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예술서점. 행복을 찾아 무사히 순항 중 고스트북스

06 예술서점.
행복을 찾아 무사히 순항 중 고스트북스

책방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책방 창문을 모두 열어둡니다. 어제보다 조금은 더 경쾌한 오늘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열면 내부를 가득 채웠던 지난 밤의 정체되고 침울한 분위기가 빠지고, 희망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랍니다. 오늘 새로 방문한 손님이 이곳에서 충분한 만족과 편안함을 느끼길. 다시 찾아주신 손님도 지난날과 다른 새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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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스트북스 책방지기 김인철입니다. 책방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책방 창문을 모두 열어둡니다. ©조용현

06 예술서점 Art books

행복을 찾아 무사히 순항 중
어서오세요, 고스트북스입니다

취향태그 #예술서점 — 지역태그 #대구광역시 — 개점일 2017년 04월 07일

동문동 공기 좋은 3층에 있는 예술서점입니다.
이곳에 책방을 연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집과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처음 서점을 열 적당한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좀 더 번화가로 갈까? 아니면, 아예 조용한 곳으로 갈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집 근처에 ‘임대문의’라고 안내문을 써 붙인 곳을 발견했습니다. 배가 매우 고팠지만 바로 그 건물로 들어갔죠.

동문동은 개성 있는 공간들이 이제 막 문 열기 시작한 동네였습니다. 카페와 꽃집, 금속 공방, 의류 편집숍 등 매력 있는 공간들을 보며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었는데요. 위치는 3층. 손님 유입이 어렵지 않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조용한 3층의 공기에 안도했고 그 점이 여기 문을 연 두 번째 이유가 됐죠.

그렇게 해서 벌써 3년 차 책방이 되었네요. 우리 책방은 독립출판물과 예술 분야의 책들을 신경 써서 선별해 소개합니다. 그리고,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 서적도 나름의 기준으로 골라 비치합니다.

동문동 공기 좋은 3층에 있는 예술서점입니다. 우리 책방은 독립출판물과 예술 분야의 책들을 신경 써서 선별해 소개합니다. ©조용현

고스트북스를 여행하는 손님을 위한 안내서
우리 서점에서는 절대 먼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작은 공간이기에 어쩌면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하고 난 뒤,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면 손님에게 압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나름의 해결책은 최대한 말을 걸지 말자. 최대한 손님을 의식하지 말자는 거였죠.

사실은 손님이 어떤 책에 관심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하지만 자꾸 힐끗힐끗 쳐다본다면 분명 그 손님들도 그 눈길을 느끼게 되겠죠. 손님이 가장 편안하게 책을 고르고 읽도록 제 존재를 지우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책에 관해 여쭤보시면 빵긋빵긋한 미소로 성실하게 답변해드리죠!

우리 서점에서는 절대 먼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물론 책에 관해 여쭤보시면 빵긋빵긋한 미소로 성실하게 답변해드리죠! ©조용현

우리가 의도한 동선대로 책방을 즐기시는 분들이 가장 고마운 손님들입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손님들을 위해 편안하고 유익한 동선을 짜놓았답니다.

이런 일련의 행위를 하는 손님을 보았을 땐 뭐랄까, 갑작스레 활발한 장 활동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화장실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중에 발견한 동사무소 화장실 비데의 존재와 같다고나 할까… 조용히 산 책을 읽으며 주문한 음료를 마시고 나서, 짧은 미소와 함께 퇴장하는 손님이 가장 고맙습니다.

대학교 시험 기간은 책방에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매출 하락에 기죽지 않고 꾸준히 재밌는 책과 편안한 공간 제공에 더 집중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조용현

대학교 시험 기간은 책방에 치명적입니다.
책방 매출은 다행히도 해마다 상승 중입니다. 완만하긴 하지만요. 계산할 때 손님들과 두런두런 주고받는 일상 대화가 잦아지는 것으로 단골이 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우리 책방을 찾아주십니다. 대구 여행 올 때 꼭 들르겠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많습니다. 우리가 책방의 역할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서 거듭나고 있는 듯해 항상 감사와 뿌듯함을 느끼게 하죠.

조용히 음악만 흐르는 텅 빈 공간을 볼 때마다 위기의 순간입니다. 아마 모든 책방 운영자가 같은 마음일 겁니다. 지난 4월은 꽤 조용한 한 달이었습니다. 전달과 비교해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긴 했습니다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대학생 소비층이 두꺼운 우리 책방은 대학교 시험 기간에 손님의 유입이 떨어집니다. 특히 1학기 중간고사 때는 매출에 치명적이지요. 책방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그런 시기에는 일시적인 매출 하락에 기죽지 말고, 꾸준히 재밌는 책과 편안한 공간 제공에 더 집중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독립서점이란 ‘하얀 천과 바람’입니다. 희망이 좌절로 돌아온 적도 있었지만, 질문의 중심에 자리했던 '행복'을 찾아 무사히 순항하는 중입니다. ©조용현

나에게 독립서점이란 ‘하얀 천과 바람’입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서점업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하며 스스로 던진 질문입니다.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No(아니요)라고... 그래서 현재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류은지 대표와 깊은 이야기 끝에 함께 책방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고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희망이 좌절로 돌아온 적도 있었지만, 질문의 중심에 자리했던 '행복'을 찾아 무사히 순항하는 중입니다. 이제, 고스트북스라는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찡긋)

고스트북스에서
책방지기 류은지, 김인철 드림

고스트북스 Ghostbooks @ghost__books
예술서점, 커피차가있는서점, 독립출판물서점, 그림책서점 
두 주인장이 선별한 독립출판물, 국내외 미술, 디자인 등의 예술 분야와 우주과학 분야의 책을 주로 소개한다. 커피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출판사를 겸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212 (동문동) 3층 
212, Gyeongsanggamyeong-gil, Jung-gu, Daegu 
Mon-Sun 13:00 ~ 20:00 매달 2, 4번째 화요일 휴무 
www.ghostboo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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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지도 검색창에 ‘대구광역시’를 입력하고, 고스트북스 주변의 함께 가볼 만한 공간을 찾아보세요. (사진: 조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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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2017년부터 전국의 동네서점 이야기를 기고 받아 뉴스레터에 연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연재글을 엮어 책으로 펴냅니다. 이 책에는 2015년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약 4년여간 이용자 제보를 통해 수집한 동네서점지도의 독립서점을 20개 취향 태그로 분류해 수록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지도 운영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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