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식물 그리고 고양이 공존의 형태... 오버그린파크 02
책과 식물 그리고 고양이 공존의 형태... 오버그린파크 02
안녕하세요, 식물책방 '오버그린파크' 손예서입니다.
해 드는 자리에 비친 잎의 그림자는 언제 봐도 아름다워요. ⓒ오버그린파크
어느덧 긴 팔을 챙겨 입어야 하는 계절이 되었네요. 태양이 많이 낮아져서 해가 잘 들지 않던 가게에 빛이 드는 걸 보며 가을을 실감합니다. 유난히 손님 없었던 9월이었고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습니다. 인적이 드문 숲속에 있는 것 같았죠. 가을로 넘어가는 오버그린파크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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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책읽기
책 읽기에 대한 깊은 사유가 들어 있는 책, 문학 평론가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오버그린파크
서점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글과 멀어지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였어요.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책 읽거나 글 쓰는 것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글을 가까이할 마음이 안 생겼어요. 의식적으로라도 책을 가까이에 두고 많이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려고 서점을 열게 되었죠. 실제로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없다는 함정이 있지만요.
제가 글을 좋아하게 된 명확한 계기는 없어요.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은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유일한 수단이었어요. 문장 하나에 많은 생각을 하고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졌어요. 혼자 읽고 있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혼자’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어디든 자유롭게 유영해 가는 것 같았습니다. 끝없이 사유하고 소통하고 재생산해내는 과정 자체가 책 읽기의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공존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들어있는 여러 의미와 해석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행위입니다. 가볍게 들고 다닐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 독립출판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런 것들은 참 좋은 일이에요.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
“공기 정화되는 식물은 뭐예요?”
정해진 자리에서 제 몫만큼 최선을 다해 자라고 있어요. 몬스테라 오블리쿠아 ⓒ오버그린파크
많은 사람이 식물 구매할 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합니다.
“어떤 종류든 작은 식물 하나로는 크게 효과가 없습니다.”
식물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식물에게 꽤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에요. 공기 정화나 전자파 차단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오브제로써 예쁘게 치장해놓기를 원하지요. 이러한 마음으로만 식물을 곁에 두면 좋은 관계가 되지 못합니다.
싱그러운 초록의 새잎을 내는 떡갈잎 고무나무. ⓒ오버그린파크
식물은 사람과 대화할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형태로 소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한 편하고 적합한 환경과 작은 변화에도 크게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교감할 수 있어요. 식물은 새잎 하나를 낼 때, 꽃망울이 생길 때, 낙엽 질 때 등 변하는 모습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이 부족하진 않은지 꾸준히 관찰하고 가꾸면 훨씬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랍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습니다.
| 낯선 곳에서 함께 한 시간
동네에서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들. ⓒ오버그린파크
처음 이 동네에 와서 눈에 띈 것이 고양이들이었어요. 꽤 여러 친구가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중 유기묘(버려진 고양이)로 추정되는 어린 고양이가 가게에 자주 와서 챙겨주다가 저와 한집에 살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동네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었어요. 사실 길고양이에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처음엔 경계하던 아이들은 제가 물과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뒤로는 저의 일상을 관찰하고 있어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저의 작은 행동이 그들과 교감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잘 알진 못하지만, 조금씩 서로 이해하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버그린파크 책방지기가 땅을 고르는 작업 중이다. ⓒ오버그린파크
낯선 동네에 문을 연 서점 주인과 척박한 뒷골목에 자리 잡은 고양이. 같은 공간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 둘은 꽤 좋은 인연이지 않나 싶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이들과 더불어 잘 살 방법을 찾고 있어요. 말이 오가는 대화는 없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교감하고 느끼며 더불어 살아갑니다.
오버그린파크에 사는 책과 식물 그리고 고양이.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이들과의 공존의 형태에 대해 고민합니다.
당신만의 비밀정원 가꾸는 정원지기,
오버그린파크 손예서 드림

책과 식물이 있는 공간, 오버그린파크. 책과 식물을 함께 판매한다. 주로 동·식물/자연/환경 관련 서적과 시집, 에세이, 잡지, 독립출판물도 취급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이 조용한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20길 14-1 (당산동1가) | Mon-Fri 10:00-18:00, Sat 14:00-18:00 (일요일 휴무, 기타 휴무 시 SNS 공지) | 02-2677-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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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ighborhood Bookshop Map Index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퍼니플랜 외 15곳의 동네서점 운영자와 함께 씀 | 로컬앤드+퍼니플랜 펴냄 | 128 x 174mm 총천연색 | 값 10,000원 | 2019년 11월 11일 발행 예정으로, 발행 시 최종 표지 그림과 자세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오늘의 동네서점은 안녕할까요?
#오늘의동네서점2
이 책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30개월간 1년 이상 이웃과 소통하며 운영해 온 동네서점을 대상으로 기고받아 이메일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을 묶어 만들었습니다. 또한 총 약 4년간 이용자 제보를 받아 수집한 동네서점지도 인덱스의 독립서점을 20개의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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