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고서점. 책이 잠시 기다리는 곳 통문관 (通文館)
09 고서점.
책이 잠시 기다리는 곳 통문관 (通文館)
청소와 책 정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금 책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죠. 정리해서 꽂기 위해 이 자리에 놓은 것입니다. 오래된 책들이기에 결국 계속 상처가 나는 책들이 많습니다. 자체적으로 수리도 합니다. 책이 훼손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일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사람이 책에 자리를 비켜줘야 합니다. 좋은 자리는 항상 책이 차지합니다. 그 후에 남는 자리에 사람이 자리를 잡죠. 우리 서점은 책이 주인입니다.
취향을 구독하세요.
이 글은 〈동네서점 뉴스레터〉를 통해 매주 수요일 발행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독립서점의 이야기를 이메일로 가장 먼저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www.bookshopmap.com/newsletter
안녕하세요, 3대째 인사동 거리 지키는 고서점 통문관(通文館)입니다. 매일 청소와 책 정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 서점은 책이 주인입니다. ©통문관, 퍼니플랜
09 고서점 Rare books
책이 잠시 기다리는 곳
어서오세요, 통문관입니다.
취향태그 #고서점 — 지역태그 #서울특별시 — 개점일 1934년 03월
과거 1920-30년대에는 종로2가와 을지로2가 부근에 인쇄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 책과 헌책을 같이 팔았던 서점도 많았죠. ©퍼니플랜
3대째 인사동 거리 지키는 서점
저는 할아버지(故이겸노)와 아버지(故이동호)에 이어 3대째 서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 서점에서는 ‘국학(國學)’ 관련한 서적을 주로 다뤘는데요. 요즘 말로 하자면 ‘인문학(人文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인문학과 조선 시대의 고서, 문학 분야의 초판본과 희귀본을 주로 다룹니다.
지금은 이곳 인사동길(관훈동)이 관광지로 많이 변했지만, 과거 1920~30년대에는 종로2가와 을지로2가 부근에 인쇄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 책과 헌책을 같이 팔았던 서점도 많았죠. 그 당시만 해도 서점을 하려면 이쪽에서 개점을 하는것이 용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쇄소와 서점이 파주 출판단지 등으로 모두 떠나고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은 게 바로 우리 서점입니다.
책의 먼지를 털고 정리하면서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 짠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때면 같은 책이라도 다룰 때 더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퍼니플랜
추억으로 쌓인 책의 먼지를 털어냅니다.
우리 책방에 오시는 손님 대부분이 단골입니다. 기억에 안 남는 손님이 없습니다. 선친이 돌아가시면서 유품 정리를 위해 연락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책들을 처분하십니다.
책의 먼지를 털고 정리하면서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 짠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 때면 같은 책이라도 다룰 때 더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창변(窓邊)〉과 〈님의 침묵(沈默)〉 초판본. 책의 역사와 가치를 모르면 어떻게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책방지기에게도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곁에 서지학(書誌學) 관련 책을 두고 읽곤 합니다. ©퍼니플랜
고서점도 요즘 위기입니다.
우리 서점의 매출액은 당연히 고서 중 희귀본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거래 건수는 학술서가 훨씬 더 많았었죠. 그런데 요즈음에는 학술서의 거래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책 읽는 사람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희귀본은 소장을 목적으로 거래되기에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죠.
이처럼 고서점도 요즘 위기입니다. 저는 공부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학연과 지연을 따지듯 책에도 이력이 있습니다. 이를 책이 출판될 당시의 역사, 보통 서지학(書誌學)이라고 합니다. 책의 역사와 가치를 모르면 어떻게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책방지기에게도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서점에도 서지학 관련 책들이 많습니다. 항상 읽는 건 아니라도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10년 동안 팔리지 않던 책도 때가 되면 찾아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서점은 책이 새 주인과 만나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곳입니다. ©퍼니플랜
나에게 독립서점이란, 책이 잠시 기다리는 곳
요즈음 생기고 있는 독립서점들에는 ‘소통'으로 가는 길과 ‘전문성’으로 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길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사랑방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거나, 자신만의 무기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통문관은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또한 독립서점도 서점이기에 기본은 다르지 않습니다. 책방 운영자를 ‘책 지키미' 또는 ‘책방지기’라고 부르듯 항상 책을 소중히 다루는 것이 기본입니다. 10년 동안 팔리지 않던 책도 때가 되면 찾아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면, “저 책이 이제 출가할 때가 됐구나.”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서점은 책이 새 주인과 만나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곳입니다.
15년 후 개업 백 주년에는 ‘고서 경매’를 열어볼까 해요.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해서 즐기는 축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2019년 6월의 어느 날
통문관 책방지기 이종운 드림
통문관 Tongmunkwan
고서점
1934년 관훈동에서 시작해 서점 자체가 역사인 곳이다. 근대의 시, 수필 등 고서 초판본을 만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5-1 (관훈동)
Mon-Fri 10:30 ~ 17:00, Sat Reservation only 일요일 휴무
www.tongmunkwan.co.kr
ⓒ 동네서점지도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만들어갑니다. 전국의 가볼 만한 동네서점 검색하고 방문해보세요. 함께 만드는 동네서점지도 www.bookshopmap.com
The Neighborhood Bookshop Map Index
안녕하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퍼니플랜 외 15곳의 동네서점 운영자와 함께 씀 | 로컬앤드+퍼니플랜 펴냄 | 128 x 174mm 총천연색 | 값 10,000원 | 2019년 11월 11일 발행 예정으로, 발행 시 최종 표지 그림과 자세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오늘의 동네서점은 안녕할까요?
#오늘의동네서점2
이 책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30개월간 1년 이상 이웃과 소통하며 운영해 온 동네서점을 대상으로 기고받아 이메일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을 묶어 만들었습니다. 또한 총 약 4년간 이용자 제보를 받아 수집한 동네서점지도 인덱스의 독립서점을 20개의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지금 동네서점 예약주문으로 응원해주세요! 예약주문하기
떠나볼까 서울의 독립서점으로, 〈여행자의 동네서점〉
여행자의 시선으로 동네서점이라는 작은 점과 점을 7개의 선으로 엮었다. 서울 7개 동네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나가는 23곳의 동네서점과 이웃 문화 공간 5곳을 함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