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로그 | 최초의 추리소설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인터로그 | 최초의 추리소설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책방으로 떠나는 도시 속 착한 여행,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6개의 선으로 엮어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서점은 도시 여행자의 팍팍한 삶에 휴식과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후원금은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도와 책자 제작에 쓰입니다.
이 6개의 선은 책·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6일간의 여행 코스로서뿐 아니라, 데이트 코스와 휴일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연인과 함께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
신촌 기차역 근처에 시집 전문서점이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콘셉트의 유일무이한 서점이 생겼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 특별한 서점에 찾았다. 바로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대 방향의 일방통행 길 사이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밖부터 서점 안까지 나무로 한땀 한땀 공들인 아늑한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무 냄새와 책 냄새가 섞여 있었다.
추리소설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주인장은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수년간 해오다 지난 2월 책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두 달이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가게를 얻고, 책을 꾸리고, 서점 운영 방식을 배우러 교육에 쫓아다니다 보니 7월 5일에서야 문을 열게 되었다.
빼곡히 책이 꽂힌 서가의 <미스터리 유니온>
아직 책 정리가 덜 되었다지만 빼곡히 미국, 프랑스, 독일, 기타 유럽, 한국, 일본 등 나라별로 분류된 서가는 정갈했다.
장르 소설 공모전이 따로 열리고, 장르 소설 작가를 발굴하는 요즘이라고 하지만 추리소설만 파는 서점이라니.
“어떻게 추리소설 전문서점을 할 생각을 하셨어요?”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아가사 크리스티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정도를 떠올리는 나에겐 이 서점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처음 보는 책,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 많았다. 책 표지와 띠지에 쓰인 흥미로운 문구가 계속 나의 눈을 잡아당겼다. 한국 추리소설이 꽂혀있는 서가에선 평소 친분이 있는 작가의 책도 보였다. 해외 오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난 듯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약 1,600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여기 꽂힌 책을 다 읽어보셨어요?"
"아니요. 이제부터 읽어야죠."
반짝이는 눈으로 웃음 짓는 주인장. 책 읽을 생각만 해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미스터리 읽기의 제안
추리 소설을 읽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 많은 독자가 처음엔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 읽는다. 그 후에 추리 소설 읽기가 깊어지면 국가별로, 때로는 추리 소설 역사를 따라, 혹은 사조별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읽기 방법이 있다. 바로 '주제'별 읽기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매달 테마에 따라 추리소설을 추천하고 서가를 꾸밀 예정이다.
'북 앤 미스터리' 포스터와 책, 작가, 서점에 관한 추리소설
‘책 사냥꾼의 흔적’, ‘비밀의 요리책’, ‘살인자의 책’, ‘편집된 죽음’ 등 책 이름만 봐도 주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책들이었다.
책을 돋보이게 하는 책 진열대히가시노 게이고 판화 액자와 책이 함께 진열된 모습추리소설 작가들의 판화 액자
그리고 서가 사이사이 특별한 책,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올려놓는 책 진열대를 두고 있었다. 귀중한 보석을 올려놓듯, 책이 놓여 있어 눈을 끌었다.
판매 상품은 아니지만, 추리소설 작가의 얼굴을 판화로 찍은 액자가 책과 함께 진열되어 있기도 했다. 왠지 작가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것만 같았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오래도록
서점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미스터리 유니온>.
가지고 있는 책도 다 꼽지 못해 고민 중인 이 작은 책방은 아직 SNS 계정조차 없다. 골목 안쪽에 위치하여 지나가다 눈에 띄기 어려운 장소라 책방 소개와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장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책방 운영이 안정화 되면 SNS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고, 점차 모임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때마침 점심을 먹고 지나던 <프렌테> 매니저와 <위트 앤 시니컬> 주인장 유희경 시인이 서점에 들렀다. <미스터리 유니온>과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이웃 서점들이다. 서가 한편을 다 채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보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열 명이라는 소문도 있어요.”
책과 작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번 사 갔던 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 사이 두 서점 주인은 책도 한 권 골랐다. 다른 분야의 서점이지만, 서점 주인이 자신이 읽을 책을 다른 서점에서 사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서점 주인 세 명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내가 끼어들지 않고 오롯이 관객으로 남고 싶었다.
책방 안에서 바라 본 <미스터리 유니온> 책 쇼케이스와 바깥 풍경
장르 소설의 계절, 여름.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에 들러보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편견이 있던 사람도 한 발자국 추리소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구선아 · 일러스트 이예연
기획/제작 퍼니플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