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로그 | 음악과 시가 함께하는 서점 프렌테X위트 앤 시니컬

인터로그 | 음악과 시가 함께하는 서점 프렌테X위트 앤 시니컬
책방으로 떠나는 도시 속 착한 여행,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6개의 선으로 엮어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서점은 도시 여행자의 팍팍한 삶에 휴식과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후원금은 「여행자의 동네서점」 책자와 지도 제작에 쓰입니다.
이 6개의 선은 책·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6일간의 여행 코스로서뿐 아니라, 데이트 코스와 휴일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와 책자를 들고 책방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한 공간에 카페와 두 개의 서점이 공존하고 있다.
커피와 맥주를 파는 '카페 파스텔'과 음반과 책, 디자인 소품 편집숍 <프렌테> 그리고 시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파스텔 뮤직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파스텔'과 편집숍 <프렌테>가 함께 있는 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책 그것도 ‘시(詩)’를 다루는 서점이 함께 운영되는 건 흥미로웠다.
이 곳은 신촌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
아직 간판이 없어 자칫 지나칠 수도 있지만, 2층, 3층이 시원하게 유리창으로 된 붉은 벽돌 건물을 찾으면 된다.
카페와 서점은 넓고 질서정연했다. 출입문에 들어서면 <프렌테>가 있고, 창가 쪽으로는 <위트 앤 시니컬>이 자리 잡았다. 안쪽은 '카페 파스텔'을 위한 공간이다.
이 세 공간은 한 명이 운영하는 공간처럼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로웠다.
카페 파스텔에서 바라 본 <프렌테>와 <위트 앤 시니컬> <프렌테>와 <위트 앤 시니컬>
하나에 하나를 더했더니 둘이 아니라 둘 이상의 큰 시너지가 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함께 한다는 것이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았다.
시너지가 더 많다는 두 서점. 여행자는 다양한 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프렌테>와 <위트 앤 시니컬>은 벽을 따라 나무 책장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책장마다 각기 디자인도 다르고 책도 다른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서점의 책은 각각 다양하지만 책을 잇는 흐름이 존재했다.
책의 흐름은 시집에서 시작하여 예술 혹은 인문학 서적으로 끝나기도 하고, 소설 혹은 수필에서 시작하여 시집으로 맺어지는 책들이었다. 이는 물리적 성질뿐만이 아니라 심리적 동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두 개의 서점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서점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프렌테>에서 <위트 앤 시니컬>로 이어지는 서가와 책
음악이 있는 서점, <프렌테>
<프렌테>는 합정역 근처에서 운영할 땐 하루 3시간밖에 운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올해 6월에야 비로소 제대로 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음반과 독립출판물, 일반 서적 그리고 디자인 소품까지 다루는 <프렌테>는 어느 편집숍 못지않게 꽉 찬 구성을 자랑한다. 중앙 진열대를 두어 문구류, 수첩, 지갑, 조명 등 예쁜 디자인 소품을 골라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등 16명의 작가가 그려진 손수건이 탐났다.
<프렌테>의 음반 진열 서가와 소품 그리고 독립출판물들
음반 진열대는 마치 레코드숍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LP판과 CD가 가지런했다. 서점이나 카페에 앉아 바라보면, 마치 그림과 사진이 전시된 모습처럼 보였다.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영화도 비슷한 걸까.
<프렌테>는 감성적 공유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 나도 파스텔뮤직 아티스트 몇몇의 오래된 팬이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헤르쯔 아날로그’를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다른 회사 소속이지만 ‘루싸이트 토끼’도 꽤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익숙한 감성을 느끼는 것일까. <프렌테>의 책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프렌테>에서 큐레이션하여 진열해 둔 여행책
독립출판물부터 소설, 수필, 인문학, 예술서까지 다양하지만, 어떤 비슷한 감성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프렌테>에선 ‘처음학교’라는 강좌가 있다. 배우고 싶은 소소한 것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강의다. 바느질하기, 사진찍기, 편집하기 등은 물론 곧 소설 쓰기, 시 쓰기 강좌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문학 분야 강좌는 <위트 앤 시니컬>과 함께 한다.
<위트 앤 시니컬>와 <프렌테>의 시와 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협업 프로그램들이 기대된다.
처음 상점을 운영해 본다는 이 서점의 주인장. 유희경 시인은 6월 가오픈부터 두 달여간 몸무게가 7킬로나 빠졌다.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시인이 진심으로 꾸린 <위트 앤 시니컬>엔 특별한 ‘시(詩)’가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의 '오늘 서가'와 '시인의 책상'시를 필사하여 시인에게 전달하는 '시인의 책'
'오늘 서가'는 어떤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집을 추천하는 코너다.
매일 매일 다른 콘셉트로 서가를 꾸미고, 다른 책을 꽂는다. 시인 주인장이 매일 아침, 서점 문을 열자마자 책을 고르고, 살핀다.
‘시인의 책상’에서는 손님들이 앉아 시를 필사한다.
필사한 시를 손님에게 주는 게 아니라, 작가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손님이 필사한 시집을 받은 시인은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 나의 시를, 나의 삶을 읽고 꾹꾹 눌러 써준다는 건 왠지 찡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아침 서가를 새로 꾸미는 유희경 시인
시인은 책을 사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책을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를 강요하지 말고, 책 읽을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동네서점이 많이 생기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렌테>와 카페가 잘되어야, <위트 앤 시니컬>도 잘 된다고 말하는 시인.
시집 골라주는 시인, 유희경 <위트 앤 시니컬> 주인장
지하철을 탔는데 모든 사람이 시집을 읽고 있다면, 그게 더 끔찍하지 않을까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지하철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도 무섭지만, 모두 시집만 읽는다면 그 또한 오싹한 일일 것같다.
사람들은 이 곳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시집 한 권을 사고,
시집을 사러 왔다가 음반을 사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시를 읽는다.
글/사진 구선아 · 일러스트 이예연
기획/제작 퍼니플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