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역사책방'이 산처럼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동네서점 '역사책방'이 산처럼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동네서점 '역사책방'이
산처럼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는 사람을 만났다.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와 산처럼 출판사의 윤양미 대표다. #동네서점브릿지

영추문 근처에 자리한 어느 책방에 들어서면 세계 곳곳의 여러 역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서가에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며 잠시 과거의 시간으로 떠나볼 수 있는 이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는 일 년간 역사 서적들을 찾으며 책방의 서가들을 천천히 채워갔고, 역사 중심의 인문 서적을 소개하는 산처럼 출판사의 윤양미 대표는 잊혀졌던 역사적 인물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있다. 인터뷰 내내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던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이곳에서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강연을 함께 기획하기로 했다.

글.사진 최지원

책방의 위치를 영추문 근처에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백영란 대표(이하 백영란) 역사 책방이라, 책방의 위치를 사대문 안에 두고 싶었다. 작년 2월부터 일 년 넘게 사직동 일대부터 창덕궁, 광화문 지역까지 모두 돌아보며 책방을 열 만한 곳을 찾았다. 몇 군데의 후보가 있었지만 지금의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에는 공간이 너무 허름하고 너저분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책방으로 운영했을 때의 좋은 가능성들이 느껴져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방의 서가를 구성하는 기준은
백영란 책방을 운영하기 전부터 일 년간 책방에 진열할 책 리스트를 만들었다. 주변 지인에게 직접 책 추천을 받기도 했었고, 온라인의 도서 리뷰도 찾아서 많이 읽었다. 평이 좋은 책들 위주로, 책을 쓴 저자들도 상세히 살펴보며 책 리스트를 정했다. 분야별로 꼭 필요한 주제의 책들도 많이 찾았다.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책방에 오는 부모나 손주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어서 책방에 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아동 역사책을 진열하는 어린이 섹션도 만들었다.

그밖에도 책방에 방문한 손님들이 책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아서, 추천받은 책을 진열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촌에 살고 계신 분들이 그곳에 관한 섹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관련 섹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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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방 백영란 대표역사책방 외관

세계사부터 신화, 국제정치 등 역사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는데
백영란 이전에 대형 서점에 가서 역사 관련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를 살펴본 적이 있다. 코너에 진열된 책자의 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체계적으로 진열되어 있지는 않더라. 주로 판매량이 높은 몇몇의 책들이 잘 보이도록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책들은 독자에게 주목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비중을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 때문에, 서가 구성에 관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된다. 역사책방에는 서남아시아나 유목민, 북한사 등 다른 서점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섹션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최근에에는 조선시대의 전쟁과 교와 관련된 책들도 많이 진열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교류 없이 고립해 지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와 많은 교류를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선시대 때만 해도 여진과 다양한 교류가 있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교류나 전쟁을 다룬 책들을 모으고 있다.

역사책방만의 특별한 기획은
백영란 매달마다 그 달의 역사적 기념일과 관련된 서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역사책방이기에 기획할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했다. 일단, 매달 전시를 해보자고 시작했지만 앞으로 전시의 형태를 점점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책방에서 어떤 방식으로 역사적 기념일을 기억할 수 있는지에 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있다.

역사책방 내부

역사와 관련한 강연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백영란 다양한 형태로 역사 관련 강연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예정이다. 처음 강연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에는 일단 교보문고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간 위주로 강연을 기획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계속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강연자와 강연을 들으러 온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 방향성과 변화를 고민할 생각이다.

역사책방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12
운영시간 매일 10:30 ~ 22:00 (일요일 10:30 ~ 18:00)

산처럼 출판사 윤양미 대표

'산처럼'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인상적이다.
윤양미 대표(이하 윤양미) '산처럼'이라는 이름은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의 호에서 빌려 왔다. 김원봉 선생의 호인 '약산(若山)'은 '같을 약', '메 산'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나키스트적인 지향을 가져가자는 바람으로 '약산'이라는 호를 풀어 출판사 이름을 짓게 되었다. 또한 어떤 억압이나 통제와 같은 것들에서 벗어나, 편견과 고정 관념을 깨는 책을 내고 싶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레드 로자』 등 조금은 생소하지만 특별한 인물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윤양미 『레드 로자』의 경우, 로자 룩셈부르크의 일대기를 만화 형식으로 그렸지만, 이전에는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평전으로 쓴 『가네코 후미코』를 낸 적도 있다. 이처럼 과거, 혁명적인 삶을 삶았던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계속해서 소개하고 싶다.

사실 『레드 로자』를 처음 기획했던 당시에 마케팅 조사를 진행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판매가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체로 많았고, 누가 '로자 룩셈부르크'라는 인물을 기억하겠냐고 묻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출간하고 나니 20대 여성 독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백영란 진취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선이 좋은 것 같다. 그런 책들이 오히려 역사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역사책방에서도 '여행' 섹션에 나혜석 화가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담은 『조선여성 첫 세계일주기』를 진열했는데, 많은 분들이 그 책을 찾는다.

사실 많은 사람이 역사를 외워야 하는 학문, 재미없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인물사를 통해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한국사 위인전기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접했던 경우가 많고, 또 그 덕분에 역사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도시 지도로 세계사를 살펴보는 『메트로폴리스』도 새로운 느낌이다
윤양미 일 년에 한 번씩 일본의 서점을 방문해 여러 책을 살펴보곤 하는데, 우연히 일본어로 번역된 『메트로폴리스』 책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도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메트로폴리스』의 경우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도시 지도들의 발전사를 볼 수 있어 매우 좋다. 또한 지도 한 장에 각각의 역사들이 잘 응축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여러 지도를 통해 압축적인 세계사를 볼 수 있는 동시에 지도의 발전사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책을 만들면서 많이 감탄했다.

향후 출판하고 싶은 책은
윤양미 독자들과 호응하는데 있어 책의 비주얼적인 요소 또한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메트로폴리스』나 『레드 로자』와 같은 책의 비주얼적인 측면을 강화한 책들을 기획할 예정이다. 또한 역사 속 여성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서전인이나 평전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산처럼 추천도서

두 사람 모두 역사 관련 책을 소개하는 일을 만큼, 공통된 고민이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백영란 워낙 역사가 학계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 대중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 있어 역사학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역사학이 과학은 아니지 않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역사를 깊이 탐구하려는 노력 자체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역사가 사람들의 이야기와 결부되는 지점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양미 독자를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하다. 역사책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처럼 소모임이라 하더라도 독자들이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여사는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문학과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독자층이 넓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백영란 아직 강연 프로그램이 정식 포맷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도 독자과 소통하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갈 예정이다.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윤양미 '역사'에 관련된 텍스트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그런 시도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문학을 좋아했던 사람도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또한 책과 관련된 북토크나 강연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유투브 채널을 통한 영상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이니, 책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개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도 독자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관해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다시 떠나볼까, 〈여행자의 동네서점〉
지난 해 9월, 초판을 발간한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신촌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 7개를 만들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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