’ 그리고 독립출판물 바보 샛별의 ‘안녕하세요, 나의 오늘’이었다. 세 권 모두 읽어 보지 못한 책이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이 책들을 찾아 읽어 봐야겠다.
<책방 심다>에서 곽재구 시인 ©책방심다
그리고 나는 사심 가득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동네 주민이나 여행객이 <책방 심다>를 찾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시인의 답변이었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질문 중 하나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이다. 세상의 자, 사람들의 자로만 들이대었기에 제대로 나의 크기를 잴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도 나만의 ‘마음의 자’를 찾아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책방 심다>는 젊은 주인장 부부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체험해가는 교실과 같다고 시인은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이 작은 책방이 사람과 이야기가 가득한 책방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이번 주말엔 곽재구 시인이 "무심코 왔다가 처음 오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시골 역에 찾아갈 수 있다"고 추천하는 순천역으로 가보자.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책방 심다>에 들러보자. 이곳에서 ‘마음의 자’ 하나를 얻어 갈 수 있길 바래본다.
이곳에서 ‘마음의 자’ 하나 얻어 갈 수 있길 바래본다.
<책방 심다>에서 곽재구 시인과 주인장 부부 ©책방심다
글/사진 구선아 · 일러스트 이예연
기획/제작 퍼니플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