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앞 책방은 어디로 갔을까?...책방 풀무질과 나 #7

 대학가 앞 책방은 어디로 갔을까?...책방 풀무질과 나 #7

대학가 앞 책방은 어디로 갔을까?...책방 풀무질과 나 #7

이번 글은 정말 쓰고 싶지 않은 글이다. 하지만 꼭 써야 할 글이다. 지금 대학가 앞 책방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싸게 샀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책방 지키기 25년! 도서출판 '한티재'가 동네서점 포스트에 1년간 연재해 온 성균관대학교 앞 ‘책방 풀무질’ 책방지기 은종복의 오래되고 따뜻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냈다. #동네서점브릿지

책방 풀무질과 나 #7

사람들은 동네 책방에서 책을 보고, 인터넷서점에서 샀다. ©숲노래

이번 글은 정말 쓰고 싶지 않은 글이다. 책방을 꾸리는 사람으로 책방 살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써야 할 글이다.

1990년대 중반 도서 완전정가제가 무너지면서 인터넷서점이 빠르게 커졌다. © 책방 풀무질

미국을 빼곤 대부분 나라가 완전도서정가제를 한다.
책은 다른 상품과 달리 자유시장 경쟁에 맡기면 동네 책방도 문 닫게 되고 작은 출판사들도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완전도서정가제가 무너지고 책을 싸게 주는 인터넷서점이 생겼다. 대형서점들은 출판사에 몇 달 뒤에야 현금이 될 수 있는 어음으로 책값을 주었다. 그런데, 인터넷서점들은 책값을 현금으로 치러 대형서점보다 싸게 책을 받았다. 그렇게 싸게 받은 책을 사람들에게 싸게 팔았다.


지금 대학가 앞 책방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동네 책방이 문을 닫으니 사람들은 더욱 인터넷서점이나 시내 대형서점을 찾는다. 사람들은 예전에는 책방에서 손으로 만지면서 책을 살까 말까 골랐는데, 이제는 인터넷서점 화면이나 손전화기에서 알려주는 정보로 책을 샀다.

인터넷서점에 돈을 내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된다. © 책방 풀무질

출판사들은 인터넷서점에 책을 알리려고 돈을 낸다.
인터넷서점에 돈을 내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된다.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서점 화면은 천만 원짜리 광고판이다.

동네 책방이 씨가 마르고 인터넷서점이 공룡처럼 커졌다. 그러자 인터넷서점은 출판사에 책을 더 싸게 달라고 했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책을 팔아 주지 않았다. 시내 대형서점도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인터넷서점은 큰 출판사에는 책값을 모두 주지 않고 외상으로 깔아 놨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어떤 출판사에는 1억 원쯤 외상값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출판사들은 인터넷서점에 끌려다닌다. 그곳에서 책을 팔아 주지 않으면 출판사를 끌어갈 수 없다. 그러니 작은 출판사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서점에다 광고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살아남는 방법 단 하나, 책값을 올렸다.
정가 10,000원이면 될 책을 15,000원으로 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지 않았고,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싸게 산다고 인터넷서점을 이용했지만, 결국 비싸게 책을 사게 됐다. 동네 책방이 없으니 책을 다양하게 볼 수도 없게 됐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싸게 샀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책방 풀무질은 지하에 있고 간판이 잘 안 보여 사람들이 쉽게 찾지 못한다. © 책방 풀무질

성대 학생들이 2학년이 되도록 책방 풀무질을 모른다.
서울 명륜골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책방 꾸린지 25년째다. 물론 책방이 지하에 있고 책방 간판이 눈에 안 띄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책방 풀무질에서 책을 정가에 팔기 때문이다. 책을 조금이라도 싸게 팔면 학생들끼리 바로 입소문이 난다. 손전화기를 통해 서로 알려주어서 빠르게 소문이 퍼지기 때문이다.

책방 풀무질에서는 책을 싸게 팔 수 없다. 풀무질에서는 인문사회문학 책들은 한 권 팔면 20%쯤 남는다. 학생들은 대부분 카드로 책을 사기에 수수료를 떼면 그렇다. 책방 풀무질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대학 전공도서와 수험서가 더 많이 팔린다. 이런 책들은 카드로 구매하면 10%밖에 남지 않는다. 책방 살림을 꾸릴 수 없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출판사에 책값을 준다. 이제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기업형 대형 중고서점은 동네 책방을 뿌리채 뽑고 있다 © 책방 풀무질

이제, 중고서점이 동네 책방을 뿌리까지 뽑고 있다.
동네에 대형 중고서점까지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새로 나온 책들도 버젓이 헌책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다. 자신들이 꾸리는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서 다시 자신들이 꾸리는 중고서점에서 팔면 책값을 더 많이 쳐준다.

예전에는 자신이 읽은 책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동네 도서관이나 아름다운헌책방 같은 뜻 있는 곳에 거저 주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형 중고서점에 책 팔아서 돈 버는 일에 익숙하다. 보지 않는 책들이 늘어나고 책장을 늘릴 수는 없고 먹고살기는 힘들어서 헌책을 판다.

대형 중고서점은 아주 쾌적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있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앉아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 간단한 마실 거리도 판다. 책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컴퓨터 검색기가 여러 대 있다. 일하는 사람들도 친절하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신, 읽던 책을 거저 주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던 세상은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으며 만들려고 했던 따뜻한 공동체 사회는 점점 멀어져 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러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아프고 다시는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또 써야 한다. 가슴이 찢어진다.

'민들레가게', '아름다운헌책방'은 동네 마을 공동체를 꾸리는 힘이다 © 책방 풀무질

내일은 또 돈을 어디서 빌려야 하나. 출판사에 책값을 주어야 책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는 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 같다. 종로구청에 가야하나. 아니면 사채라도 써야 하나. 아, 내가 책방 25년 하면서 신용불량자란 이름으로 불릴 날이 멀지 않았다.

2017년 7월 1일 날도 흐리고 내 마음도 흐린 날에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 사진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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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동네서점은 1년에 4번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입니다. 전국 각 지역의 책방지기가 글·사진을 직접 쓰고, 해당 지역 작가와 협업 제작합니다. 지금 전국 가까운 책방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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