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요조네 책방에 놀러오세요

1화. 요조네 책방에 놀러오세요
"그거 해서 돈 벌 수 있겠니?" 손님들이 '책방 무사'가 무슨 뜻이냐고 많이 물어보세요. 처음 서점을 한다고 하니 저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자고 책방 이름이 무사(無事)에요. 책방 무사는 2017년 3월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휴점하고, 11월 제주도로 이전 재개점했다.
안국역(3호선)에서 종로01 버스를 타고 원서고개에서 내리면 책방무사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책방무사
어서오세요,
책방무사의 요조에요
책방은 보통 오전 11시 정도에 오픈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 집에서 꾸물대느라 12시가 다 되어 문을 열었네요.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하는 일은 노트북을 켜고 음악을 트는 일이에요.
일본의 쇼난 지방의 지역 라디오 방송을 항상 틀어놓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음악이 좋아 즐겨듣던 방송이었는데 책방을 하면서 매일 틀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잠깐동안 책방을 눈으로 훑으면서 해야할 일을 재빠르게 정리해봅니다. 빈 책을 채우고, 꽃 병의 물을 다시 채우고, 바닥을 한번 쓸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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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책을 채우고, 꽃 병의 물을 다시 채우고,바닥을 한번 쓸고 등등등. ⓒ책방무사
사람들과 차들이 하도 쓰러트려 너덜너덜해진 입간판을 책방 앞에 세우고 난로를 켜놓고나면 대충 손님맞을 준비는 완료됩니다.
사람들과 차들이 하도 쓰러트려 너덜너덜해진 책방무사 입간판을 세우고 ⓒ책방무사
"그거 해서 돈 벌 수 있겠니?"
손님들이 책방 무사가 무슨 뜻이냐고 많이 물어보세요. 처음 서점을 한다고 하니 저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자고 책방 이름이 무사(無事)에요. 무사의 책들은 수익보다는 내가 좋은 책, 추천하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팔아요. 서점 운영할 만큼만 벌자는 생각이에요.
난로를 켜놓고나면 대충 손님맞을 준비는 완료됩니다. ⓒ책방무사
대충 가게 정리를 마치고, 이제 제 자리로 돌아와 커피를 내립니다. 커피를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엄청난 애호가는 아닌데 핸드드립을 연습하느라 매일 내립니다. 요리도 감이 아니라 결국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이라고 제가 아는 요리사 언니가 그랬거든요.
핸드드립을 연습하느라 매일 내립니다. ⓒ책방무사
"언니 이거 진짜 맛없어요"
그래서 책방을 오픈하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커피를 내렸습니다. 처음에 커피를 내렸을 때 마침 카페에서 일하는 아는 동생이 놀러와서 먹어보라고 했는데, 그 싫은 소리 못하는 애가 "언니 이거 진짜 맛없어요" 라고 분명하게 말하더군요. 지금 두달 가까이 내렸는데, 손님들에게 가끔 드리면 맛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예의상이겠지만요.
손님들에게 가끔 커피를 내려 드리면 맛있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책방무사
그게 왠지 정감있고
낭만적이잖아요
오늘도 역시 직접 내린 제법 마실만 한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전날 판매한 책들을 출판사별로, 작가별로 정리합니다. 저는 판매기록을 모두 수기로 작성합니다. 그게 왠지 정감있고 낭만적이잖아요.
뻥이고 제가 엑셀을 아직 못 다룹니다..
저는 판매기록을 모두 수기로 작성합니다. 그게 왠지 정감있고 낭만적이잖아요.. ⓒ책방무사
그리고 여러가지 업무들을 손님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속속 도착하는 택배박스 풀어서 책들 정리하고 재배치하고, 메일을 틈틈이 확인하면서 택배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하고, 궁금한 걸 물어오시는 분들께 답변해드리고, 입고 문의가 들어오면 어떤 책인지 확인하고, 거절 메일도 보내고, 꼭 입고 하고 싶은 책이 있다고 부탁메일도 보내고, 왜 책이 아직 도착 안 했냐는 메일에 쩔쩔매는 메일도 보내고..정말 엄청난 메일을 확인하고 보내는 작업을 합니다.
여러가지 업무들을 손님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책방무사
그 사이사이에 오시는 손님들은 한번에 많이 몰릴 때도 있고 약속한듯 조용한 날도 있습니다. 많이 몰릴 때는 정신없는 재미가 있고, 또 조용한 날은 한적한 재미가 있습니다.
많이 몰릴 때도, 또 조용한 날도 그 날만의 재미가 있습니다. ⓒ책방무사
읽고 싶은 책들을 한 권 두 권 섭렵하다가 하루를 보낼 때도 있고, 아는 사람이 놀러오거나, 출판사 관계자분들 혹은 멀리서 찾아오신 손님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한적할 때는 읽고 싶은 책들을 한 권 두 권 섭렵하다가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책방무사
오늘은 출판사 서해문집 담당자께서 오셔서 한참 얘기하다 가시고, 또 풋풋한 두 젊은이가 찾아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독립서점과 함께 진행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도 가끔 서점에 들러서 놀다가시곤해요. ⓒ책방무사
주민들과 소통하는
책방의 소소한 즐거움
책방을 열면서 주변의 가게들과 친해지게 된 것도 책방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맞은편에 있는 악세서리 가게는 가끔 책방이 닫혀있을 때 택배를 대신 받아주시곤 하는데 제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갖다 드리면서 감사를 표시하곤 합니다. 뿐만아니라 책방을 준비할 때부터 동네의 많은 가게 사장님께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셨어요. 카페 공드리, 버튼 디자인 숍 MIK, 설렁탕집 하동옥..
원서동 쪽으로 언덕을 넘어가면 보이는 작은 옷가게 GRAB 사장님은 얼마전 북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신다기에 유럽의 디저트 요리 투어책을 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근처 동네커피 사장님께서는 오늘 마침 제가 가지고 있던 책을 찾으시기에 빙봉군을 시켜 대여해주고 정말 맛있는 핫초코를 얻어왔답니다.
빙봉군이 동네커피 사장님께 책을 대여해주고 정말 맛있는 핫초코를 얻어왔답니다. ⓒ책방무사
저녁 여섯시 전후로
책방은 문을 닫습니다
이 동네는 지리적 특성상 하루의 사이클이 일찍 시작되고 일찍 끝나요. 근처에 한옥마을이 있어서 밤문화를 대표하는 술집 같은 것이 많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오후 다섯시 정도 되어 해가 어둑어둑 해지면 벌써 동네는 조용해집니다. 저도 슬슬 퇴근 준비를 하죠. 어쩌다 밤 손님들이 몰리는 날에는 더 늦게 마치기도 하지만 보통은 여섯시 전후로 책방은 문을 닫습니다.
책방 무사는 여섯시 전후로 책방은 문을 닫습니다. ⓒ책방무사
요즘 동네서점들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이번 펀딩이 잘 되면 동네서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동네서점지도 스마트폰 앱과 소책자를 발행할 거래요. 사람들이 서점에도 많이 가고 책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참 별 거 없는 하루인데 쓰다보니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좁은 공간에서 저는 그 어느때보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합니다.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읽으면서요. 7평짜리 작은 저의 세계 속 책들이 슬그머니 궁금해질 때 책방무사에도 한 번 가볍게 들러주세요.
그리고 늘,
무사하세요
책방 무사에서 요조 드림
2015. 12. 02
책방무사 Musabooks 동네서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10번길 3 (수산리)
운영시간 Fri-Tue 12:00 ~ 18:00 휴무일 수-목요일 휴무
소개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수산리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수산초등학교 부근의 (한)아름상회 간판을 단 곳이 바로 책방이다. "무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방 이름을 지었다. 2017년 3월 1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휴점하고, 2017년 11월 19일에 제주도로 이전해 휴점한 지 8개월만에 재개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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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가볼 만한 동네서점 검색하고 방문해보세요. 동네서점지도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만들어갑니다. 동네서점지도 www.bookshopmap.com
땡스북스와 퍼니플랜이 함께 동네서점 앱과 책자 제작을 위해 진행한 카카오 스토리펀딩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에 연재했던 글의 아카이브입니다. 2015년 12월 1일부터 2016년 1월 6일까지, 약 4주간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코스 7, 〈여행자의 동네서점〉 개정증보판
지난 해 9월, 초판을 발간한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신촌 1개의 새 코스를 추가하고, 서울의 동네서점 여행 코스 7개를 만들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책방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