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제주 인문지도 by 라바북스

4화. 제주 인문지도 by 라바북스
같이 걸을까, 이웃과 만나는 즐거운 인문여행
이번 주말엔 가족·친구와 인문지도를 들고 가까운 책방에 들러 보는 건 어떨까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사고,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인문 공간을 방문해 이웃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속초, 대구, 부산, 제주, 광주, 대전 책방지기들이 우리동네 인문 공간을 소개합니다. 2017년 1월부터 6주간 인문360° 웹사이트에서 연재하고, 그 이야기를 모아 3월에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으로 발간합니다.
이번 주말엔 책방지기들이 소개하는 공간으로 인문여행을 떠나요.
인문지도만들기 프로젝트 humanitiesmap.com
우리나라 최남단 책방 주인 김은영
놀멍 쉬멍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제주 산책길을 소개합니다
제주 인문지도 by 다다
"위미리"
제주 위미에 오길 참 잘했다 싶어요. 사계절이 참 좋고 고마운 위미입니다. 봄이면 벚꽃 피고 겨울이면 동백이 가득해요.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앞으로 조금만 걸어나가면 아름다운 위미항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언제든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에요.
제주 바다를 따라 나지막이 자리한 위미 마을
위미는 어르신이 많이 사는 시골 동네입니다. 제주 돌담길을 따라 골목골목 찬찬히 걸으면 매일매일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마당에 걸린 빨래가 말라가는 풍경, 낮잠 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줘요.
바람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제주 돌담가슴이 확 트이는 제주 하늘 아래 제주 바다
제주도가 나날이 개발되면서 새 길이 많이 났습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둘러싸고 있는 일주도로도 조금씩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서점 앞이 일주도로였는데, 지금은 북쪽에 생긴 큰 도로가 일주도로가 됐습니다. 한때 일주도로였던 길을 따라 올레 5코스 산책로가 나 있습니다. 책방은 올레 5코스와 이어져 있어요.
검은 현무암이 아름다운 제주 남쪽 바다
올레 5코스는 제주 남쪽 바다를 따라 걷는 산책로에요. 위미 바다는 검은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모래 해변이 펼쳐진 동쪽 바다와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져요.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들고, 햇빛에 비친 잔물결이 반짝입니다. 다른 올레 코스에 비해 사람이 적어 혼자 조용히 걷기 좋습니다.
위미 바다에 서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어요. 남쪽 바다라 아침에는 왼쪽에서 해 뜨는 것이 보이고, 저녁에는 오른쪽에서 해 지는 것이 보입니다. 하루 중 언제고 위미 바다 앞에 서면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이라 겨울에도 걷기 좋아요. 위미에는 동백군락지가 있어, 겨울이면 동백꽃이 만개해요.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에도 꽃이 핍니다.
위미리 동백군락지에 활짝 핀 동백꽃
서울에서 다른 일을 하다 도시 생활에 지쳐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위미에 작은 책방을 연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아침에 출근해 커피 한 잔 내리고, 메일 확인하고, 빈 책을 다시 채워 넣습니다. 동네 친구들이나 지인이 놀러 오면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눕니다. 하루하루가 평화로워요.
라바북스 책방 전경. 통유리로 책이 보인다
책방 이름 정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을 보여 드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어서 '라바북스'라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라바북스는 제가 서울에 있을 때 틈틈이 작업했던 독립출판물 사진집 'LABAS(라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LABAS는 불어로 '그곳'이라는 뜻이에요. 간혹 만화 캐릭터 라바에서 따온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계시지만요.
책방지기 취향으로 고른 책이 담백하게 진열되어 있다
라바북스는 독립 출판물, 국내외 그림책, 외국 잡지 위주로 판매합니다. 책의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다른 책방에 없는 그림책과 사진집이 많습니다. 제 취향으로 골라 선보이다 보니, 손님들이 책을 반가워해 하실 때 저도 행복해요.
독립출판물이 정갈하게 놓인 책방 매대
지난여름에는 심야 책방 '라바북술'을 열었습니다. 이웃에 있는 '비레이지 게스트하우스' 1층 펍에서 술도 팔고 책도 파는 문화 행사를 했어요. 여름밤에 맥주 한잔하며 책 읽는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 번만 하려다 한 달간 매주 진행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매년 열고 싶어요.
라바북스 대한민국 최남단 독립출판서점
주요 인문활동: 독립출판서점, 여름심야책방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0석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 영업시간: 11:00-18:00 (매주 수요일, 셋째 목요일 휴무) | 전화번호: 010-4416-0444 | 이메일: labas.book@gmail.com
웹사이트: www.labas-book.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labas.book
트위터: www.twitter.com/labas_
위미에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이웃 시스베이글 덕분입니다. 서울에서 알고 지낸 사이인데, 제주에 카페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마침 제주에 내려오고 싶었던 터라, 이웃 가게로 나란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어서 큰 힘이 되고,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나란히 자리한 시스베이글(좌)과 라바북스(우)시스베이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화이트로 모던하게 꾸민 시스베이글 매장
시스베이글은 두 자매가 함께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직접 베이글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일본 생활 소품을 판매해요. 안락한 분위기와 맛있는 베이글 덕분에 손님이 많습니다. 책방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책방으로 오가는 손님도 많은 편입니다.
베이글은 이스트를 안 쓰고 천연 효모로 만들어요. 시간을 머금고 천천히 만들어지는데 그만큼 쫀득쫀득 맛있습니다. 오후에 가면 베이글이 다 팔리고 없어서 먹기 힘들어요.
소품 판매하는 편집샵 코너
계절마다 시스베이글과 함께 작은 마켓 '도토리장'을 열어요. 안 쓰는 물건, 헌책, 아티스트 수제품 등을 팝니다. 동네 이웃뿐 아니라 제주 및 서울에 계신 아티스트 분들도 셀러로 참여해요. 예쁜 물건들이 저렴하게 나와서 제주 전역에서 물건 사러 시간을 들여서 옵니다. 동네 지인들과 무엇을 계획하고 함께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시스베이글 천연효모로 만든 수제 베이글 카페
주요 인문활동: 직접 구운 베이글, 플리마켓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15석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 영업시간: 11:00-18:00 (매주 수요일, 셋째 목요일 휴무) | 전화번호: 010-6697-5083 | 이메일: sisbagel@gmail.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isbagel
블로그: http://sisbagel.blog.me
비레이지는 올레 5코스 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책방 손님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나이도 먹었고 사는 장소도 바뀌었는데, 마음 통하는 이웃을 만나 참 감사합니다. 유모차 타고 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걷고 말도 하고 저를 이모라 불러 줍니다. 혼자 제주 내려온 저에게 비레이지 분들은 가족 같은 분들입니다.
마당 있는 2층 주택 비레이지 게스트하우스 전경창밖으로 귤밭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실내
비레이지 게스트하우스는 2인실만 4개가 있는 작은 숙소예요. 귤밭에 둘러싸여 있고, 멀리 바다도 보입니다. TV가 없어서 저녁에 조용히 책 읽으며 쉬기 참 좋습니다. 아침이면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에서 깨 햇빛 받으며 바닷가로 산책하러 나갈 수 있어요. 맛있게 차려 주는 아침밥 먹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기 좋은 곳이에요.
1층은 작은 펍으로 운영됩니다. 수목금 저녁에만 문을 열어요. 어르신들이 사는 조용한 동네라 생맥주 한잔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동네 사람이나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비레이지 펍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 마시곤 합니다.
비레이지 게스트하우스 귤밭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숙소
주요 인문활동: 게스트하우스 | 무선인터넷: WIFI 제공 | 좌석 수: 2인실 4개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해안로 129번길 17 | 영업시간: 체크인 17시, 체크아웃 10시 | 전화번호: 010-6569-7979
블로그: www.belazy.co.kr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belazy.bnb
제주는 역시 귤이죠. 비레이지를 출발해 위미캔들로 향하면, 길 따라 귤나무가 가득합니다. 봄에는 귤꽃 향이, 겨울에는 귤 향기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혀요.
검회색 벽돌과 나무로 지어진 매장 전경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위미캔들 매장현무암, 동백, 귤 등을 모티브로 만든 위미캔들 소품
위미캔들은 부부가 함께 캔들을 만들어 팔아요. 제주 샵 여러 곳에 입점해 판매하다가, 찾는 손님이 많아 매장을 열었어요. 위미캔들이 생기면서 위미리가 더욱 아기자기해졌어요. 제주에서 몇 안 되는 동갑내기 친구가 가까이에 공간을 열어 무척 반가워요.
위미캔들은 제주 기념품으로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제주를 대표하는 현무암, 돌하르방, 동백, 귤 등을 주제로 캔들, 디퓨저, 향초 등을 만들어 팝니다. 부부가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를 닮은 캔들도 팔아서, 고양이 애호가들이 좋아해요.
위미캔들 제주 기념품 파는 캔들 가게
주요 인문활동: 제주 기념품 공방 | 무선인터넷: 미제공 | 좌석 수: 0석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41 | 영업시간: 11: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 이메일: wimicandle@naver.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wimi.candle
제주는 어디를 가도 학교가 크고 예쁩니다. 서점 가까이에 있는 위미초등학교도 참 예뻐요. 귤나무와 동백으로 둘러싸인 학교 안 작은 숲길로 저녁 무렵 산책을 나서곤 합니다. 넓고 포근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이 평화로 와요.
학교에 심어진 귤 나무운동장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두 소년이 자그맣게 보인다
위미초등학교가 개교한 지 80년이 다 되어가요. 이 동네도 아이들 수가 적어 학년마다 한두 반이 고작이라 아쉬워요.
아이들은 하굣길에 가끔 책방이 놀러 옵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냐고 묻기도 하도, 이 책 저 책 열심히 구경도 합니다. 개구지고 활기찬 아이들을 보면 덩달아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위미초등학교 산책하기 좋은 예쁜 학교
주요 인문활동: 초등학교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57 | 전화번호: 064-760-0210
홈페이지: http://wimi.jje.es.kr
"나에게 동네서점은 OOO이다"
나에게 동네서점은 ‘사랑방’입니다
제주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이 책방에 놀러 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갑니다. 동네 이웃들의 포근한 사랑방이 되고 싶어요.
소박한 책방에서 책 읽는 이웃 주민
같이 걸을까,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
제주 인문지도 글 라바북스 김은영 X 사진 이효진 X 지도그림 다다
같이 걸을까, 인문지도 포스터 & 가이드북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 획 인문360° | 제 작 퍼니플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