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
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뽀얗게 몇 겹이나 쌓인 묵은 먼지들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면 보물 같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곳.”
– 새한서점 방명록 중에서

월, 수, 금 오전은 책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퍼니플랜


월, 수, 금 오전은 책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책을 발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워낙 많은 책이 있다보니, 분류해 놓았음에도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손때 묻은 책이 13만 권입니다. 안 보이는 책들은 찾는 데 한 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이게 아주 흔한 일입니다. 큰 규모의 헌책방을 하는 주인장들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취향을 구독하세요.
이 글은 〈동네서점 뉴스레터〉를 통해 매주 수요일 발행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독립서점의 이야기를 이메일로 가장 먼저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bookshopmap.com/newsletter




09 헌책방•고서점 Used books•Antique books

모두의 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어서오세요, 새한서점입니다.

취향태그 #헌책방 — 지역태그  #충청북도 — 개점일 1979년

새한서점에 오기 위해서는 하루 일곱 대만 다니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차를 타고 오신다고 해도 꼭 걸어야만 합니다. 숲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 시골입니다. ⓒ새한서점


숲길 막다른 곳에 손때 묻은 책 13만 권
우리 서점에 오기 위해서는 하루 일곱 대만 다니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차를 타고 오신다고 해도 꼭 걸어야만 합니다. 숲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 시골입니다.

“이 많은 책을 어떻게 다 모으신 거예요?”
“책은 여기까지 어떻게 옮기신 거예요?”

가끔 ‘숲속의 서점’이라는 테마에 맞게 책방을 꾸몄다고 아시는 분도 꽤 계세요. 하지만 제가 손님들께 해드리는 답은 좀 싱겁습니다. 사실 정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서점은 꽤 오래된 헌책방이에요. 도시에서 버티기가 힘들어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폐교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여의치 않아 이렇게 외진 숲속까지 흘러왔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서점이 나온 이후로, 일부러 들러주시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 다수 출연하고 영화 촬영지로 알려졌다고 하여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습니다. ⓒ새한서점


사진의 이면에 슬픔과 기쁨 있는 헌책방
자연 속에 있다보니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정화조가 얼 때도 있고,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서고로 물이 들이닥치기도 합니다. 신기하고 재밌는 일도 있습니다. 서고에 박쥐가 들어와서 천장에 매달린 적도 있죠. 해마다 벌집이 달리고 딱새들이 책 위에 새집을 짓고, 다람쥐가 돌아다니는 광경은 이미 익숙합니다. 서고에 문이 없다 보니 자연과의 경계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설 연휴에 하루 동안 120명 정도의 손님이 책방을 찾아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날 책방에서 팔린 헌책은 6권에 불과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헌책방 운영의 현실입니다. 방송에 다수 출연하고 영화 촬영지로 알려졌다고 해서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습니다.

그런가하면, 언젠가 장년층 부부 손님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저에게 너무 오고 싶으셨다며, 쇼핑백을 건네셨어요. 쇼핑백 안에는 과일과 조기, 나물, 그리고 동시집 한 권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죠. 게다가 동시집은 아주머니께서 직접 쓰신 책이었습니다. 진해에서 북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신다는 두 분은 저희 서고를 굉장히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동화책을 많이 사 가셨어요.

오랜 세월을 버텨오면서 손때 묻은 헌책들은 저마다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새한서점


‘헌책 파는 서점’에서 ‘문화콘텐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저는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운영해온 헌책방을 살리기 위해 단양으로 내려온 ‘책방 아들’입니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제가 이곳, 시골의 헌책방까지 오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아버지 세대의 헌책방 주인장들은 헌책을 파는 것만으로도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더는 헌책 판매로 서점을 운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새한서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책방을 직접 브랜딩(branding)해보고 싶었습니다.

새한서점만이 줄 수 있는 장소의 특별한 매력과 헌책이 책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책 파는 서점’에서 ‘문화콘텐츠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관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작은 노력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숲속의 문화산책>이란 문화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에 기여하는 저만의 방식이죠.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며 소통할 기회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새한서점


이웃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들어가요.
2017년부터 <숲속의 문화산책>이란 문화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대학로 연극인들의 재능기부로 시작된 희곡 공연부터 버스킹, 마술 공연과 프리마켓, 시 낭송회 등을 열고 있죠. 아무래도 혼자서 기획과 섭외, 진행까지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아요.

대부분 재능기부의 형태지만 제 사비를 털어 교통비와 숙박비를 드리고 부탁할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좀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만 지역에 기여하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서점에서 지역주민과 손님들이 함께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가까운 지역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특별한 굿즈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수제 노트와 펜, 도마, 캔들, 에코백, 책갈피 등을 만듭니다. 최근에는 단양 출신의 김지원 디자이너의 타이포그래피 <책과 숲> 디자인을 활용한 실크 수제노트를 출시했고, 단양에 있는 ‘카페, 단’, ‘단양, 밥 집’과 제천의 ‘림느린 감성가게’와 함께 ‘새한서점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오면서 손때 묻은 헌책들은 저마다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추억 위에는 새로운 추억이 쌓입니다. ⓒ새한서점


‘인생 샷’ 보다는 ‘인생 책’을 구하세요.
영화 <내부자들>에 서점이 나온 이후로, 찾아오는 손님이 부쩍 늘었습니다. 매일 꽤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책을 그저 사진을 위한 소품으로, 서점을 출사 장소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손님들이 많아서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인생 샷’ 보다는 ‘인생 책’을 구하셨으면 좋겠네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버텨오면서 손때 묻은 헌책들은 저마다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추억 위에는 새로운 추억이 쌓입니다.


단양 숲속 헌책방 새한서점에서
매니저 이승준 드림


새한서점 Saehan Bookstore @book_jun
헌책방 
1979년 서울 고대 앞에서 시작해 40여 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숲속 헌책방'이다. 13만여 권의 헌책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다.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현곡리, 새한서점) 
46-106, Hyeongokbon-gil, Jeokseong-myeon, Danyang-gun, Chungcheongbuk-do
Everyday 09:00 ~ 19:00 
www.shbook.co.kr
www.instagram.com/book_jun

© 동네서점지도 검색창에 ‘충청북도’을(를) 입력하고, 주변의 함께 가볼 만한 공간을 찾아보세요. 동네서점지도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만들어갑니다. 동네서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무료 구독하고, 전국의 가볼 만한 독립서점을 검색해보세요.

The Neighborhood Bookshop Map Index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퍼니플랜 외 15곳의 동네서점 운영자와 함께 씀 | 로컬앤드+퍼니플랜 펴냄 | 128 x 174mm 총천연색 | 값 10,000원 | 2020년 02월 20일 발행 예정으로, 발행 시 최종 표지 그림과 자세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동네서점은 안녕할까? #오늘의동네서점2 프로젝트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2017년부터 전국의 동네서점 이야기를 기고 받아 뉴스레터에 연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연재글을 엮어 책으로 펴냅니다. 이 책에는 2015년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약 4년여간 이용자 제보를 통해 수집한 동네서점지도의 독립서점을 20개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지금 동네서점 예약주문으로 응원해주세요. 예약주문하기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
 09 헌책방.이야기와 추억이 쌓이는 책의 숲 새한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